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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진정한 비핵화의 길 가려면…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의 길 가려면…

먼저 핵무기 프로그램 현단계에서 동결시키고 신뢰 바탕으로 미국과 새로운 관계 수립해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은 지난 10월 7일 4차 방북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뒤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 사진:NEWSIS
지난 3월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의 대북 특사단을 만나 미국과 핵무기 폐기를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는 미국의 북한 체제 보장과 북한의 비핵화를 교환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원했다. 그의 뜻대로 정상회담은 6월 12일 성사됐다.

그 이래 김 위원장은 여러 차례 비핵화를 약속했다. 최근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는 2021년 초까지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겠다고 천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10월 7일 4차 방북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뒤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그러자 러시아와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한반도 사태의 ‘긍정적인 발전’이 이뤄졌다며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김 위원장은 말로만 비핵화를 외쳤을 뿐 실질적인 비핵화는 하지 않았다. 핵무기를 하나라도 폐기해야 비핵화의 첫걸음을 뗀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북한은 지금까지 단 한 기의 핵무기도 없애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은 올해 들어 핵무기 5∼9기를 제조한 정황이 있다. 비핵화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는 뜻이다. 북한이 비핵화가 아니라 핵무장을 강화하는 한 보상이 있어선 안 된다.

김 위원장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경제발전에 전념하겠다고 공언한 사실을 고려하면 그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다. 앞으로 2년 안에 폐기해야 할 핵무기를 지금 새로 제조하기 위해 경제개발에 투입돼야 하는 수억 달러를 낭비하는 이유가 뭘까? 그가 지금까지 미국이 제시한 보상 방안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해도 기존에 갖고 있는 30∼60기의 핵무기만으로 협상을 끌어가기에 충분해 보이는 데도 말이다.

당연하지만 말보다 행동이 훨씬 많은 것을 시사한다. 김 위원장의 행동은 그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시사한다.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수십 기를 갖춘 핵무력을 구축할 때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뜻이 아닌가?

김 위원장은 북한 내부의 강경파가 강하게 반대하기 때문에 진정한 비핵화를 시작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북한 같은 체제에서 최고 지도자가 스스로 나라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다고 인정하는 모습을 내비친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그런 우려는 상당히 과장됐을 수 있다. 북한 고위층 엘리트 중 다수는 기업가이기도 하다. 따라서 경제제재가 그들의 개인적인 사업에 큰 타격을 준다. 비핵화가 자신의 개인적인 경제 사정을 크게 개선해준다는 사실을 그들이 모를 리 없다. 따라서 그들은 비핵화를 반대하기보다 지지할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지난 3월 이래 미국은 대북 경제제재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이 과거에 추진했던 ‘전략적 인내’ 정책도 트럼프 정부의 폐지 공약과 달리 지속했다. 그러나 진정한 비핵화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현단계에서 즉시 동결하는 방안이다.예를 들어 북한에 올해 들어 제조했을 가능성이 큰 핵무기를 신고하도록 하고, 프랑스-영국 합동 핵무기 전문가 팀과 북한 과학자들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독 아래 그 무기를 해체하는 것이다. 핵무기 해체 후 프랑스-영국 팀이 핵물질을 북한에서 반출하고, IAEA는 북한에서 추가적인 핵무기 생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검증하기 위해 북한의 주요 핵무기 생산시설에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

지난해 7월 평안북도 방현 지역에서 ICBM급 화성-14형 미사일 발사 준비상황을 지켜보는 북한 지도부. 비핵화를 위해선 ICBM도 폐기해야 한다. / 사진:JOONGANG PHOTO
효과적인 감시를 위해 IAEA는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 시설,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 핵무기 조립 시설 등 모두 합해 10개 정도가 될 수 있는 시설의 목록을 북한에 요구할 수 있다. 이 목록은 시설의 이름과 목적, 위치와 규모(용량)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좀 더 포괄적인 핵무기 신고는 그 다음으로 미뤄도 된다.

또 IAEA는 그 시설 목록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제공한 목록이 미국과 한국이 알고 있는 주요 핵무기 생산시설을 전부 다 포함하지 않을 경우에 필요한 추가적인 절차가 만들어질 수 있다.

단순히 북한의 핵병기고를 현재 수준으로 동결하는 것만 해도 이런 절차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를 시작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시사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특히 ICBM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미국과 한국이 주요 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북한에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이런 행동은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북한의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 원칙의 정신과 일치한다. 북한은 이런 조치에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는 대북 제재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다른 보상책이 고려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공동합의문의 첫째 조항은 ‘미국과 북한은 양국 국민의 평화와 번영을 향한 염원에 부합하며 새로운 북미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 조항과 관련한 북한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첫째, 미국은 중국에 ‘쌍중단’에 동참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북한 국경 지역에서 실시하는 중국의 군사훈련을 중단하라는 뜻이다. 그로써 북한 체제 보장에 대한 미국의 관심을 보여줄 수 있다.

또 미국은 북한의 사회과학·경영학 대학원생 100명을 미국의 일류 대학으로 초청할 수 있다. 미국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배우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이다. 북한 엘리트층도 그런 방식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양자 관계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다. 이런 모든 조치는 미국이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기 원한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도록 하려면 이보다 훨씬 많은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위협이 더 커지기 전에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진정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질 것이다.

- 브루스 W. 베넷



※ [필자는 미국 랜드연구소의 국제·국방 문제 담당 선임연구원이다. 이 글의 내용은 필자 자신의 견해로 뉴스위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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