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황금’ 아보카도의 경제학] 잘 키운 과일 하나, 열 공산품 부럽잖다
[‘녹색 황금’ 아보카도의 경제학] 잘 키운 과일 하나, 열 공산품 부럽잖다
웰빙·SNS 열풍 등에 업고 폭발적 인기…“한국산 딸기·배, 해외에서 승산 충분” 과거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과일 하나가 인기 있는 식재료로 급부상해 근래 세계 농업과 산업 판도를 바꿔나가고 있다. 중남미가 원산지인, 서양 배 모양의 울퉁불퉁한 진녹색 과일 아보카도(Avocado) 얘기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아보카도는 어떻게 세계 무역의 총아가 됐나(How the Avocado Became the Fruit of Global Trad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994년 1인당 약 1파운드였던 미국인의 연간 아보카도 소비량이 지금은 7파운드로 늘었다고 보도했다(1파운드는 약 0.45㎏). 기사는 한 연구 조사 결과를 인용, 아보카도 시장의 이런 급격한 성장에 따라 2016년 기준 미국에서만 1만 9000개의 관련 일자리가 창출됐고 국민총생산(GNP)도 22억 달러(약 2조3450억원)가량 규모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아보카도 열풍에 휩싸였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2012년 154t에 그쳤던 중국의 아보카도 수입량은 2016년 약 2만5000t으로, 4년 만에 무려 160배로 급증했다.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 산하 ‘톈마오몰’은 아보카도 판매 규모가 지난해 약 7000만 위안에서 올해 1억7000만 위안(약 290억원)가량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샐러드와 샌드위치 등 서양식 먹거리에 주로 들어가던 아보카도가 중국식 두부나 라즈지딩(辣子鷄丁, 빨간 고추와 함께 볶은 닭고기 요리) 같은 현지 요리에까지 광범위하게 쓰이면서 중국인의 식생활에 그만큼 깊게 파고들고 있어서다. 원산지와 가까운 미국 내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아보카도가 이처럼 급부상한 데는 2000년대 들어 나타난 세계적인 웰빙(well-being) 열풍이 작용했다. 경제학자이자 작가인 폴 제인 필저는 2002년 펴낸 책 [웰빙 혁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보화 사회 다음 단계로 웰빙 혁명의 물결이 밀려온다. 웰빙이 사회 구조는 물론 개인의 생활양식마저 바꿔 놓을 것이다.” 그의 말대로 육체·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한 행복을 추구하는 웰빙 트렌드가 자리매김하면서 비타민·미네랄·단백질·식이섬유·불포화 지방산 같은 영양소가 풍부하게 함유된 ‘수퍼 푸드’ 아보카드가 소비자 사이에서 식재료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가 인기였던 미국 내 식문화 또한 자연스레 변화했다. 동시에 유럽과 호주 등 다른 서구권에서도 아보카도에 푹 빠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아보카도는 마치 21세기의 ‘신(新)문물’처럼 중국에도 전파됐다. 수입 초창기인 2010년대 초반 무렵의 일이다. 지속적인 경제 고성장으로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 지위를 확보하는 사이, 중국에선 선진국 유학 등으로 해외 생활을 경험했던 일부 중산층 사이에서 그때 맛본 아보카도의 매력을 잊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들을 타깃으로 소량이 수입되면서 처음 알려졌다가,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따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열풍과 함께 대중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피부에 좋다는 이유, 그리고 고급화한 이미지 때문에 SNS 등을 중심으로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大)히트한 한국산 화장품과 비슷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산층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중국 시장에도 웰빙과 고급 이미지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트렌드가 형성됐던 것이다. 크레디트스위스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중산층 규모는 2015년 기준 1억900만 명으로 미국(9200만 명)에 앞선다. 아보카도는 식품 분야에서 선봉장격이었다. 중국이 수입에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중남미의 주요 아보카도 생산국들은 ‘즐거운 비명’ 속에 격변을 맞아야 했다. 멕시코·칠레·페루가 그들이다. 애초 중국 시장을 잘 파고든 쪽은 멕시코였다. 멕시코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보카도 생산국(세계 생산량의 3분의 1 차지)으로, 계절과 무관하게 아보카도를 공급할 수 있을 만큼의 인프라를 갖췄다. 중국의 농산물 정보 전문 웹사이트 ‘궈예퉁(果業通)’에 따르면 2015년 멕시코의 중국 내 아보카도 시장점유율은 85%에 달했다. 그러다가 칠레가 치고 올라왔다. 칠레는 2016년 46%, 지난해 52% 점유율로 2년 연속 멕시코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페루도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면서 삼각 경쟁 구도를 확립했다. 3년 전 철옹성 같던 멕시코의 점유율은 지난해 27%대로 쪼그라들었다. 칠레와 페루는 중국과 아보카도 수입 관세를 없애는 데 합의한 이점을 십분 활용,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아보카도를 공급하면서 중국 거래 업체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진 세 나라는 각각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엔리케 페나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중국에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을 만나 직접 멕시코산 아보카도 판매 프로모션을 추진해줄 것을 요청했을 정도다. 이에 알리바바는 ‘아보카도의 밤’이라는 대대적인 프로모션 행사 개최로 화답했다. 칠레도 중국 정부와 협의해 지난해 11월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 칠레산 아보카도 체험 행사를 열며 반격에 나섰다.
이뿐이 아니다. 이들 나라는 세계적으로 급증한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생산 농장을 확충하는 한편, 생산 기술 현대화에 매진하고 있다. 새 품종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아울러 수출 지역 다변화에도 나서고 있다. 라몬파즈 멕시코 아보카도생산수출업협회 고문은 지난해 외신 인터뷰에서 “아보카도 시장 다각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정 국가로의 수출에만 전념하다가 리스크를 떠안는 경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실제 미국과 중국은 아보카도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자국 내 일부 지역에서 직접 재배하고 있거나, 생산 농장을 개발하는 데 나서고 있다.
멕시코 등은 아보카도에 공을 들이면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누리고 있다. 예컨대 멕시코산 아보카도의 80%는 범죄자가 들끓는 빈곤 지역 미초아칸에서 생산한다. 이 지역에서만 지난해 미국에 17억 파운드(약 77만t)가 넘는 아보카도를 수출하면서 막대한 수익과 함께 관련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수적 효과를 거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이곳에서 생산한 아보카도 거래 가격이 전년 대비 두 배로 뛰었다. 급증한 수요가 공급량을 크게 앞지르면서 품귀 현상까지 빚어져서다. 가난에 지쳐 있던 미초아칸 주민들은 아보카도를 ‘녹색 황금(green gold)’이라고 부르면서 환호할 정도다. 계속된 경제난에 시달린 칠레와 페루 국민들 역시 아보카도로 분위기가 일부 달라지고 있는 데 반가움을 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아보카도 열풍과 생산국들의 노력은 한국 경제에도 시사점을 안겨준다. 바로 ‘잘 키운 농산물 하나의 위력’이, 우리가 잘하는 분야인 제조업을 통해 나오는 웬만한 제품의 파괴력이 부럽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다른 나라들 못잖게 아보카도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아보카도 수입량은 2011년 402t에서 2016년 2915t으로 증가했다. 관점을 바꿔 보면 한국도 아보카도와 같은 농산물계의 ‘킬러 콘텐트(killer content, 시장 판도를 재편할 만한 영향력을 지닌 매력적인 핵심 상품·서비스)’를 육성, 수출해 그만큼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특히 과일의 경우 예컨대 지난해 미국산 과일 수입액이 국산 과일 수출액의 8배에 달했을 만큼 수출 상황이 안 좋았다”며 “과일의 수출 잠재력을 끌어올릴 방법이나 수출 유망 품목의 육성 전략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관점에서 전문가들은 뉴질랜드의 키위, 베트남의 자몽처럼 한국이 전략적으로 세계 시장에 내세울 만한 국산 과일이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고 분석한다. 하나는 딸기, 다른 하나는 배다. 딸기는 지난 2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일본 여자 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이 기자간담회에서 “간식으로 먹은 한국 딸기가 놀랍도록 맛있었다”고 언급해 화제가 됐다. 이에 일본 농림수산성 측은 “그 딸기는 일본에서 유출된 품종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교배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국산 딸기는 다른 나라에서 재배돼 시중에 나온 딸기에 비해 유독 당도와 경도가 높고, 과즙이 풍부해 맛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최초 딸기 재배 지역이었던 경남에서 현재 딸기산학연협력단을 이끌고 있는 이상우 경남과학기술대 원예학과 교수는 “국산 딸기 대표 품종 중 ‘설향’은 가공품으로, ‘매향’은 수출품으로 각각 구분해서 수출을 적극 추진해나가고 있다”며 “당도와 경도가 특히 우수한 매향 품종 수출로 해외 시장에서 국산 딸기의 우수성을 입증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수한 품질에다 이런 노력까지 더해져 지난해 총 4400만 달러(약 470억원)어치를 수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주요 수출국이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등 동남아에 편중돼 있어서, 보다 장기·거시적인 세계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산 배도 높은 당도와 뛰어난 맛 때문에 꾸준히 수출 유망 품목으로 거론된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국산 배 수출액은 2015년을 기준으로 3년 간 약 44% 증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한국산 배는 특유의 아삭함과 달콤함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과거 대비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여세를 몰아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에서 건강에 이롭다는 인식으로 신선과일의 소비 자체가 증가세”라며 수출 국가별로 맞춤형 전략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중국에선 최근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 방식의 수입 신선식품 소비가 급증해 이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와 달리 미국은 안전성을 중시하는 소비 경향이 강하므로 유기농 과일에 초점을 둬야 한다. 여기에 마케팅 측면에서 아보카도의 성공 방정식을 다시 한 번 주목할 필요도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한 마케팅 전문가는 “아보카도는 공급량과 가격 때문에 구하기 쉽지 않은 식재료라는 희소성으로 무장했으며, 이는 SNS 시대에 소비자들이 ‘오늘 내가 뭘 먹었다’고 자랑하면서 과시욕을 충족하기 좋은 특성”이라며 “국산 과일 수출에 있어서도 시장 트렌드에 따른 최선의 마케팅 방법을 다각도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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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뿐만이 아니다.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아보카도 열풍에 휩싸였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2012년 154t에 그쳤던 중국의 아보카도 수입량은 2016년 약 2만5000t으로, 4년 만에 무려 160배로 급증했다.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 산하 ‘톈마오몰’은 아보카도 판매 규모가 지난해 약 7000만 위안에서 올해 1억7000만 위안(약 290억원)가량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샐러드와 샌드위치 등 서양식 먹거리에 주로 들어가던 아보카도가 중국식 두부나 라즈지딩(辣子鷄丁, 빨간 고추와 함께 볶은 닭고기 요리) 같은 현지 요리에까지 광범위하게 쓰이면서 중국인의 식생활에 그만큼 깊게 파고들고 있어서다.
중국 아보카도 수입량 4년 만에 160배로
이런 과정을 거쳐 아보카도는 마치 21세기의 ‘신(新)문물’처럼 중국에도 전파됐다. 수입 초창기인 2010년대 초반 무렵의 일이다. 지속적인 경제 고성장으로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 지위를 확보하는 사이, 중국에선 선진국 유학 등으로 해외 생활을 경험했던 일부 중산층 사이에서 그때 맛본 아보카도의 매력을 잊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들을 타깃으로 소량이 수입되면서 처음 알려졌다가,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따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열풍과 함께 대중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피부에 좋다는 이유, 그리고 고급화한 이미지 때문에 SNS 등을 중심으로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大)히트한 한국산 화장품과 비슷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산층 소비자가 급증하면서 중국 시장에도 웰빙과 고급 이미지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트렌드가 형성됐던 것이다. 크레디트스위스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중산층 규모는 2015년 기준 1억900만 명으로 미국(9200만 명)에 앞선다. 아보카도는 식품 분야에서 선봉장격이었다. 중국이 수입에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중남미의 주요 아보카도 생산국들은 ‘즐거운 비명’ 속에 격변을 맞아야 했다. 멕시코·칠레·페루가 그들이다. 애초 중국 시장을 잘 파고든 쪽은 멕시코였다. 멕시코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보카도 생산국(세계 생산량의 3분의 1 차지)으로, 계절과 무관하게 아보카도를 공급할 수 있을 만큼의 인프라를 갖췄다. 중국의 농산물 정보 전문 웹사이트 ‘궈예퉁(果業通)’에 따르면 2015년 멕시코의 중국 내 아보카도 시장점유율은 85%에 달했다. 그러다가 칠레가 치고 올라왔다. 칠레는 2016년 46%, 지난해 52% 점유율로 2년 연속 멕시코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새 품종 개발과 수출 지역 다변화 노력
이뿐이 아니다. 이들 나라는 세계적으로 급증한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생산 농장을 확충하는 한편, 생산 기술 현대화에 매진하고 있다. 새 품종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아울러 수출 지역 다변화에도 나서고 있다. 라몬파즈 멕시코 아보카도생산수출업협회 고문은 지난해 외신 인터뷰에서 “아보카도 시장 다각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정 국가로의 수출에만 전념하다가 리스크를 떠안는 경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실제 미국과 중국은 아보카도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자국 내 일부 지역에서 직접 재배하고 있거나, 생산 농장을 개발하는 데 나서고 있다.
멕시코 등은 아보카도에 공을 들이면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누리고 있다. 예컨대 멕시코산 아보카도의 80%는 범죄자가 들끓는 빈곤 지역 미초아칸에서 생산한다. 이 지역에서만 지난해 미국에 17억 파운드(약 77만t)가 넘는 아보카도를 수출하면서 막대한 수익과 함께 관련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수적 효과를 거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이곳에서 생산한 아보카도 거래 가격이 전년 대비 두 배로 뛰었다. 급증한 수요가 공급량을 크게 앞지르면서 품귀 현상까지 빚어져서다. 가난에 지쳐 있던 미초아칸 주민들은 아보카도를 ‘녹색 황금(green gold)’이라고 부르면서 환호할 정도다. 계속된 경제난에 시달린 칠레와 페루 국민들 역시 아보카도로 분위기가 일부 달라지고 있는 데 반가움을 표시하고 있다.
이 같은 아보카도 열풍과 생산국들의 노력은 한국 경제에도 시사점을 안겨준다. 바로 ‘잘 키운 농산물 하나의 위력’이, 우리가 잘하는 분야인 제조업을 통해 나오는 웬만한 제품의 파괴력이 부럽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다른 나라들 못잖게 아보카도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아보카도 수입량은 2011년 402t에서 2016년 2915t으로 증가했다. 관점을 바꿔 보면 한국도 아보카도와 같은 농산물계의 ‘킬러 콘텐트(killer content, 시장 판도를 재편할 만한 영향력을 지닌 매력적인 핵심 상품·서비스)’를 육성, 수출해 그만큼 높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특히 과일의 경우 예컨대 지난해 미국산 과일 수입액이 국산 과일 수출액의 8배에 달했을 만큼 수출 상황이 안 좋았다”며 “과일의 수출 잠재력을 끌어올릴 방법이나 수출 유망 품목의 육성 전략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트렌드 잘 살피고 다각도로 마케팅 고민해야”
실제로 국산 딸기는 다른 나라에서 재배돼 시중에 나온 딸기에 비해 유독 당도와 경도가 높고, 과즙이 풍부해 맛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최초 딸기 재배 지역이었던 경남에서 현재 딸기산학연협력단을 이끌고 있는 이상우 경남과학기술대 원예학과 교수는 “국산 딸기 대표 품종 중 ‘설향’은 가공품으로, ‘매향’은 수출품으로 각각 구분해서 수출을 적극 추진해나가고 있다”며 “당도와 경도가 특히 우수한 매향 품종 수출로 해외 시장에서 국산 딸기의 우수성을 입증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수한 품질에다 이런 노력까지 더해져 지난해 총 4400만 달러(약 470억원)어치를 수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주요 수출국이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 등 동남아에 편중돼 있어서, 보다 장기·거시적인 세계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산 배도 높은 당도와 뛰어난 맛 때문에 꾸준히 수출 유망 품목으로 거론된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국산 배 수출액은 2015년을 기준으로 3년 간 약 44% 증가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한국산 배는 특유의 아삭함과 달콤함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과거 대비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여세를 몰아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에서 건강에 이롭다는 인식으로 신선과일의 소비 자체가 증가세”라며 수출 국가별로 맞춤형 전략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중국에선 최근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 방식의 수입 신선식품 소비가 급증해 이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와 달리 미국은 안전성을 중시하는 소비 경향이 강하므로 유기농 과일에 초점을 둬야 한다. 여기에 마케팅 측면에서 아보카도의 성공 방정식을 다시 한 번 주목할 필요도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한 마케팅 전문가는 “아보카도는 공급량과 가격 때문에 구하기 쉽지 않은 식재료라는 희소성으로 무장했으며, 이는 SNS 시대에 소비자들이 ‘오늘 내가 뭘 먹었다’고 자랑하면서 과시욕을 충족하기 좋은 특성”이라며 “국산 과일 수출에 있어서도 시장 트렌드에 따른 최선의 마케팅 방법을 다각도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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