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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의 1인 회사 설립·운영 길잡이(1)] 잘 지은 회사명, 열 직원 몫 일한다

[백우진의 1인 회사 설립·운영 길잡이(1)] 잘 지은 회사명, 열 직원 몫 일한다

법인 등록 전 단계는 이름 짓기…작명할 때 고려할 사항, 피해야 할 이름은



이왕 시작하는 사업, 자영업자보다 주식회사로 시작하면 어떨까. 주식회사는 설립과 운영이 번거롭지만 장점이 더 많다. 더욱이 제도가 간소해져 혼자서 적은 돈으로 주식회사를 차릴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의 도움 없이 회사를 차려 운영하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다. 1인 주식회사를 설립해 운영 중인 백우진 글쟁이 주식회사 대표가 그 과정을 안내한다.
‘상인은 그 성명 기타의 명칭으로 상호를 정할 수 있다.’ 상법 제18조(상호선정의 자유)의 내용이다. 이는 상인은 자신의 이름이나 기타 명칭을 자유롭게 정해 회사 이름으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어떤 라면 업체가 회사명을 ‘착한라면’이라고 정했는데 실은 유해성분을 넣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할지라도 이 회사에 이름을 고치라고 할 방법은 없다. 행정 처분은 내릴 수 있지만 말이다. 상법은 이어 제19조(회사의 상호)에서 ‘회사의 상호에는 그 종류에 따라 합명회사, 합자회사, 유한책임회사, 주식회사 또는 유한회사의 문자를 사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명칭에 넣는 ‘주식회사’의 위치는 회사명의 앞이어도 되고 뒤이어도 된다. 편의상 주식회사의 이름에서 ‘주식회사’를 생략하고 쓰지만, 공식 명칭에는 ‘주식회사’가 들어간 것이다. ㈜○○○는 주식회사○○○의 약칭이고 ○○○㈜는 ○○○주식회사의 약칭이다.

이름을 확정하기 전에 점검할 사항들:
당신은 이십여 년을 남의 회사에서 일했다. 이제 인생 후반기에 당신의 회사를 차리고자 한다. 당신의 회사를 통해 그동안 쌓은 지식과 경륜을 펼쳐놓으면서 자신을 위해 일하고자 한다. 당신 회사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지으면 좋을까. 영어 단어를 쓸 것인가, 우리말로 작명할 것인가. 아니면 영어와 우리말을 조합해 회사명을 만들 것인가. 영어가 아닌 외국어에서 이름을 가져올 수도 있다. 전혀 새로운 낱말을 만들어내 회사 이름으로 쓰는 방법도 있다.

새로 지은 회사명이 사업의 내용을 잘 전하고 개성이 있어 쉽게 기억되며, 게다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도 담고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잘 지은 회사명은 당신이 전화를 걸고 받을 때마다, 명함을 건넬 때마다 당신의 사업을 드러내고 전파한다. 좋은 이름을 짓고 싶은가? 이전까지 무심코 지나쳤던 회사의 이름을 놓고 곰곰 생각해보라. 그 이름을 지은 발상을 당신 회사의 이름을 짓는 데에도 응용할 수 있을지 궁리해보라. 고민하지 않는다면 좋은 이름도 나오지 않는다.

내가 듣고 무릎을 친 회사명이 비트컴퓨터다. 의료정보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인 비트컴퓨터는 1983년에 인하대 3학년에 다니던 조현정 회장이 시작했다. 그는 서울 청량리 맘모스호텔 방을 장기로 빌려 사무실로 쓰면서 소프트웨어를 짰다. 그는 한 모임에서 내게 “비즈니스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Business Information Technology)의 앞 글자를 따서 비트(BIT)를 만들었는데, 이게 컴퓨터의 비트로도 읽혀 절묘한 작명이 됐다”고 들려줬다.

그 이름은 회사명으로 쓰지 못한다:
당신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딱이다 싶은 ‘참신한’ 회사명을 정했다. 그러나 그 이름으로 회사명을 확정하기엔 아직 이르다. 상법상 허용되지 않는 명칭이 있다. 또 이미 선점된 이름으로는 당신의 법인을 등록하지 못한다. 상법 제18조는 ‘상호선정의 자유’를 허용하지만 회사명으로 등록하지 못하는 경우가 몇 가지 있다.

‘경영컨설팅’ 같은 업종명은 회사명으로 쓰지 못한다. 또 공기업이 아니면 ‘공사’나 ‘공단’이라는 단어를 넣을 수 없다. 유명인의 이름을 활용해도 안 된다. 특히 회사 이름을 최종 결정하기 전에 해당 행정구역(특별시·광역시·시 또는 군) 내에 그 이름이 이미 등록된 것인지 알아봐야 한다. 같은 이름이 등록된 줄 모르고 회사 설립 절차를 밟아 등기신청을 하면 거절된다. 이 경우 정관을 변경하고 설립등기를 다시 해야 한다. 기존 회사명은 대법원 인터넷등기소(http://www.iros.go.kr)에서 초기화면의 왼쪽 아래에 있는 ‘법인 상호 검색’ 메뉴를 클릭해서 확인할 수 있다. 같은 행정구역에 동일한 상호가 등록돼 있더라도 내가 세우려는 주식회사의 업종이 기존 등록 회사와 다르다면 그 회사명을 쓸 수 있다.

도메인 확보·홈페이지 개설도 검토:
다른 업체가 먼저 등록하지 않은 회사 이름을 지었다면, 그 다음에 검토할 사항이 회사 이름을 나타내는 인터넷 도메인을 확보하는 일이다. 도메인은 회사 홈페이지를 만들고 e메일을 활용하는 터전이 된다. 도메인은 숫자로 이루어진 인터넷상의 컴퓨터 주소를 알기 쉬운 문자로 표현한 것을 말한다. 회사 홈페이지 도메인은 대개 영어 문자로 등록하는데, 한글로 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쇼핑사이트 11번가는 11st.co.kr이라는 영어와 숫자로 된 도메인 외에 한글 도에인 11번가.co.kr도 등록했다(한글 도메인 등록은 이제 시들해진 상황이다. 한글 도메인은 2011년 34만9466건이 등록됐다가 2016년에는 10만5443건이 등록되는 데 그쳤다).

회사 도메인을 확보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해 생각해보자. 당신이 ‘놀랄만두’라고 회사 이름을 지었다고 하자. 명함에 네이버나 다음메일, 구글의 개인 e메일을 적는 것보다 nolralmandoo.co.kr 도메인을 확보하고 ceo@nolralmandoo.co.kr이라고 쓰는 편이 더 낫다. 당신이 회사 이름이 들어간 e메일이 아니라 개인 e메일을 활용할 경우, 상대방이 당신의 회사에 대해 법인보다는 개인 회사라는 인상을 받을 소지가 있다.

상표권도 미리 등록해야 하는 경우:
주식회사를 잘 운영해 장차 많은 고객에게 제품을 팔거나 서비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특허청을 통해 상표권을 등록해 권리를 확보해둬야 한다. 자신의 상표권을 등록함으로써 해당 상표를 상품이나 서비스에 독점적으로 쓸 수 있다. 상표권을 등록하지 않은 경우 당신이 공들여 쌓아온 브랜드의 평판과 인지도를 다른 업체가 무임승차해 활용하거나 깎아먹을 위험에 노출된다. 이를 다음 사례로 살펴보자.

1977년 설립된 학습지 업체 재능교육은 ‘재능스스로교실’ ‘스스로학원’ 등에 대해 상표권을 등록했다. 그런데 ‘주식회사 스스로’가 2009년에 이 상호를 일반학원 교육서비스업, 평생교육시설 운영업으로 등록했다. 또 한경희생활과학은 1999년에 설립됐다. 그런데 ‘한경희청소’라는 이름의 청소업체가 2012년 개인사업자 등록을 했다. 두 경우 모두 공방이 법정에서 이뤄졌고, 재능교육과 한경희생활과학이 승소했다. 두 회사가 상표권을 등록했기에 나온 결과다. 한편 한경희생활과학은 2016년에 회사명을 미래사이언스로 바꿨다.

회사 이름이 그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지는 못한다. 스티브 잡스는 사과농장에 들렀다 오는 길에 애플이라는 이름을 회사명으로 쓰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졌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애플은 평범한 회사명에 그쳤을 것이다. 이름보다 실질이 우선이다. 그러나 회사명을 잘 짓고 관련된 만반의 준비를 마친 대표이사는 그 회사의 앞길을 더 잘 닦아갈 수 있다.



※ 백우진은 글쟁이주식회사 대표다. 동아일보·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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