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과 잘 헤어지는 법
직원과 잘 헤어지는 법
CEO로 살다 보면 정말 많은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보통사람의 이별이 아주 가끔 있는 일이라면 CEO가 겪는 이별은 정기적일뿐더러 그 경우의 수도 많아 하나의 패턴까지 이루기도 한다. 그렇다 직원 이야기다. 면접장에서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던 신입사원이, 이 회사에 합격만 시켜준다면 날개를 활짝 펴고 언제까지고 열정적으로 일하겠다던 그 친구가 몇 달 후에는 뜬금없이 유학을 가기로 했다며 사표를 들고 나타난다. 아니 이럴 걸 왜 그렇게 간절히 합격시켜 달라고 했나 살짝 원망스러운 맘도 들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 잡는다. 빛나는 스펙과 화려한 언변에만 끌려 사람을 뽑은 탓이 반이고, 그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잘못이 반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10년 가까이 함께했던 간부 사원이 그만두겠다고 나선 경우는 솔직히 신입사원 때보다 좀 더 아프다.
이런 강요된 이별을 경험할 때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는 법화경의 성어를 떠올린다. 만남은 헤어짐을 전제로 하고, 떠난 자는 또 다시 어디선가 만나게 되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떠나는 이를 원망해서는 안 되고 다시 만날 날을 준비해야 한다. 이별을 결심한 상대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사표가 사장 선까지 왔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퇴사를 만류하거나 사표를 반려하는 일은 없다. 그저 이런 힘든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얼마나 고민했을까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지새웠을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회사의 리더로서 퇴사를 앞둔 직원들에게 몇 가지 원칙을 세워 응대하고 있다.
첫 번째, 단독 면담으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진다. 월급이 적다, 일이 너무 많다, 아니면 사람이 싫다. 정말 솔직한 퇴사 이유는 위 세 가지 중 하나다. 퇴사자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서 월급을 갑자기 올려줄 수도 없고 일을 줄여줄 수도 없다. 그가 싫어하는 사람을 내보내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당장 아무것도 해결해 줄 수 없다 해도 이야기는 들어야 한다. 회사의 현주소를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면담 내용은 극비에 부치고, 퇴사자의 희망사항을 티 날 정도로 바로 반영하는 일도 없다. 하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이런 목소리들은 언젠가는 경영방침에 녹아든다.
두 번째, 떠나는 직원의 주변을 살핀다. 결혼이나 출산을 앞둔 상황은 아닌지, 부모님이 병중에 계신 것은 아닌지 알아본다. 퇴사자라 할지라도 대소사는 반드시 챙기기 위함이다. 사표 한 장으로 회사와 당신의 인연이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것이다.
세 번째,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본다. 옮길 직장이 이미 정해졌거나 너무 짧은 기간 근무한 직원의 경우는 예외다. 그래도 회사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수 년 간 열심히 근무했던 퇴사 예정자이며, 한때 높은 충성도를 가졌던 인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일은 없을까 함께 고민해본다. 실제로 이 제안을 통해 부서를 옮기거나 고용형태를 바꾸어 계속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꽤 많다. 이 때문인지 유능한 간부가 경쟁사로 자리를 옮겨 함께 일하던 동료들에게 비수를 꽂는 일도 겪지 않았다.
퇴사를 결심한 직원은 이유야 어떻든 회사를 원망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최종 인사권자인 사장을 원망하는 마음이 제일 클지 모른다. 이런 친구들에게 “왜 그 정도를 참지 못 하는가”라고 얘기하는 것은 별 소용이 없다. 위 세 가지 절차는 그들이 갖고 있는 원망의 1할이라도 덜어주고픈 마음에서 시행하고 있다. 오해라면 풀어주고 갈등이었다면 화해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런 강요된 이별을 경험할 때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는 법화경의 성어를 떠올린다. 만남은 헤어짐을 전제로 하고, 떠난 자는 또 다시 어디선가 만나게 되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떠나는 이를 원망해서는 안 되고 다시 만날 날을 준비해야 한다. 이별을 결심한 상대의 마음을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더구나 사표가 사장 선까지 왔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퇴사를 만류하거나 사표를 반려하는 일은 없다. 그저 이런 힘든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얼마나 고민했을까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지새웠을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회사의 리더로서 퇴사를 앞둔 직원들에게 몇 가지 원칙을 세워 응대하고 있다.
첫 번째, 단독 면담으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진다. 월급이 적다, 일이 너무 많다, 아니면 사람이 싫다. 정말 솔직한 퇴사 이유는 위 세 가지 중 하나다. 퇴사자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서 월급을 갑자기 올려줄 수도 없고 일을 줄여줄 수도 없다. 그가 싫어하는 사람을 내보내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당장 아무것도 해결해 줄 수 없다 해도 이야기는 들어야 한다. 회사의 현주소를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면담 내용은 극비에 부치고, 퇴사자의 희망사항을 티 날 정도로 바로 반영하는 일도 없다. 하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이런 목소리들은 언젠가는 경영방침에 녹아든다.
두 번째, 떠나는 직원의 주변을 살핀다. 결혼이나 출산을 앞둔 상황은 아닌지, 부모님이 병중에 계신 것은 아닌지 알아본다. 퇴사자라 할지라도 대소사는 반드시 챙기기 위함이다. 사표 한 장으로 회사와 당신의 인연이 완전히 끊어진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것이다.
세 번째, 함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본다. 옮길 직장이 이미 정해졌거나 너무 짧은 기간 근무한 직원의 경우는 예외다. 그래도 회사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수 년 간 열심히 근무했던 퇴사 예정자이며, 한때 높은 충성도를 가졌던 인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일은 없을까 함께 고민해본다. 실제로 이 제안을 통해 부서를 옮기거나 고용형태를 바꾸어 계속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꽤 많다. 이 때문인지 유능한 간부가 경쟁사로 자리를 옮겨 함께 일하던 동료들에게 비수를 꽂는 일도 겪지 않았다.
퇴사를 결심한 직원은 이유야 어떻든 회사를 원망하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최종 인사권자인 사장을 원망하는 마음이 제일 클지 모른다. 이런 친구들에게 “왜 그 정도를 참지 못 하는가”라고 얘기하는 것은 별 소용이 없다. 위 세 가지 절차는 그들이 갖고 있는 원망의 1할이라도 덜어주고픈 마음에서 시행하고 있다. 오해라면 풀어주고 갈등이었다면 화해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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