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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전까진 채찍 버리지 않을 것”

“비핵화 전까진 채찍 버리지 않을 것”

미국은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한반도 비핵화 위해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 촉구하고 나서
지난 11월 9일 워싱턴에서 미국과 중국의 ‘2+2 외교·안보 대화’가 열렸다. (왼쪽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웨이펑허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 / 사진:AP-NEWSIS
미국과 북한 사이의 비핵화 협상이 또다시 고비를 맞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고위급 회담이 지난 11월 8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연기됐다. 양측의 적대적인 발언도 다시 시작됐다. 동시에 트럼프 정부는 러시아·중국과 제재 이행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나섰다.

미국과 북한 간의 고위급 회담이 취소된 공식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소식은 역사적인 숙적인 양측 사이에서 급속하게 진행되던 전례없는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돌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치켜세우며 그에 대한 신뢰를 자주 피력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노력에서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 변함 없는 입장이다.

북한은 주요 군사 시설을 철거했고, 한국전쟁 당시 전사자 유해를 미국에 넘겨줬고, 억류된 미국인을 풀어주는 등의 성의를 많이 보였으니 이젠 미국이 양보할 차례라며 제재 완화를 압박했다. 그러나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11월 9일 미국이 대북제재를 해제할 준비가 됐다는 일각의 추정을 일축하며 “(완전한 비핵화를 확인하기 전까지) 우리는 채찍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북한의 국가경제력이 외부의 제재·압박보다 강하다며 주민에게 ‘자력갱생’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 이 구호를 더 높이 추켜들고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힘있게 다그치자’는 제목의 1면 사설에서 “오늘 역사에 유례없는 가혹한 제재 봉쇄 속에서도 기적적으로 일떠서(일어서) 번영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는 주체 조선의 무진막강한 국력과 발전 잠재력에 세계가 경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든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우리의 일심단결의 위력과 국가 경제력은 적대세력들의 제재압박보다 더 강하며 최후 승리는 우리의 것이라는 신념을 굳게 간직하고 자력갱생 대진군을 더욱 힘있게 다그쳐 나가야 한다. ... 우리는 어떤 역경 속에서도 추호의 흔들림 없이 우리가 선택한 길을 따라 끝까지 걸어가야 한다. 남을 쳐다보고 우연을 바라서는 그 어떤 성과도 기대할 수 없다.”

올해 초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단초를 제공한 외교 설전으로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될 뻔한 이래 북한이 보인 가장 거친 표현이었다. 지난 6월 13일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존립에 필수적이라고 오랫동안 주장하던 핵무기를 김 위원장이 포기하겠다고 다짐한 이후 미국과 북한은 전체적으로 괜찮은 관계를 이어갔다. 지난해 북한이 태평양상의 미국 영토인 괌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세 번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준비하던 상황과는 크게 달랐다.

그러나 양측은 비핵화 협상에 지나칠 정도로 신중하게 접근했다. 반면 한국은 문재인 정부 아래서 다양한 분야의 남북 교류를 신속히 추진하며 긴장완화에 적극성을 보였다. 이처럼 한국이 대북제재 완화를 희망하는 식으로 비치자 백악관은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지난 10월 10일 한국 관리의 ‘5·24 제재’ 해제 검토 발언에 대해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북미 평화 프로세스에서 활력을 계속 유지하길 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업적과 관련해 가장 자주 언급하는 사안 중 하나가 북핵 문제다.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되는 등(전례 없는 양자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양측이 모두 자주 사용하는 기싸움 전술이 회담 취소나 연기다) 최근 교착 상태가 지속되자 미국은 다른 전통적인 적대국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11월 9일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이 고조된 시점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웨이펑허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을 워싱턴에서 만나 ‘2+2 외교·안보대화’를 열었다. 양국 사이에서 진행 중인 무역 전쟁에도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지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의 전통적인 동맹국인 중국의 지원을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회담 직후 기자들에게 “우리 양국이 (경제 문제에서) 중요한 차이점에 부닥쳤지만 우리 양자 관계와 협력은 여러 가지 많은 핵심 이슈에서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오늘 회의를 통해 나는 지난 싱가포르 정상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합의한 대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기 위해선 우리 양국의 단합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 측에 북한과의 무역을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계속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과 제한된 상거래를 은밀히 진행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또 중국은 북한의 핵 야심도 비판했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야심을 제한하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 이 지역에서 미국은 중국의 폭넓은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이의를 제기한다.

김 위원장은 2011년 북한 최고 지도자로 등극한 이래 지속돼온 대중국 관계의 동결 시대를 끝내고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정상회의 제안을 수락한 직후였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엔 국제적으로 따돌림 받은 상황이었지만 그 이래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을 세 차례나 만났고 트럼프 대통령을 한 번 만났다. 그러나 근년 들어 국제무대에서 부상한 이웃나라 러시아의 지도자는 아직 만나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이야기는 지난 한 해 동안 가끔씩 흘러나왔지만 일정이 정해지진 않았다. 중국처럼 러시아도 미국으로부터 대북한 경제제재를 위반한다는 비난을 샀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이 진행되면서 러시아는 공개적으로 제재 완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0월 16일 러시아 외무부가 ‘미국 측의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밝힌 모스크바의 대화에서 이고르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양측은 한반도의 현 상황에 관한 견해를 교환했다”며 “한반도 문제의 통합된 해결을 위해 양국은 접촉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도 동아시아 지역의 수십 년 묵은 갈등을 해결하는 문제에서 푸틴 대통령의 지지를 치하했다. 지난 11월 8일 경북 포항 포스텍 체육관에서 열린 제1회 한-러 지방협력 포럼에서 문 대통령은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통해 남-북-러 3각 협력 기반을 확고하게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극동지역은 양국 간 교류와 협력의 중심지역으로 오늘이 그 첫걸음을 내딛는 역사적인 자리다. 한-러 지방협력포럼은 양국의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전면적 교류협력의 길을 걸어가는 전기가 될 것이다. 협력의 새 지평을 열어 중앙에서 지역으로 더욱 넓히고, 지역이 함께 골고루 번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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