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과 잘 헤어지는 법
직원과 잘 헤어지는 법

이런 강요된 이별을 경험할 때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는 법화경의 성어를 떠올린다. 만남은 헤어짐을 전제로 하고, 떠난 자는 또 다시 어디선가 만나게 되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떠나는 이를 원망해서는 안 되고 다시 만날 날을 준비해야 한다. 이별을 결심한 상대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사표가 사장 선까지 왔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퇴사를 만류하거나 사표를 반려하는 일은 없다. 그저 이런 힘든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얼마나 고민했을까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지새웠을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회사의 리더로서 퇴사를 앞둔 직원들에게 몇 가지 원칙을 세워 응대하고 있다.
첫 번째, 단독 면담으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진다. 월급이 적다, 일이 너무 많다, 아니면 사람이 싫다. 정말 솔직한 퇴사 이유는 위 세 가지 중 하나다. 퇴사자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서 월급을 갑자기 올려줄 수도 없고 일을 줄여줄 수도 없다. 그가 싫어하는 사람을 내보내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당장 아무것도 해결해 줄 수 없다 해도 이야기는 들어야 한다. 회사의 현주소를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면담 내용은 극비에 부치고, 퇴사자의 희망사항을 티 날 정도로 바로 반영하는 일도 없다. 하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이런 목소리들은 언젠가는 경영방침에 녹아든다.
두 번째, 떠나는 직원의 주변을 살핀다. 결혼이나 출산을 앞둔 상황은 아닌지, 부모님이 병중에 계신 것은 아닌지 알아본다. 퇴사자라 할지라도 대소사는 반드시 챙기기 위함이다. 사표 한 장으로 회사와 당신의 인연이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것이다.
세 번째,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본다. 옮길 직장이 이미 정해졌거나 너무 짧은 기간 근무한 직원의 경우는 예외다. 그래도 회사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수 년 간 열심히 근무했던 퇴사 예정자이며, 한때 높은 충성도를 가졌던 인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일은 없을까 함께 고민해본다. 실제로 이 제안을 통해 부서를 옮기거나 고용형태를 바꾸어 계속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꽤 많다. 이 때문인지 유능한 간부가 경쟁사로 자리를 옮겨 함께 일하던 동료들에게 비수를 꽂는 일도 겪지 않았다.
퇴사를 결심한 직원은 이유야 어떻든 회사를 원망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최종 인사권자인 사장을 원망하는 마음이 제일 클지 모른다. 이런 친구들에게 “왜 그 정도를 참지 못 하는가”라고 얘기하는 것은 별 소용이 없다. 위 세 가지 절차는 그들이 갖고 있는 원망의 1할이라도 덜어주고픈 마음에서 시행하고 있다. 오해라면 풀어주고 갈등이었다면 화해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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