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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0 이상이면 고혈압?

130/80 이상이면 고혈압?

미국심장협회 진료지침 개정 … 고혈압에 의한 조직 손상이 이전의 추정보다 훨씬 낮은 혈압에서 시작된다는 최근 연구 결과 반영해
혈압은 최소 두 가지 다른 상황에서 올바른 자세로 두세 번 측정한 것의 평균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지난해 11월 미국심장협회(AHA)는 고혈압 기준을 낮춘 새로운 진료지침을 발표했다. 그 기준에 따르면 더 많은 미국인, 그중에서도 더 많은 고령자가 고혈압 진단을 받게 된다. 좋지 않은 소식으로 들리겠지만 새 지침은 우리 같은 심장전문의와 심장건강 연구자들이 최근의 혈압 관련 연구에서 얻은 중요한 교훈을 반영한다.

특히 우리는 고혈압에 의한 조직 손상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혈압에서 나타나며, 문제가 시작되기 전에 혈압을 조절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고혈압은 흡연을 제외한 다른 모든 예방 가능한 원인보다 더 많은 심장병과 뇌졸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나는 AHA 회장이자 심장 전문의로서 이번에 수정된 고혈압 진료지침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특히 혈압이 정확히 측정되고, 또 사람들이 혈압을 낮추는 치료 목적의 생활방식을 택할 경우 이 진료지침은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고혈압은 혈관 벽에 가해지는 혈액의 힘이 너무 셀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꽃밭에 물을 줄 때 더 많은 물이 뿜어져 나올 때 호스의 압력이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게 증가된 압력은 심장에 무리를 주고 혈관 기능을 떨어뜨린다.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스트레스로 인해 혈관 내부의 조직이 손상되면서 심장과 순환계가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AHA와 미국심장학회(ACC)는 9개의 다른 건강전문 기구와 함께 900건 이상의 연구 결과를 철처히 검토했다. 그 결과를 반영해 2003년 처음 제시된 미국의 종합적인 고혈압 진료지침을 이번에 수정했다. 새로운 지침에 따르면 고혈압의 기준은 이전엔 140/90mmHg 이상으로 규정됐지만 지금은 130/80mmHg 이상으로 더 낮아졌다. 그 정도 혈압에서도 건강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신 연구 결과가 반영된 것이다. 심장마비(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증상은 수축기 혈압 120mmHg 이상에서 시작되며, 130mmHg에선 120mmHg 아래의 경우보다 그런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두 배로 높아진다.

성인의 혈압은 정상, 높음, 고혈압 1단계, 고혈압 2단계로 분류된다. 이전엔 수축기 혈압 120~139mmHg, 이완기 혈압 80~89mmHg을 ‘경계성 혈압’ 또는 ‘고혈압 전단계’라고 불렀지만 새 지침엔 그런 범주가 없다. 지금 그 수준에 속하는 사람은 ‘높음’ 또는 ‘고혈압 1단계’로 분류된다. 또 혈압약을 복용해야 할지에 관한 결정도 혈압만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지금은 특별 계산 방식에 따라 향후 10년 동안 심장병이나 뇌졸중의 위험이 있는지도 따져본 뒤 혈압약 복용을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혈압이 140/90mmHg 이상인 사람은 그런 위험 수준과 상관없이 혈압약 복용이 권장된다.

흔히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서도 발병하면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고 해서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로 불린다. 평소에 나타나는 증상이 없어 자신이 고혈압인지 알려면 혈압을 재는 방법밖에 없다. 따라서 정확한 혈압 측정이 올바른 진단에 필수적이다. 아울러 새 지침은 혈압을 병원에서 의료진이 재든 환자 자신이 집에서 직접 재든 올바른 측정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혈압은 최소 두 가지 다른 상황에서 두세 번 측정한 것의 평균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여러 가지 흔한 실수가 수치를 부풀릴 수 있다. 방광이 가득 찼을 때 잰다거나, 허리나 다리에 의지하지 않고 몸을 앞으로 숙여서 잰다거나, 다리를 꼰 채 앉아서 잰다거나, 말을 하면서 재는 것 등이 잘못된 방법이다. 혈압 측정기의 커프가 너무 작다거나 옷 위에 커프를 밀착시켜도 정확한 수치를 얻을 수 없다. 재는 팔을 심장과 같은 높이로 의자나 카운터에 의지하지 않고 재는 것도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정확한 측정이 올바른 진단과 신속하고 최적인 치료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새로운 지침으로 고혈압 진단 기준이 낮아지면서 20세 이상의 미국 성인 중 고혈압 진단을 받는 사람이 약 33%에서 46%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새로운 지침을 적용해도 혈압약 복용이 권장되는 미국 성인의 비율은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고혈압 진단을 받게 되는 사람 대다수는 생활방식만 바꿔도 건강한 수준으로 혈압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압이 높아지면 오래 가지 않아 혈관 손상이 시작된다. 문제를 예방하거나, 이미 시작된 손상을 늦추거나, 심장병과 뇌졸중의 위험을 낮추려면 조기 발견과 조기 개입이 필수적이다. 특히 고혈압 예방과 치료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이다.약을 사용하지 않고 고혈압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검증된 접근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사진:AMERICAN HEART ASSOCIATION
● 체중을 줄여라. 1㎏ 감량에 수축기 혈압이 약 1mmHg 떨어질 수 있다.

● 식단을 개선하라. 과일과 채소, 통곡물, 저지방 낙농제품, 포화 지방과 전체 지방이 적은 식품, 저염 식품(평소 나트륨 섭취량에서 하루 1000㎎씩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라), 고칼륨 식품(하루 칼륨 3500~5000㎎ 섭취를 목표로 정하고, 바나나·감자·아보카도와 검푸른 채소 등 칼륨이 풍부한 식품에 초점을 맞춰라)으로 식단을 구성하라.

● 신체활동을 늘려라.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저항운동) 둘 다에 일주일에 90~150분씩 할애하라.

● 음주량을 줄여라. 여성의 경우 하루 1잔 이하, 남성은 하루 2잔 이하로 제한하라.

스스로 건강에 이로운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물리적·사회적·정책적 상황의 복잡하고 서로 관련된 여러 측면도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시스템과 환경의 변화를 이끄는 공중보건과 정책이 건강한 생활방식을 채택하려는 개인의 노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보나 자전거 도로, 공원이 잘 만들어져 있으면 신체적으로 활발한 생활방식을 유도할 수 있다. 또 동네 가게와 자판기, 공공시설에서 건강에 좋은 음식을 구입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식습관을 도모할 수 있다. 아울러 지역사회 기반의 노력은 사회적 규범과 환경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 환경에선 건강에 이로운 선택을 더 쉽게 할 수 있다.



※ [필자는 미국 텍사스대학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의 건강 담당 수석 부사장이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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