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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의 기본원칙은 ‘호혜성’

무역의 기본원칙은 ‘호혜성’

미국의 보호주의적인 스무트-홀리법에 통상파트너들이 보복관세로 맞서 세계무역이 붕괴됐던 대공황 교훈 잊었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유무역에 문을 닫아걸고 미국 경제를 에워싸는 장벽을 세우겠다는 약속을 마침내 이행하려는 듯하다. 그는 국가안보의 필요성을 내세워 외국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장기간” 부과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11개국은 지난 3월 7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조인식을 가졌다. 사진은 TPP 반대 시위를 벌이는 칠레 시민. / 사진:NEWSIS
이 같은 새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미국 대선 캠페인 이후 그가 추진해온 ‘미국 우선’ 무역정책에 뿌리를 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확연히 보호무역주의 쪽으로 이끌며 무역에서 일방주의가 미국에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근거 없는 주장임을 알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문제 접근법은 글로벌 경제의 운용 메커니즘에 대한 그릇된 이해에 근거한 듯하다. 근 한 세기 전 미국의 정책입안자들도 그런 문제를 안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미국 정부는 1930년대 대공황의 중요한 교훈을 망각했다. 경제학자나 나 같은 통상 학자들은 거의 모두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과 글로벌 경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이 세계의 경제대국으로서 통상분야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미국 정부에는 안 된 일이지만 미국의 그런 지위도 일방적인 통상정책이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을 막아주지 못한다. 미국의 행동에 따르는 제약은 국제경제의 기본적인 속성, 그리고 세계 무역체제에 대한 미국 지배력의 약화에서 기인한다.

경제 시스템을 벗어나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구성원은 없다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원칙이다. 한 구성원이 어떤 행동을 하면 다른 구성원도 그에 따른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는 현명한 정부라면 어떤 정책을 검토할 때 자신들의 조치가 다른 구성원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우선주의’에는 이 같은 계산이 빠져 있다. 미국의 새 보호무역주의에 통상 파트너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고려하지 않는다. 대공황 때 미국의 법률입안자들도 그런 문제를 무시했다.
 ‘근린궁핍화’
태양광 패널 수입품에 대한 제재도 미국 패널 설치업체에 타격을 주고 외국의 보복을 초래한다. / 사진:ROGELIO V. SOLIS-AP-NEWSIS
1930년대 이전에는 대체로 무역정책이 미국 의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됐다. 다시 말해 오늘날 거쳐야 하는 국제 협상이 생략됐다는 의미다. 이미 보호주의 무드에 빠져 있던 국회의원들은 대공황의 고통에 맞서 1930년 악명 높은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통과시켰다. 수백 가지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였다.

이 법은 일정 부분 미국 산업과 농업을 대외경쟁으로부터 보호해 대공황의 영향을 완화하려는 의도였지만 오히려 경기침체를 장기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상당수 미국 통상파트너들도 그에 맞서 자국의 관세를 인상해 세계무역을 붕괴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다행히 미국과 세계는 이 같은 경험에서 교훈을 얻었다. 대통령에게 외국 정부와 관세인하 협정 타결 권한을 부여한 1934년 호혜통상협정법과 그 후속조치로 미국의 통상정책은 글로벌하고 전략적으로 변했다. 이 같은 새로운 접근법은 1948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과 1995년 그 후신인 세계무역기구(WTO)의 창설로 국제적인 차원에서 제도화됐다.

이 같은 협정의 기본 원칙은 호혜성이다. 다른 나라들의 무역 자유화 수준에 발맞춰 각국이 자국 시장을 개방하는 방식이다. 이런 접근방식은 국가간 협상을 통해 정치적 보호주의 압력을 극복하고 무역이 국가의 상호의존을 낳는 글로벌한 현상임을 인정한다.
 역사를 외면하면 위험하다
역사를 도외시하는 데 따르는 위험은 이제 나타나고 있지만 우리 모두에게 불길한 전조를 던져주는 최근의 여러 가지 사태에서도 잘 드러난다.

트럼프 정부의 첫 번째 조치 중 하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일이었다. 오바마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였던 TPP는 미국 경제를 다른 11개 태평양 연안국들과 묶어 세계 최대 경제 블록을 형성하려는 취지였다. 그것은 또한 아시아에서 지역 경제질서에 대한 중국의 도전에 맞서는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요새를 구축했을 것이다.

미국의 TPP 탈퇴로 미국 수출업체들은 외국 시장에 더 가까이 접근할 기회를 잃었고 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은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결정의 장기적인 여파는 이제서야 드러나기 시작한다.

트럼프 순방 중 일본·호주·캐나다·멕시코 등 당초 TPP에 서명한 다른 11개국은 미국을 빼고 협정을 계속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이들 국가가 서로 우선적인 시장접근 특혜를 부여해 그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이 경쟁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미국에는 문제가 된다.

미국 기업들은 무역협정에서 배제될 때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이미 느끼고 있다. 예컨대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캐나다-EU간 새 무역협정의 여파로 캐나다 업자들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는 미국 바다가재 생산자의 고충을 조명했다.

미국이 다자간 무역협정에 참가하려 하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들로선 미국을 배제하고 나아가 피해를 주는 협정을 맺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노력도 잠재적인 위험을 제기한다. 미국 정부는 재협상에 관해 자신들이 조건을 정할 수 있는 듯이 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캐나다와 멕시코의 미국 의존도가 반대의 경우보다 더 클지는 몰라도 NAFTA의 와해는 북미 무역에 의존하는 상당수 미국 기업들에 심각한 피해를 가져다 줄 것이다. 재협상 노력으로 NAFTA가 해체될지 모른다는 시장 분석가들의 우려가 갈수록 커진다.

미국 정부는 무역협정 탈퇴와 재협상 외에도 미국 통상 파트너들이 보조금을 받거나 미국 시장에 상품을 덤핑한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하려는 일방적인 노력을 강화해 왔다. 최근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같은 무역제재 결정은 역풍을 맞을 위험이 있다. 캐나다 항공기 제조사 봄바디어가 제재를 당하자 보잉의 최대 외국 경쟁업체 에어버스와 손잡은 게 단적인 예다. 태양광 패널 수입품에 대한 제재도 비슷한 결과를 낳고 있다. 미국 패널 설치업체에 타격을 주고 외국의 보복을 초래한다.
 무역의 수호자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행동해도 문제가 없으리라고 가정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이는 안이한 발상이다. 세계 경제는 대공황 당시보다 훨씬 더 상호의존적으로 변했다. 각국 정부가 모두 ‘자국 우선’ 무역정책을 따르면(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세계 지도자들도 그렇게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커다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시장개방과 고전적 자유주의 원칙에 기초한 국제무역 체제의 구축에는 미국이 큰 역할을 했다. 오늘날 그 체제가 사상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주의 접근방식은 국제무역 체제의 수호자로서 미국의 전통적인 역할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 시스템을 저해하려 안간힘을 쓴다.

요컨대 트럼프 정부가 미국 경제와 국제 시스템을 위협하는 정책으로 되돌아가는 셈이다. 미국이 국제무역체제 수호자의 역할을 포기한다면 그 바통을 넘겨받을 수 있는 나라는 중국뿐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현재의 개방되고 자유로운 시장 시스템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점이다.

- 찰스 핸클라



※ 필자는 조지아주립대학 정치학 부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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