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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차량 공유 서비스의 무덤?] 모호한 규제와 관련 업계 반발에 발목

[한국은 차량 공유 서비스의 무덤?] 모호한 규제와 관련 업계 반발에 발목

풀러스·콜버스·럭시 등 사업 중단 … 차차·모두의셔틀 등은 서비스 강행
사진:연합뉴스
차량 공유 업체인 차차크리에이션은 9월 5일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국토교통부가 사업 중단 통보를 했지만 차차 측은 “차라리 와서 단속하라”는 입장이다. 김성준 차차 대표는 “사업을 접을까 고민했지만 대리 기사와 고객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사업을 계속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사업을 시작한 차차는 렌터카와 대리기사가 결합된 형태의 승차공유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동안 우버를 비롯한 다양한 차량 공유 업체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대부분 규제에 막혀 사업을 접었다. 김 대표는 국토교통부에 사업계획서의 핵심 내용을 먼저 보내고 사업 가능성을 타진했다. 동시에 법률 자문을 받으며 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고 9개월 만인 지난 7월 31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사업 중단 통보를 받았다. ‘여객자동차 운송사업법’을 어긴 혐의였다. 김 대표는 반발했다. 그리고 “승복할 수 없다”며 서비스를 강행 중이다. 그는 “서비스 시작 당시 사업 설명을 들은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이 ‘준비 많이 했다’고 격려하더니 갑자기 불법이라면서 사업을 그만하라고 한다”며 “왜 세계에서 다하는 차량 공유 사업이 한국에서만 불법인지, 법이 누구를 위해 있는 것인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국토부 관계자 “준비 많이 했다”고 격려하더니…
한국이 차량 공유 서비스의 무덤이 되고 있다. 모호한 법체계와 택시 업계의 반발 등으로 시작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문을 닫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풀러스는 지난해 11월 기존 출퇴근 카풀 서비스를 24시간으로 확대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경찰 조사 등이 이어지며 사업을 사실상 접었다. 2015년 말 심야에 전세버스를 활용한 버스 공유 사업을 시작했던 콜버스도 공유 사업을 포기했다. 콜버스는 전세버스 예약 중개 사업 업체로 전환한 상태다.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사업을 포기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8월 개인 간 카풀 서비스인 럭시에 지분 투자 방식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택시 업계의 반발에 부딪히자 6개월 만에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차량 제조 업체가 참여하는 차량 공유 모델은 독일 자동차 업체의 모델을 벤치마킹 한 것이다. 독일 최대 차량 공유 업체는 폴크스바겐이 운영 중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사라졌다. 세계 최대 업체인 우버 역시 불법 논란 끝에 과징금을 내고 지금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 중이다. 8월 29일 한국을 방문한 바니 하포드 우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국에서 우리 사업 방식이 잘못됐다”며 “한국 정부 방침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규제와 로비에 막혀 번번이 사업을 접게 되자 스타트업 업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계를 대표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8월 8일 ‘규제 혁신을 방치하고 변화를 지연시키지 말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카풀 시장 국내 1위 스타트업 풀러스가 직원 70%를 구조조정한 데 이어 차차, 모두의셔틀 등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다른 업체들도 경영난에 처하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차차는 국토교통부 영업 중단 조치에도 사업을 진행 중이다. 모두의셔틀도 서울시로부터 영업 중단 통보를 받았지만 현재 서비스를 강행하고 있다. 차량 공유 규제에 반발하는 시민단체도 늘었다. 8월 27일 카풀운전자연맹, 28일에는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가 성명을 발표했다. 카풀러는 “택시 업계가 국민 불편은 뒷전이고 국민을 성범죄자로 몰아간다”고 주장했고, 컨슈머워치는 “소비자는 승차 공유를 원한다”고 발표했다. 카풀 이용자 단체가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지난 8월 23일 택시 업계가 한 일간지를 통해 “카풀 운전자의 경우 면허제가 아니라 성범죄자 등 범법자가 채용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분노했다고 밝혔다. 컨슈머워치는 성명서에서 “택시 업계는 ‘면허제’라는 울타리 안에서 모든 승차 공유를 불법으로 몰아, 소비자가 더 저렴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기회를 막았다”고 지적했다.

차량공유 사업을 가로막아온 택시 업계는 여전히 ‘사업 불가’를 외치고 있다. 출퇴근 시간 외에는 사업용 차량이 아닌 차가 수익 올리는 것을 금지하는 여객사업자 운송법을 지키라는 입장이다. 택시 업계는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카풀을 허용하면 대중교통시스템이 근간부터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업계 4개 단체는 지난 8월 22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카풀 합법화에 대한 모든 논의를 거부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28일 ‘카풀 금지법’의 국회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만약 오는 9월까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대규모 집회로 대응하겠다는 강수를 던졌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카풀 업계는 지금까지 24시간 영업을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말이 카풀이지 우버와 다른 게 없어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현행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입장이지만 카풀 업계에서 양보를 한다거나 출퇴근 시간대를 지키겠다는 의사표현을 한다면 대화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이 한국 시장 장악 가능성
국토부가 사업 중단 명령을 내렸지만 차차는 계속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카풀 업계는 차량 공유가 대중의 삶의 질을 높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주장한다. 유연근무제가 확산되는 가운데 택시 승차 거부를 카풀로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 조사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에 들어온 콜 수는 22만 콜이었지만 실제 운행 대수는 2만5000여대였다. 차량 부족 문제를 카풀 서비스로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차량 공유는 2030년 세계 시장 규모가 2850억 달러(약 320조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될 만큼 유망한 산업”이라며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각종 규제에 묶여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세계적으로 보편화한 차량 공유서비스를 규제로 막다가 국내 시장을 송두리째 해외 업체들에게 넘겨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성준 차차 대표는 “차량 공유 시장은 언젠가 열릴 텐데, 국내 업체가 자리잡지 못하면 결국 시장을 글로벌 기업이 가져가게 될 것”이라며 “신기술을 사용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사업을 왜 막으려고만 하는지 정부가 다시 한 번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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