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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트럼프에게서 원하는 3가지

김정은이 트럼프에게서 원하는 3가지

북한이 대화 제의한 데는 미-북 관계 정상화, 제재 해제, 평화협정 등 노림수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정치가로서 아직 역량을 입증하지 못한 두 지도자의 손에 미-북 정상회담이 달려 있기 때문에 상당히 큰 도박이다.”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 (왼쪽)과 도널드 대통령. / 사진 : NEWSI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이에 예정된 회담은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반 세기 넘게 담을 쌓고 지내던 양국 지도자가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할지 전문가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그러나 정상회담 개최 시기가 다가오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분석가들의 눈에 북한이 미국에 무엇을 요청할지 갈수록 윤곽이 뚜렷해지는 듯하다.

수개월 동안 탄도미사일과 핵실험에서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둔 뒤 북한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핵전력을 공식적으로 완성했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무기배치를 확대하면서 북한 정부에 대한 압박을 배가해 왔다. 평양 정부는 핵무기 개발을 그런 미국의 잠재적인 침공에 대한 억지수단이라고 정당화한다.

미국은 지금까지 비핵화 문제가 아니라면 북한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어떻게 협상이라는 최강의 카드를 꺼내 들게 됐을까?

북한이 대화 제의를 한 데는 정치·경제·안전보장 등 3가지 노림수가 있다고 조엘 위트 연구원은 말한다. 전 국무부 북한담당관으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고등국제관계대학원 한-미 연구소의 38 노스 프로젝트 공동설립자다.

지난 3월 19일 워싱턴 D.C.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가진 기자회견 중 위트 연구원은 “그런 회담의 대가로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려면 정치·경제·안전보장 관련 조치들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정치적 조치와 관련해선 미-북간 관계 정상화 움직임을 봐야 한다. 경제적 조치 문제에선 무엇을 원하는지는 뻔히 드러난다. 제재를 풀어달라는 것이다. 안전보장과 관련된 문제도 마찬가지다. 평화협정을 위한 움직임이다.”

1950년대 초 제2차 세계대전 후 남북한이 3년 간에 걸쳐 참혹한 전쟁을 치른 뒤 북한은 미국의 후원을 받는 남측과 엄밀히 말해 전쟁 상태에 있기 때문에 평화협정은 기념비적인 사건이 된다. 전후 휴전으로 세계에서 가장 철통 같이 요새화된 경계선이 만들어졌다. 양측이 공식적으로는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면서도 어느 쪽 관료도 경계선을 넘는 일이 극히 드물다.
지난 3월 20일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을 위해 윤상 음악감독(오른쪽)과 북측 현송월 단장이 판문점 통일각에서 만났다. / 사진 : NEWSIS
한 해 동안 미국과 북한이 핵위협과 개인적인 모욕을 주고받은 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측 정부에 손을 내밀어 2월에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앞서 양자회담을 갖자고 제안했다. 관계가 다소 개선되면서 전통의 두 숙적이 일부 경기에 단일팀으로 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대화의 불씨를 살리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한편 북한에 더 많은 제재를 가해 이웃 중국·러시아와 주요 품목의 무역을 제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한 경제제재를 위반했다고 비난했지만 양국 정부는 부인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한 압박’ 캠페인에서 완벽에 가까운 대북 경제봉쇄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압박 캠페인이 3월 초 북한의 깜짝 발표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문재인 대통령 특사단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난 뒤 워싱턴으로 날아가 미국측 관계자들과 3월 8일 백악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쇼킹한 뉴스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하자고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한 것이다. 미국 현직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 간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의뿐 아니라 5월 내에 회담을 갖기를 원했다고 정 실장은 전했다.

미국-이란 이니셔티브 소장이자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뉴 아메리카의 선임 연구원인 수잔 디마지오는 정치가로서 아직 역량을 입증하지 못한 두 지도자의 손에 미-북 정상회담이 달려 있기 때문에 상당히 큰 도박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회담이 “실속 없이 쇼에 더 가까워지는”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양측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내가 더 우려하는 문제 중 하나는 정상회담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는 점일 듯하다. 실패로 끝난다면? 미래 외교노력에 필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엔) 실행 불가능한 군사적 옵션이 갑자기 불가피하게 보일 수 있다. 따라서 그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로 그것만은 피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설적인 충돌의 희생자 수는 핵을 발사하지 않더라도 최대 100만 명으로 추산됐다. 핵을 사용할 경우 수백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하리라고 외교관들은 추산한다. 그런 전쟁은 미군이 과거 치렀던 여느 전투와는 다르며 미군의 명백한 군사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침략하는 쪽에 심각한 어려움을 안겨준다.

디마지오 연구원은 “이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해결을 향해 과감한 조치를 취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워싱턴과 평양 간에 전쟁, 군사적 옵션에 관한 많은 논의를 포함해 매일 악화일로를 걷던 관계와 막말폭탄을 감안할 때 발전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상회담이 결실을 맺을 경우 역사적인 돌파구가 열릴 수 있으리라고 본다. 내 생각으로는 이제부턴 정상회담이 성공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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