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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가 만난 사람(5)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 비핵화는 다이내믹 코리아 새 모멘텀

[이필재가 만난 사람(5)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 비핵화는 다이내믹 코리아 새 모멘텀

성장률 더 높일 계기...북한도 마지막 기회
사진:김현동 기자
“코스닥벤처펀드는 지금의 과열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후유증이 클 거로 보입니다. 투자자에게 코스닥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하는 혜택을 줬지만 상장하지 않은 벤처가 많다 보니 자산운용사들이 주식보다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물량으로 담고 있어요. 그 바람에 메자닌 시장이 극도로 과열돼 있습니다.”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는 “시원치 않은 기업들의 메자닌까지 운용사들이 편입하고 있는데 이들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코스닥벤처펀드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메자닌은 본래 건축용어로 1층과 2층 사이에 돌출한 라운지 공간을 가리킨다. CB와 BW는 위험도가 채권과 주식의 중간 수준에 해당한다는 뜻에서 이렇게 불린다. 이 대표는 이런 상황이 펀드 수익률에 전이될 수 있다고 했다. “고객의 투자 리스크도 문제이지만 운용사로서도 먹을 게 별로 없습니다. 사모펀드를 통해 먼저 들어온 투자자들이 역차별 당하는 문제도 잠복하고 있어요.” 그는 이 문제를 요즘 자산운용 업계의 빅 이슈로 지적했다.

북한의 비핵화 움직임 등 한반도 정세가 한국 경제에 어떻게 작용할 거로 보나요?


“미리 소설을 쓰는 건 경계해야겠지만, 북한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봅니다. 아닐 말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잔머리를 굴렸다가는 바로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손에 넣고, 북은 체제를 보장 받고, 우리는 평화를 챙기는 겁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성장국가를 벗어나 성숙국가에 진입했습니다. 기업들이 돈은 많은데 투자를 안 해요. 그런데 새로운 투자의 모멘텀이 마련됐어요. 단기적으로 성장률을 1%포인트는 높일 기회입니다. 경의선·동해선 등의 철도만 연결돼도 효과가 클 거에요. 남북 간 경제 협력과 사회·문화적 교류가 활발해지면 됩니다. 비핵화와 체제 보장이 이뤄지면 해외 자금도 당연히 들어오겠죠. 통일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우선 다이내믹 코리아를 회복하는 겁니다.”

그는 고령화로 인한 성장률 저하를 막으려면 북한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 고비만 넘기면 3~5년 후 일본처럼 일자리가 넘쳐날 겁니다. 청년실업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 거예요. 그때까지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돼요.”



일이 잘 풀리면 컨트리 리스크가 얼마나 낮아질까요?


“한국 주식시장은 주가수익비율(Price earning ratio, PER) 10이 채 안 됩니다. 수십 년 간 이어진 컨트리 리스크 탓이 가장 커요. 비핵화 성과로 PER가 13만 돼도 종합주가지수가 30%는 올라갈 겁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그는 주요 성과로 수탁고의 현격한 증가를 첫손에 꼽았다. 지난해 말 3조3000억원이었던 수탁고는 현재 4조7000억원에 이른다. 그는 “연내 6조원, 2020년까지 10조원 규모로 키울 것”이라며 “달성할 수 있고 아마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LG투자증권 등에서 근 20년 간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그 시절 6년 간 전략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뽑혔다. 미국 시카고에 연수 가서 회사 연수 프로그램과 별개로 자비를 들여 익힌 기술적 분석 덕이었다. 기술적 분석을 한국 주식 시장과 접목한 그의 책은 5만 부가 팔렸다고 한다. “모든 건 주가에 녹아들게 마련이고 이때 가장 큰 동인이 투자심리죠. 기술적 분석은 투자심리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주는 과학입니다.” 무미건조한 증권사 리포트가 대종을 이룰 때 그는 ‘봄날은 간다’란 파격적인 제목의 리포트를 냈다. 장이 끝났다는 것을 당시 개봉한 영화 제목에 빗댄 이 리포트는 그에게 첫 베스트 애널리스트 상을 안겼다. 투자 에세이를 처음 시도한 것도 그였다. 그는 “지나친 탐욕을 부릴 때가 꼭지, 공포감에 휩싸였을 때가 바닥이다”라고 썼다. “이를테면 신문에 공포와 연관된 단어가 많이 등장할수록 시장은 바닥이라고 할 수 있죠.”



애널리스트로서 쌓은 경험이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되나요?


“애널리스트 출신은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기업 가치를 근간으로 하는 투자를 합니다. 리서치를 바탕으로 한 운용 철학의 기본이 확실히 돼 있는 거죠. 그래서 주식운용팀이 하는 일에 대해선 간섭을 하지 않습니다. 운용 스타일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죠. CEO가 ‘내가 해 봐서 아는데’ 식으로 개입하기 시작하면 좋은 인력만 되레 유출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요.”



금융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비즈니스인데요?


“자산운용사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운용 잘하는 사람이 그 회사의 수탁고를 좌우합니다. 사람이 운용해 수익률도 높이고 그 수익률에 따라 시장에서 돈이 들어온다는 거죠. 일례로 저희 회사 안정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명도가 높은데 그의 명성 덕에 헤지펀드 1~8호에 돈이 들어왔습니다. 자산운용은 사람이 100%가 아니라 120%인 비즈니스입니다.”



사람을 어떻게 다스리나요?


“사람이 조직에 머무는 조건은 세 가지입니다. 연봉, 일 자체 및 조직원으로서의 역할과 책임(Role & Responsibility) 그리고 인간관계죠. 이 중 두 가지는 충족돼야 조직에 남습니다. 한 가지만 충족되면 언제든 떠날 수 있어요. 이 세 가지를 충족시키려 나름대로 노력합니다. 단적으로 헤지펀드 매니저들과 파격적인 조건으로 연봉 계약을 했습니다. 헤지펀드는 운용사로서도 운용 성과로 보수를 받아요. 무엇보다 당사자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맡겨야 합니다. 그러나 역량이 안된다면 떠나야죠.”
 “나무 흔들면 날지 못하는 새 빼고 모두 날아가”
그는 대형사들도 성과 보수를 제대로 주는 곳은 드물다고 귀띔했다. 내부 반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BNK자산운용의 전신은 GS자산운용이다. 3년 전 BNK금융지주가 지분의 51%를 인수했다. 지난해 말 BNK금융지주는 GS자산운용의 나머지 지분을 전량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자본금도 300억원 확충했다. 지배구조와 더불어 자본구조도 바뀐 것이다. 과거 GS자산운용은 자본 잠식 상태에서 인건비를 줄여 수익을 냈었다. “나무를 흔들면 날지 못하는 새 말고 다 날아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은 이들조차 날기를 거부했는지도 몰라요. 연봉을 정상화한 후 이제 일도 정상화하자고 했습니다. 주식운용팀에 새 사람 여섯 명이 합류했고, 돈도 새로 많이 들어왔어요. 큰 돈이 들어오면 해당 본부장이 피자를 쏩니다. 즐거움을 공유하는 한편 서로 자극을 주고받는 거죠. 1분기 마치고 모처럼 워크숍을 즐겁게 다녀왔습니다.” 이 대표는 NH투자증권 시절 100세시대연구 소장을 지냈다.



베이비 부머와 은퇴를 앞둔 세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갖고 있는 거의 유일한 자산인 집 한 채를 유동화해야 합니다. 팔아서 부동산의 자산 비율을 50% 미만으로 낮춰야 합니다. 이제 5~7% 금리의 좋은 시절은 오지 않습니다. 환율도 800원대로 돌아갈 거예요. 이런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죠. 리스크를 안지 않으면 계속 어렵게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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