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은 탈출이 답?”...‘글로벌 증시 훈풍’서 소외된 韓 증시, 향방은
[‘위기의 韓증시’ 긴급 진단] ①
글로벌 증시 최고점 경신하는데...K-증시 ‘주춤’
개미 국내주식 순매도 행렬...하반기 리스크 국면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국장(국내 주식시장) 떠나겠습니다.”
글로벌 증시가 연일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게걸음하고 있다. 증시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자 미국 등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며 국내 자본시장의 기반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들어선 이후 한국의 주가지수는 주요국 증시에 비해 크게 부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22일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72포인트(0.03%) 내린 2723.46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0.79포인트(0.09%) 하락한 845.72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2021년에 기록한 3300선은 물론, 지난 3월 말 기록한 연고점(2779.40)도 뚫지 못한 채 2700선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국내 증시와 달리 해외 증시는 기업 실적 호조와 금리 인하 기대가 쌍끌이로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기록적인 강세장이 진행되고 있다. 코스피의 연초 이후 상승률은 2.59%인데 반해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지수는 12.13%, S&P500지수는 11.56% 상승했다. 일본 니케이225지수의 상승률은 16.38%에 달한다.
특히 최근 들어 대만 증시와 한국 증시 간 차별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만 가권지수는 올해 들어 18.4% 상승했다. 대만과 한국 간 주가상승률 차별화도 눈에 띄는 부분이지만 대만과 한국 간 시차총액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팬데믹기간 중 대만 시가총액이 한국 시가총액을 일시적으로 상회한 적은 있지만 최근처럼 대만 시가총액이 한국 시가총액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격차를 확대한 사례는 없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미국 증시는 물론 유럽 주요 증시와 함께 대만 증시도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며 “연초까지 극도의 부진을 보이던 중화권 증시 역시 강한 반등 랠리를 보여주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예외”라고 말했다.
韓 증시 저평가 해소 언제쯤…K-증시 떠나는 개미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올해 5월 20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코스닥 주식 9조69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이 사들인 해외 주식은 57억4000만 달러(약 7조8000억원)에 이른다. 개인의 국내 증시 이탈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 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세율은 20~25%다. 당초 지난해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2025년으로 시행이 2년 유예된 상태다.
내년 금투세 도입이 예정된 상황에서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다만 야당은 조세 형평성을 위해서 합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금투세 도입 유무를 장담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민감해하는 공매도 역시 조만간 재개될 조짐을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6월 하순이 되기 전 공매도 재개 여부와 방식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재개할 수 있다면 하고,그렇지 않다면 이른 시일 내 정상화할 방안에 대해 말씀드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이 공매도 재개 뜻을 밝히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공매도 전면 금지를 선언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불법 공매도 차단 시스템 구축·글로벌 투자은행(IB) 전수조사’를 약속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아직 무엇 하나 제대로 마무리된 게 없는 상황에서 공매도 재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감도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된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으로 기업가치 제고 노력과 주주 환원 정책을 골자로 한다. 개인 투자자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강제성이 없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 소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의 제도 개선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며 “반면 미국 등의 해외 증시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국내보다 해외 투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해외주식 투자가 쉬워지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굳이 국내 주식만 바라볼 필요가 없어졌다”며 “향후 투자자 이탈이 빨라질 경우, 기업들도 자금 조달이 수월한 해외 증시로 옮겨가며 국내 자본시장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하반기 국내 증시는 ‘피크아웃’(고점 찍은 뒤 하락) 우려에 따라 지수에 하방 압력이 가중되는 리스크 국면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현재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강화되고 있으나 하반기에는 피크아웃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며 “하반기에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전반적인 수출 증가율과 경제 성장률 둔화 조짐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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