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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적어도 안전한 음주는 없다

아무리 적어도 안전한 음주는 없다

매일 맥주 한 잔도 사망 위험 높일 수 있어 … 암의 경우 모든 음주는 위험 증가시켜
술은 한 번에 최대 한두 잔 정도 마셔야 안전한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 사진:GETTY IMAGES BANK
일반적으로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알려진 정도의 술을 마셔도 사망 위험이 최고 20% 높아질 수 있다고 최근 과학자들이 학술지 ‘알코올리즘: 임상·실험 연구’에서 발표했다. 그들은 최소 한두 잔씩 일주일에 4차례 술을 마시면 일주일에 3차례 이하를 마시는 사람보다 더 일찍 사망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 몇 달 전엔 약 700건의 연구를 분석한 결과 ‘알코올 양이 아무리 적어도 안전한 음주는 없다’는 연구 결과가 의학 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적 있다.

공식 음주 지침과 상충되는 연구 결과다. 미국 보건복지부와 농무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2015~2020년 미국인 식생활 지침은 여성의 경우 하루 한 잔, 남성은 두 잔을 마시면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명시한다. 여기서 한 잔이란 맥주(알코올 함량 5% 기준)는 355㎖, 맥아주(7%)는 237㎖, 와인(12%)은 148㎖, 증류주(40%)는 44㎖다. 물론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술을 마시기 시작해선 안 된다고 지침에 나와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이끈 워싱턴대학 의과대학원의 정신과 부교수 세라 하츠 박사는 “매일 술을 마시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최초의 연구”라고 말했다. 하츠 박사는 음주와 관련된 사망률 증가가 주로 암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미국 국민건강설문조사(NHIS)에 응한 18~85세 34만668명과 미국 재향군인 병원의 40~60세 환자 9만3653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그런 결론에 도달했다. 하츠 박사는 “아주 다른 두 개의 데이터 세트에서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하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전국적인 대규모 조사였고 다른 하나는 나이 많은 재향군인의 데이터였다. 하츠 박사는 “두 집단 모두에서 같은 점이 발견됐기 때문에 우리는 이 결과가 신뢰성이 있으며 일반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물론 지난 6월 스탠퍼드대학과 브라질 상파울루대학 바이오메디컬과학연구소의 과학자들이 쥐 실험을 바탕으로 적당한 음주가 심장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적당한 음주가 심장건강에 실제로 이로운지에 관한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하츠 박사팀은 알코올이 암 위험을 높인다는 점을 이번 연구가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하츠 박사는 이 연구의 한계에 관해 논평하면서 나이·인종·성별·흡연 여부 같은 변수가 고려됐지만 음주와 사망 사이의 관계는 연구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많은 요인이 결과를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우리의 음주량 측정이 설문조사에 기초했다는 점이다. 그런 조사는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런 한계가 있음에도 표본 집단 규모가 크고 상당히 다른 두 집단에서 같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우리는 결과가 정확하다고 자신한다.”

하츠 박사는 개인 맞춤형 의학이 보편화되고 발전하면서 앞으로 의사들이 환자의 질병 위험을 테스트하고 그에 따라 안전한 음주 수준을 설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적은 양을 마시도록 하고 암에 걸릴 위험이 높은 사람은 식단에서 술을 완전히 배제하도록 조언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츠 박사는 “매일 와인 한 잔씩 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선택한 생활방식에서 건강에 해로운 것이 많다. 음주도 그중 하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 워싱턴대학 산하 건강측정평가연구소(IHME)의 선임연구원으로 앞서 언급한 랜싯에 발표한 논문의 주 저자인 맥스 그리스월드 박사(하츠 박사의 연구와는 상관 없다)는 하츠 박사의 연구가 중요한 것은 사람이 얼마나 자주 술을 마시는지, 또 그것이 사망 위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연구는 대부분 음주 빈도보다는 알코올 양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잠재적인 문제점도 지적했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을 검토할 땐 위험에 따라 연령층의 각각을 별도로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에 따라 사망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연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 결과를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영국 알코올 리서치의 조사·정책개발 국장 제임스 니콜스 박사는 뉴스위크에 이 연구에서 J자 형의 그래프 곡선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음주 영향에 관한 다른 대규모 연구와 비슷하다는 뜻이다. 니콜스 박사는 “술을 적게 마시는 사람이 완전히 마시지 않는 사람과 많이 마시는 사람 둘 다보다 위험이 적어 보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암의 경우 모든 음주는 위험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아주 적은 양을 마시는 사람의 경우 위험의 절대적인 수준은 아주 낮다.”

그렇다면 우리가 얻어야 하는 메시지는 뭘까? 그리스월드 박사는 “한 번에 최대 한두 잔, 일주일에 세 번 이하만 마셔야 안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박스기사] 진통제 남용보다 과음 사망자 더 많아 - 마약성 진통제로 미국 성인 연평균 7만2000명이 목숨을 잃는데 비해 술에 의한 사망자는 8만8000명
미국 워싱턴대학 산하 건강측정평가연구소(IHME)에 따르면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보다 술 때문에 사망하는 미국 성인이 더 많다. 오피오이드 남용에 따른 중독으로 연평균 7만2000명이 목숨을 잃는 데 비해 과음에 따른 사망자는 8만8000명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그들이 사망하면서 생산성을 가진 연령대에서 과음을 즐기느라 250만 년이라는 잠재적인 수명이 단축됐다고 분석했다(수명이 개인당 평균 30년 정도 짧아졌다고 추정한다).

알코올 관련 사망률의 증가는 새로운 현상이다. 최근 USA 투데이에 인용된 새 보고서에 따르면 알코올에 의한 사망 건수가 2007~2017년 35% 늘었다. 특히 젊은 여성이 과음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남성의 사망 증가율은 27%인데 비해 여성은 67%로 두 배 이상 높았다.

미국 국립 알코올 남용 및 중독 연구소(NIAAA)에 따르면 여성이 알코올 관련 위험에 더 취약한 것은 남성보다 몸무게가 적게 나가고, 알코올의 효과가 더 빨리 나타나기 때문이다. 과음하는 여성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은 간손상·심장병·유방암·임신합병증이다.

2015년 NIAAA 조사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의 9.3%는 조사 전 1개월 안에 술을 마셨다. 또 여성의 51.1%는 일반적으로 술을 마셨고, 그중 22%는 조사 전 1개월 안에 폭음한 적이 있었다. 남성의 경우 그 비율은 각각 61.3%, 32.1%였다. 여성 음주자의 5.4%는 알코올장애로 치료 받은 적이 있었다(남성은 7.4%). 십대의 음주 사망률은 16% 하락했지만 45~64세의 음주 사망률은 약 25% 증가했다.

과음과 관련된 사망은 즉시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망 원인 중 다수는 간경변증, 췌장염, 암, 자살 등 장기간 과음에 의해 진전된 문제다. 심리학자 벤저민 밀러는 알코올 관련 사망률이 오피오이드 남용에 의한 것보다 높은데도 우리 사회가 여전히 음주를 하나의 문화로 수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화적으로 우리는 음주를 용인하지만 마약 같은 다른 약물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서 인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 켈리 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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