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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한국은 유튜브, 중국은 콰이쇼우

[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한국은 유튜브, 중국은 콰이쇼우

짧은 동영상인 쇼트클립 사용자 급증…선정적·폭력적 내용 콘텐트 늘어
중국판 유튜브인 콰이쇼우 홈페이지.
중국에서 쇼트클립(短視頻, 짧은 동영상)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인 이관국제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쇼트클립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수는 4억 명을 넘어섰다. 지난 1년 동안 두 배 넘게 늘어난 수치로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다.

요즘 중국 네티즌들은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웨이보(중국판 트위터)보다 콰이쇼우(快手)·도우인(抖音) 같은 쇼트클립 앱을 끼고 산다. 원래 쇼트클립은 5분 이하의 짧은 동영상을 가리켰는데, 5분에서 3분, 1분으로 줄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15초로 줄었다. 지하철을 기다리거나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부담 없이 잠깐 볼 수 있는 길이다.
 15초짜리 동영상 인기
가장 대표적인 쇼트클립 앱인 콰이쇼우는 2월 기준 일 사용자수가 1억8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중국의 최고 예능프로그램인 ‘쾌락대본영’의 ‘네가 생각하지 않는 세계’라는 코너에 콰이쇼우 사용자들이 만든 쇼트클립을 올릴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무한도전에 쇼트클립 앱 전용 코너를 만든 셈이다.

쇼트클립 앱은 전문적인 콘텐트 생산자가 아니더라도 네티즌 누구나 가볍게 올리고 즐기는 재밌는 놀이터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네티즌들의 이 같은 변화는 우리 나라 젊은 세대들이 다소 딱딱한 느낌이 드는 페이스북에서 사진과 동영상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으로 이동하는 추세와도 일맥상통한다. 특히 중국도 20~30대 네티즌의 사용 비중이 크다. 쇼트클립 앱 사용자 중 30세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이 46.5%, 35세 이하의 비중은 71%에 달한다. 이 같은 기회를 놓칠세라 텐센트·알리바바·바이두·진르토우탸오 등 대형 인터넷기업들이 쇼트클립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쇼트클립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쇼트클립의 가장 큰 특징은 낮은 진입 장벽이다. 내용의 전문성과 촬영 효과에 대한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누구나 쇼트클립을 올릴 수 있다. 그리고 SNS적인 요소가 강하다. 네티즌들이 서슴없이 동영상에 대한 댓글을 다는 등 피드백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물론 개인의 시간과 생활이 파편화된 것도 쇼트클립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네티즌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재미삼아 도우인에 쇼트클립을 올린다는 한 네티즌의 말이다. “날마다 자기 전에 한 시간 정도 도우인을 하는데, 멈출 수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무얼 찍어 도우인에 올릴까만 생각한다. 회사에서도 한 시간이 멀다 하고 팔로워가 늘었는지 본다.” 한 전업주부의 평가도 재밌다. “도우인에서 생활에 필요한 상식을 많이 배웠어요. 샤브샤브를 어떻게 맛있게 먹는지, 넥타이를 어떻게 빨리 맬 수 있는지 등 사진보다 훨씬 직관적이어서 이해하기가 쉬워요. 웨이보도 이제 별로 안 해요.”

우리 나라도 검색시장에서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는 등 동영상 영향력이 커졌지만, 중국 네티즌들도 동영상 이용이 크게 늘었다. 이관국제에 따르면 중국 쇼트클립 앱 사용자들은 날마다 8.3회 앱을 이용하고 일일 이용시간이 64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4월 초부터 중국 쇼트클립 앱에 중국 정부가 규제 칼날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왜일까. 과열 경쟁으로 인한 지나친 선정성이 문제였다. 이미 중국 국영 CCTV가 미성년자 임신이나 출산 관련 쇼트클립에 대한 기사를 수차례 보도한 적이 있다. 4월 10일 광전총국은 진르토우탸오 산하의 쇼트클립 앱에 대해 라이선스를 박탈했다. 11일에는 중국 정부에서 18개 인터넷 기업을 소집해서 콘텐트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고 선정적·폭력적 동영상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 콘텐트 생산자들이 조회수와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선정성에 의존한 게 사실이다. 콘텐트 생산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쇼트클립 스타트업을 설립한 장단은 콘텐트 생산팀이 대본을 새로 쓰도록 하고 있다. 당국의 규제 강화로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장단은 2016년 9월 장이밍 진르토우탸오 CEO가 쇼트클립을 콘텐트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로 정의하자 곧바로 쇼트클립 제작에 뛰어들었다. 라이브 방송 붐은 이미 놓쳤고 새로운 기회를 찾던 차에 쇼트클립이 새로운 기회라고 확신한 거다.

장단은 한 달 만에 대본·편집·촬영·연기자 등 6명으로 팀을 꾸려서 쇼트클립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인원이 적어서 연기자가 부족하면 제작팀도 의상을 갈아입고 촬영에 나섰다. 주로 흥미 위주의 내용이었고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서는 선정적인 내용도 포함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너무 노골적인 내용은 안 되고 은근슬쩍 야한 암시를 집어 넣는 거다. 장단이 생산한 쇼트클립은 대략 15~30초의 분량에 꼭 섹시한 여자가 등장했다. 콰이쇼우 등 몇 개 쇼트클립 앱에 매주 2회씩 업데이트하자 얼마 안돼 팔로워 수가 10만 명을 넘어섰다. 쇼트클립 당 촬영비용은 1000위안(약 17만원) 정도였다.

쇼트클립 앱은 콘텐트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콘텐트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콘텐트 활성화를 위해서 직접 보조금도 준다. 최근 중국 인터넷에서는 텐센트 산하의 쇼트클립 앱이 지급하는 보조금에 대한 캡처 사진이 유포됐다. 보조금 총액은 30억 위안(약 5000억원),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S·A·B급으로 구분해서 쇼트클립 하나당 각각 1500위안(약 25만원), 500위안(약 8만5000원)과 140위안(약 2만3000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하나당 1500위안이면 제법 괜찮다. 그런데 소규모 콘텐트 생산팀은 S급을 받기가 만만찮다. 더구나 시장 진입자가 계속 생겨나면서 경쟁이 갈수록 격화됐다.
 중국 정부 규제에도 발전 가능성 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정부의 규제까지 강화됐다. 업계 1위인 콰이쇼우는 이미 5만1295개에 달하는 쇼트클립을 삭제했으며 1만1492명의 사용자 계정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콘텐트 검열부서에 3000명에 달하는 인원을 충원했다는 사실도 놀랍다. 중국은 4억 명에 달하는 사용자가 매일 수천 만개의 쇼트클립을 올린다. 그래서 콘텐트 내용을 확인하는 데도 막대한 인력이 필요하다.

중국 쇼트클립 앱들은 1차적으로 이미지 인식, 음성 인식 기술을 이용해 문제가 될 수 있는 콘텐트를 걸러낸다. 2차는 수천 명에 달하는 인원이 밤낮없이 선정적·폭력적 콘텐트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걸러낸다. 댓글도 모두 검열을 거친 후에야 다른 사용자가 볼 수 있을 정도로 중국의 검열은 철저하다. 지금은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쇼트클립 앱이 잠시 주춤거리지만, 쇼트클립 앱의 발전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텍스트와 사진에서 동영상, 그리고 짧은 동영상으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 김재현 zorba00@gmail.com -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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