[점점 늙어가는 강북] 재건축은 막히고 재개발은 멈추고
[점점 늙어가는 강북] 재건축은 막히고 재개발은 멈추고
안전진단 강화로 강북권 직격탄...2013년 이후 재개발 365곳 해제
기반시설은 부족하고 주택은 계속 낡아가는데 재개발·재건축은 힘들고…. 낡아가는 구도심 서울 강북권 상황이다. 강북권에 많은 저층 주거지는 이미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돼 각종 도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는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주택정비사업인 재개발(주택)이나 재건축(아파트)은 멈추고, 막혔다. 강북이라는 입지 여건 때문에 사업성이 없어서, 혹은 정부 정책에 막힌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주거환경은 점점 열악해져 강남·북 간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뿔난 주민들은 정권퇴진·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거리로 나섰다. #1. 서울의 대표적인 노후주택 밀집지역인 서울 성북구 장위동 일대. 굽이굽이 좁은 골목길을 따라 단독·다세대주택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골목길에선 밤이고 낮이고 주차 전쟁이 벌어진다. 그런데도 키 작은 주택은 계속 들어서고 있다. 주택 1층과 2층 사이엔 꼬이고 얽힌 전깃줄이 위태롭게 걸려 있다. 전력 공급용 전선 외에도 유선방송·인터넷용 폐전선 등이 얽히고설켜 있다. 도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낙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는 2005년 이곳을 뉴타운 사업지로 지정했지만 10년이 넘도록 바뀐 것은 별로 없다. 사업성이 낮아 재개발을 포기하는 주민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난개발로 주거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다. 장위동에서 나고 자랐다는 한 주민은 “뉴타운에서 해제되자 곳곳에 다가구·다세대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했다”며 “주차장이나 도로 등 기반시설은 그대로인데 집만 지어대니 주거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2. 서울 노원구 월계시영 아파트. 이 아파트는 미성·미륭·삼호3차라는 각기 다른 이름의 아파트가 총 32개동 3930가구를 이루고 있다. 1986년 같은 시기에 준공돼 재건축 가능 연한을 채웠으며 하나의 관리사무소에서 운영돼 함께 재건축을 추진해왔다. 이 단지는 이미 오래 전부터 툭하면 녹물이 나오고, 외풍이 심해 겨울이면 문마다 비닐을 씌워놓고 살아야 했다. 주민들은 언제가 새 집에 입주할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지난해부터 재건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원주민 김모씨는 “장마철이나 겨울에는 곰팡이도 자주 피고 이중·삼중 주차로 단지 안쪽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가 진입하기도 힘들다”며 “집값을 떠나 새 집에서 살고 싶어 재건축 추진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단지 주민들은 최근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3월 5일 ‘재건축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을 전격 시행해 재건축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비강남 국민연대(마포 성산시영·노원월계·강동 삼익 등)는 “정부가 주민의 행복추구권과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정부가 3월 5일 ‘재건축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을 전격 시행하면서 서울 강북과 목동 등지의 낡은 아파트 소유자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는 집값 불안의 근원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타깃으로 했다. 재건축을 어렵게 해 강남권 주택 투기를 막아 집값을 안정화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비(非)강남권 주민들은 강남권 재건축이 상당 부분 완료된 시점에서 이 같은 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비강남권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번 규제 대상 단지 상당수는 비강남권에 포진해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로 재건축 연한이 된 아파트 중 안전진단을 진행하지 않은 가구는 10만3822가구에 이른다. 이 중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물량은 2만6025가구로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나머지 75%에 이르는 양천구와 강북권에 몰려 있다. 가구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양천구로 2만4358가구다. 노원구(8761가구)와 영등포구(8126가구), 구로구(6509가구)도 적지 않다.
앞으로 3년 간 재건축 연한이 되는 단지도 강북권에 집중돼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총 13만5425가구가 앞으로 3년 간 순차적으로 재건축 연한이 된다. 이 중 강남 4구 물량은 16.5%인 2만2289가구 정도다. 특히 강남구는 743가구뿐이다. 나머지 83.5%는 노원·도봉·양천·동작구 등지에 몰려 있다. 노원구에선 향후 3년 간 4만7314가구가 재건축 연한에 도달한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상계동은 집값 오름세와 거리가 멀고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재건축이 꼭 필요한 곳인데 갑자기 재건축이 막혀 주민의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강남구 압구정 현대·한양·미성 1만241가구, 강남구 대치동 은마·한보·개포지구 1만1674가구, 서초구 반포1단지 3590가구 등 주요 재건축 단지는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투기의 진앙지로 꼽히는 주요 단지는 이미 규제를 피한 데다 희소성까지 챙기게 된 것이다. 정부가 행정예고 기간까지 단축하면서 시행을 강행했는데 단축된 행정예고 기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시행에 돌입한 것도 반발을 키웠다. 행정규칙법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0일 이상 행정예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 기간을 10일로 당겼다. 주민들의 반발에도 ‘절차에 하자가 없다’며 고시 기한을 늘리지 않았다. 국토부 주택정비과 관계자는 “(행정예고 기간 중) 나온 의견이 많지 않았다”며 “이를 검토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고, 제안된 의견 대부분이 주차장 부족이나 소방화재 문제에 대한 것이어서 그 부분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양천·노원구 재건축 추진 단지 주민들은 3월 3일 성명서를 통해 “비강남권을 슬럼화 하는 역차별 정책이고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하고 헌법 소원은 물론 현 정권 퇴진 운동과 6·13 지방선거 낙선운동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어쨌든 재건축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은 3월 5일부터 시·군·구청장이 민간 안전진단 기관에 안전진단을 의뢰하는 재건축 추진 단지부터 적용된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의 항목별 가중치에서 ‘구조 안전성’을 20%에서 50%로 올리는 대신 ‘주거 환경’을 40%에서 15%로 내렸다. 아파트가 아무리 낡았어도 위험하지 않으면 재건축을 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으면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 재건축 추진 여부가 결정된다. 기존에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으면 제약 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었다. 재건축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 시행으로 재건축 연한(30년)은 넘었지만 아직 안전진단을 하지 않은 노원구 월계 시영 등 서울 시내 10만4000여 가구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월계시영 주민 등이 반발하는 건 무엇보다 기반시설이 열악한 데다 집이 계속 낡아가면서 주거환경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북권 주요 주거지가 낡아가면서 주거환경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아파트는 재건축 사업이, 주택은 재개발(뉴타운) 사업이 희망인데 이번 재건축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으로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모두 막혀버린 것이다. 재개발은 2012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른바 ‘뉴타운 출구전략’을 시행하면서 잇따라 해제되고 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총 386곳이 사업을 접었는데 상당수가 강북권 재개발 사업지다. 최근 3년 간 서울시가 직권으로 사업을 해제한 곳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낙후지역이 많은 성북구(12곳)가 가장 많고 중랑·서대문구(각 7곳)가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중랑·도봉·노원구 등지의 재개발 사업지도 줄줄이 사업이 취소됐다. 재개발은 멈추고 재건축까지 막히면서 강북권 주요 주거지는 그저 ‘늙어만’ 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저층 주거지에는 지은지 35년이 넘은 노후주택이 전체의 47%에 이른다. 저층 주택 2가구 중 1가구는 노후주택이라는 얘기다. 저층주거지는 서울 전체 주거지의 38.2%인 124.5㎢로 중구·용산·강북·동대문·은평구 등 구도심인 강북권에 많다. 종로구의 경우 저층주택 10가구 중 7가구가 노후주택이다. 이 비율은 중구가 61.9%, 용산구가 58.7%, 동대문구가 54% 정도다. 이와 달리 강남 4구는 아파트의 노후화 비율이 높은 편이다. 새로 건설한 도시인만큼 주택보다는 아파트 위주로 개발된 영향이다. 명지대 권대중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권의 경우 재건축 사업이 꾸준히 이뤄진 반면 강북권은 뉴타운 사업이 멈춰서면서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의 흉물로 꼽히는 전신주와 전선을 땅속에 매립하는 전신주·전선 지중화율만 봐도 강남·북 간 편차를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의 전신주와 전선 지중화율은 58.2%다. 그런데 강남(76.7%)·송파(72.9%)·서초구(70.0%)는 평균 이상이지만 강북(30.8%)·동대문(32.9%)·중랑(34.7%)·도봉(37.1%)·은평(46.7%)·서대문구(42.3%)는 평균치를 한참 밑돈다. 재건축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을 두고 강북 역차별 정책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강북권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이었던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이 사업은 5년 간 50조원을 투입해 저층 주거지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인데, 정부가 지난해 8·2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서 강북권 등 서울 전역이 자연스레 도시재생 뉴딜사업에서 제외됐다. 정부 입장에서는 부동산 투기를 잡아야 하는 것이 급선무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서울 저층주거지만 역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노후주택은 도시 미관은 물론 안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역안전지수 7개 분야의 서울 자치구별 등급을 보면 종로구·중구 등 강북권이 화재나 범죄·안전사고 등에서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난개발이 예상되는 저층 주거지를 중심으로 대상으로 개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저층 주거지의 경우 공공의 개입이나 지원 없이 주민 자력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난개발이 일어날 경우 신규 주택과 노후주택 간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 공공이 주도해 지역 기반시설을 정비·확충하고 주택개량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필요 시 공공이 주택개량사업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연구원 측은 “저층 주거지 기반시설 공급·정비·관리에 대한 공공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공공은 인허가권자로서 역할에 국한됐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상담이나 조율, 사업 제안, 관리, 갈등 조정 등 다원화된 역할을 지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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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반시설은 부족하고 주택은 계속 낡아가는데 재개발·재건축은 힘들고…. 낡아가는 구도심 서울 강북권 상황이다. 강북권에 많은 저층 주거지는 이미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돼 각종 도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는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주택정비사업인 재개발(주택)이나 재건축(아파트)은 멈추고, 막혔다. 강북이라는 입지 여건 때문에 사업성이 없어서, 혹은 정부 정책에 막힌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주거환경은 점점 열악해져 강남·북 간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뿔난 주민들은 정권퇴진·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거리로 나섰다. #1. 서울의 대표적인 노후주택 밀집지역인 서울 성북구 장위동 일대. 굽이굽이 좁은 골목길을 따라 단독·다세대주택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골목길에선 밤이고 낮이고 주차 전쟁이 벌어진다. 그런데도 키 작은 주택은 계속 들어서고 있다. 주택 1층과 2층 사이엔 꼬이고 얽힌 전깃줄이 위태롭게 걸려 있다. 전력 공급용 전선 외에도 유선방송·인터넷용 폐전선 등이 얽히고설켜 있다. 도시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낙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는 2005년 이곳을 뉴타운 사업지로 지정했지만 10년이 넘도록 바뀐 것은 별로 없다. 사업성이 낮아 재개발을 포기하는 주민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난개발로 주거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다. 장위동에서 나고 자랐다는 한 주민은 “뉴타운에서 해제되자 곳곳에 다가구·다세대주택이 들어서기 시작했다”며 “주차장이나 도로 등 기반시설은 그대로인데 집만 지어대니 주거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2. 서울 노원구 월계시영 아파트. 이 아파트는 미성·미륭·삼호3차라는 각기 다른 이름의 아파트가 총 32개동 3930가구를 이루고 있다. 1986년 같은 시기에 준공돼 재건축 가능 연한을 채웠으며 하나의 관리사무소에서 운영돼 함께 재건축을 추진해왔다. 이 단지는 이미 오래 전부터 툭하면 녹물이 나오고, 외풍이 심해 겨울이면 문마다 비닐을 씌워놓고 살아야 했다. 주민들은 언제가 새 집에 입주할 수 있다는 기대감 속에 지난해부터 재건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원주민 김모씨는 “장마철이나 겨울에는 곰팡이도 자주 피고 이중·삼중 주차로 단지 안쪽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가 진입하기도 힘들다”며 “집값을 떠나 새 집에서 살고 싶어 재건축 추진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단지 주민들은 최근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3월 5일 ‘재건축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을 전격 시행해 재건축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비강남 국민연대(마포 성산시영·노원월계·강동 삼익 등)는 “정부가 주민의 행복추구권과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비강남권 역차별” 헌법소원 제기
앞으로 3년 간 재건축 연한이 되는 단지도 강북권에 집중돼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총 13만5425가구가 앞으로 3년 간 순차적으로 재건축 연한이 된다. 이 중 강남 4구 물량은 16.5%인 2만2289가구 정도다. 특히 강남구는 743가구뿐이다. 나머지 83.5%는 노원·도봉·양천·동작구 등지에 몰려 있다. 노원구에선 향후 3년 간 4만7314가구가 재건축 연한에 도달한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상계동은 집값 오름세와 거리가 멀고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재건축이 꼭 필요한 곳인데 갑자기 재건축이 막혀 주민의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강남구 압구정 현대·한양·미성 1만241가구, 강남구 대치동 은마·한보·개포지구 1만1674가구, 서초구 반포1단지 3590가구 등 주요 재건축 단지는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투기의 진앙지로 꼽히는 주요 단지는 이미 규제를 피한 데다 희소성까지 챙기게 된 것이다.
투기 진앙지 단지는 이미 규제 피해
어쨌든 재건축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은 3월 5일부터 시·군·구청장이 민간 안전진단 기관에 안전진단을 의뢰하는 재건축 추진 단지부터 적용된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의 항목별 가중치에서 ‘구조 안전성’을 20%에서 50%로 올리는 대신 ‘주거 환경’을 40%에서 15%로 내렸다. 아파트가 아무리 낡았어도 위험하지 않으면 재건축을 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으면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 재건축 추진 여부가 결정된다. 기존에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으면 제약 없이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었다. 재건축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 시행으로 재건축 연한(30년)은 넘었지만 아직 안전진단을 하지 않은 노원구 월계 시영 등 서울 시내 10만4000여 가구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재개발은 ‘뉴타운 출구전략’에 발목
실제로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저층 주거지에는 지은지 35년이 넘은 노후주택이 전체의 47%에 이른다. 저층 주택 2가구 중 1가구는 노후주택이라는 얘기다. 저층주거지는 서울 전체 주거지의 38.2%인 124.5㎢로 중구·용산·강북·동대문·은평구 등 구도심인 강북권에 많다. 종로구의 경우 저층주택 10가구 중 7가구가 노후주택이다. 이 비율은 중구가 61.9%, 용산구가 58.7%, 동대문구가 54% 정도다. 이와 달리 강남 4구는 아파트의 노후화 비율이 높은 편이다. 새로 건설한 도시인만큼 주택보다는 아파트 위주로 개발된 영향이다. 명지대 권대중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권의 경우 재건축 사업이 꾸준히 이뤄진 반면 강북권은 뉴타운 사업이 멈춰서면서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의 흉물로 꼽히는 전신주와 전선을 땅속에 매립하는 전신주·전선 지중화율만 봐도 강남·북 간 편차를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의 전신주와 전선 지중화율은 58.2%다. 그런데 강남(76.7%)·송파(72.9%)·서초구(70.0%)는 평균 이상이지만 강북(30.8%)·동대문(32.9%)·중랑(34.7%)·도봉(37.1%)·은평(46.7%)·서대문구(42.3%)는 평균치를 한참 밑돈다. 재건축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을 두고 강북 역차별 정책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강북권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이었던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이 사업은 5년 간 50조원을 투입해 저층 주거지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인데, 정부가 지난해 8·2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면서 강북권 등 서울 전역이 자연스레 도시재생 뉴딜사업에서 제외됐다. 정부 입장에서는 부동산 투기를 잡아야 하는 것이 급선무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서울 저층주거지만 역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노후주택은 도시 미관은 물론 안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역안전지수 7개 분야의 서울 자치구별 등급을 보면 종로구·중구 등 강북권이 화재나 범죄·안전사고 등에서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난개발이 예상되는 저층 주거지를 중심으로 대상으로 개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저층 주거지의 경우 공공의 개입이나 지원 없이 주민 자력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난개발이 일어날 경우 신규 주택과 노후주택 간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 공공이 주도해 지역 기반시설을 정비·확충하고 주택개량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필요 시 공공이 주택개량사업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연구원 측은 “저층 주거지 기반시설 공급·정비·관리에 대한 공공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공공은 인허가권자로서 역할에 국한됐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상담이나 조율, 사업 제안, 관리, 갈등 조정 등 다원화된 역할을 지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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