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식품’ 너 딱 걸렸어!
‘짝퉁 식품’ 너 딱 걸렸어!
산지에서 매장까지 전 유통과정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식품안전과 원산지 같은 정보 곧바로 확인할 수 있어 중국 소비자가 ‘호주산 쇠고기’ 라벨이 붙은 포장육을 구입할 때 그 내용물이 실제로 호주산 쇠고기일 확률은 반반이다. 쥐고기·개고기·말고기·낙타고기 또는 모두 섞은 고기가 담겼을 가능성도 그만큼 된다. 역겹고 위험할 뿐 아니라 큰 경제적 손실이 따른다.
글로벌 식품업계의 사기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심지어 병들게 하면서 여러 해 동안 지속돼온 수십억 달러의 문제다. 전 세계 식품 제조업체들은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39%는 자사 제품의 짝퉁이 쉽게 등장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40%는 식품사기를 감지하기가 어려운 문제를 지적한다.
3년여 동안 블록체인을 연구하면서 사기 방지와 보안 강화의 잠재력을 지닌 이 기술을 이용해 농산품 사기를 막아내고 식품안전을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런 생각에서 온갖 테스트를 실시하는 기업이 많다. 와인이 포도에서 병에 담기기까지의 과정, 커피 콩이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단계를 추적하는 식이다.
식품이 농장에서 소비자에게로 넘어가는 과정을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추적하는 초기 시험은 2016년에 실시됐다. 월마트가 중국에서 사육되는 돈육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소비자는 중국 판매자들이 주장하는 식품의 진위와 원산지 정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게 됐다. 양돈장 직원들이 사육장 검사 보고서와 가축 건강 증명서 이미지를 스캔해 기록을 삭제하거나 수정할 수 없고 추가만 가능한 안전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
가축이 사육장에서 도살장, 가공·포장 공장, 그 뒤 판매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화물 트럭 기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평소 그들은 각 단계마다 운송, 저장온도, 기타 검사와 안전 보고서를 상술한 문서 그리고 당국의 검인필 스탬프를 수령했다. 그러나 월마트 테스트에선 기사들이 그 문서를 촬영해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베이스에 사진을 올렸다. 데이터베이스를 구동하는 컴퓨터를 월마트가 통제했지만 데이터의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기구 시스템이 개입할 수도 있다.
돈육을 판매용으로 포장할 때 각 용기에 붙이는 스티커에 코드를 새겨 넣는다. 코드는 블록체인에 기록된 식육 관련 정보에 연결되며 스마트폰으로 판독할 수 있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곧바로 코드를 스캔해 그 제품이 정말로 자신이 구입하고자 하는 제품인지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스티커 관련 기술이 발전해 보안과 위조방지 기능이 강화됐다.
월마트는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망고를 대상으로 비슷한 테스트를 했다. 그랬더니 각 망고의 중량·품종·재배지·수확시점, 미국 세관 통과 일자, 언제 어디서 썰었는지, 썬 망고를 어떤 냉장 시설에 보관했는지, 매장으로 납품될 때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소비자가 확인하는 데 2.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블록체인 시스템은 제품 원산지 추적 외에도 고가의 와인 병에 싸구려 포도주가 담겨 팔리지 않도록 막는 기능도 있다. 일부 짝퉁 제조업자들은 고급 라벨이 붙은 빈 와인 병을 입수해 값싼 와인을 부어 불법적인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2016년 12월 와인 전문가 모린 다우니는 병마다 고유의 디지털 신원을 부여하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선보였다. 병과 코르크에 새겨진 데이터와 고해상도 사진을 포함해 생산·소유권·저장 이력에 관한 90여 가지 데이터를 결합했다. 병이 포도원에서 유통업체로 이동하는 동안 데이터가 업데이트되고 창고·소매업체·경매소 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우니의 시스템은 최근 병을 따지 않고 와인을 추출하는 와인 보존 시스템을 역분해 모방한 더 정교한 첨단 와인 짝퉁업자들에게 대처하도록 개량됐다. 업그레이드된 보호장치는 와인 병 코르크 상단에 작은 마이크로칩을 심어 누군가 병의 상단 피막을 제거하거나 칩에 구멍을 뚫을 경우 읽을 수 없게 된다.
소비자가 걱정하는 것은 오염되거나 위조된 식품뿐이 아니다. 많은 소비자는 환경친화적이고 영세농민과 근로자의 생활·근로환경에 기여하는 제품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판매수익의 많은 부분이 중간상에게로 넘어간다. 예컨대 20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커피 산업에서 생산국에 남는 몫은 10%에 불과하다.
환경·인권 문제를 중시하는 제품의 주요 인증기관인 페어트레이드(Fairtrade) 인증 제품의 글로벌 판매 액이 지난해 96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페어트레이드와 기타 유사 프로그램으로도 영세민의 삶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에티오피아와 우간다에서 화초·커피·차를 재배하는 소규모 농가 대상 조사에선 페어트레이드 생산자가 주류인 지역이 페어트레이드 인증을 받지 않은 대규모 상업적 농장과 큰 대조를 이뤘다.
미국 콜로라도주 기반의 코다 커피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이용해 아프리카의 농장에서 미국 커피숍까지 커피의 이동경로를 추적함으로써 생산자가 제값을 받도록 하고자 한다. 시스템에 내장된 카메라가 체리라는 커피콩 열매를 3차원 이미지로 스캔해 체리가 더 크고 잘 익었을 경우 값을 더 후하게 쳐주고 소비자가 나중에 확인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에 지불한 금액을 기록한다.
콩을 가공하고 포장하고 다른 콩과 혼합하고 볶고 분쇄할 때 콩의 기록이 업데이트돼 누가 콩을 어떻게 처리했고 돈을 얼마나 받았는지 소비자가 알도록 한다. 도매업자와 볶는 사람은 원산지가 어디인지 어떻게 가공됐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맛을 평가해 미래 구매 결정에 참고할 수 있다. 이런 사례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블록체인 시스템은 안전하지만 그 데이터의 정확도는 다른 데이터베이스와 마찬가지로 무엇을 입력하느냐로 결정된다. 사기꾼이 유기농 재배 또는 농장 검사 인증서를 위조하려 할지 모른다. 게다가 아프리카와 중국 같은 개도국 경제의 식품은 대부분 신기술이나 인터넷 연결망이 없는 아주 소규모의 농가에서 생산된다. 블록체인 시스템 구축에는 또한 상당히 큰돈이 드는 편이다. 초기 시범 프로젝트가 주로 고급 쇠고기·와인·커피를 대상으로 했던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를 통해 앞으로 농민·식품가공공장·고객이 모두 사용하기 쉽고 신뢰할 수 있는 저가 시스템이 개발될 수 있다.
- 니르 크셰트리
※ [필자는 노스캐롤라이나대학(그린즈버러) 경영학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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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식품업계의 사기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심지어 병들게 하면서 여러 해 동안 지속돼온 수십억 달러의 문제다. 전 세계 식품 제조업체들은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39%는 자사 제품의 짝퉁이 쉽게 등장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40%는 식품사기를 감지하기가 어려운 문제를 지적한다.
3년여 동안 블록체인을 연구하면서 사기 방지와 보안 강화의 잠재력을 지닌 이 기술을 이용해 농산품 사기를 막아내고 식품안전을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런 생각에서 온갖 테스트를 실시하는 기업이 많다. 와인이 포도에서 병에 담기기까지의 과정, 커피 콩이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단계를 추적하는 식이다.
식품이 농장에서 소비자에게로 넘어가는 과정을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추적하는 초기 시험은 2016년에 실시됐다. 월마트가 중국에서 사육되는 돈육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소비자는 중국 판매자들이 주장하는 식품의 진위와 원산지 정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게 됐다. 양돈장 직원들이 사육장 검사 보고서와 가축 건강 증명서 이미지를 스캔해 기록을 삭제하거나 수정할 수 없고 추가만 가능한 안전한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
가축이 사육장에서 도살장, 가공·포장 공장, 그 뒤 판매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화물 트럭 기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평소 그들은 각 단계마다 운송, 저장온도, 기타 검사와 안전 보고서를 상술한 문서 그리고 당국의 검인필 스탬프를 수령했다. 그러나 월마트 테스트에선 기사들이 그 문서를 촬영해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베이스에 사진을 올렸다. 데이터베이스를 구동하는 컴퓨터를 월마트가 통제했지만 데이터의 정확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기구 시스템이 개입할 수도 있다.
돈육을 판매용으로 포장할 때 각 용기에 붙이는 스티커에 코드를 새겨 넣는다. 코드는 블록체인에 기록된 식육 관련 정보에 연결되며 스마트폰으로 판독할 수 있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곧바로 코드를 스캔해 그 제품이 정말로 자신이 구입하고자 하는 제품인지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스티커 관련 기술이 발전해 보안과 위조방지 기능이 강화됐다.
월마트는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망고를 대상으로 비슷한 테스트를 했다. 그랬더니 각 망고의 중량·품종·재배지·수확시점, 미국 세관 통과 일자, 언제 어디서 썰었는지, 썬 망고를 어떤 냉장 시설에 보관했는지, 매장으로 납품될 때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소비자가 확인하는 데 2.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블록체인 시스템은 제품 원산지 추적 외에도 고가의 와인 병에 싸구려 포도주가 담겨 팔리지 않도록 막는 기능도 있다. 일부 짝퉁 제조업자들은 고급 라벨이 붙은 빈 와인 병을 입수해 값싼 와인을 부어 불법적인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2016년 12월 와인 전문가 모린 다우니는 병마다 고유의 디지털 신원을 부여하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선보였다. 병과 코르크에 새겨진 데이터와 고해상도 사진을 포함해 생산·소유권·저장 이력에 관한 90여 가지 데이터를 결합했다. 병이 포도원에서 유통업체로 이동하는 동안 데이터가 업데이트되고 창고·소매업체·경매소 등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다우니의 시스템은 최근 병을 따지 않고 와인을 추출하는 와인 보존 시스템을 역분해 모방한 더 정교한 첨단 와인 짝퉁업자들에게 대처하도록 개량됐다. 업그레이드된 보호장치는 와인 병 코르크 상단에 작은 마이크로칩을 심어 누군가 병의 상단 피막을 제거하거나 칩에 구멍을 뚫을 경우 읽을 수 없게 된다.
소비자가 걱정하는 것은 오염되거나 위조된 식품뿐이 아니다. 많은 소비자는 환경친화적이고 영세농민과 근로자의 생활·근로환경에 기여하는 제품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판매수익의 많은 부분이 중간상에게로 넘어간다. 예컨대 20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커피 산업에서 생산국에 남는 몫은 10%에 불과하다.
환경·인권 문제를 중시하는 제품의 주요 인증기관인 페어트레이드(Fairtrade) 인증 제품의 글로벌 판매 액이 지난해 96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페어트레이드와 기타 유사 프로그램으로도 영세민의 삶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에티오피아와 우간다에서 화초·커피·차를 재배하는 소규모 농가 대상 조사에선 페어트레이드 생산자가 주류인 지역이 페어트레이드 인증을 받지 않은 대규모 상업적 농장과 큰 대조를 이뤘다.
미국 콜로라도주 기반의 코다 커피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이용해 아프리카의 농장에서 미국 커피숍까지 커피의 이동경로를 추적함으로써 생산자가 제값을 받도록 하고자 한다. 시스템에 내장된 카메라가 체리라는 커피콩 열매를 3차원 이미지로 스캔해 체리가 더 크고 잘 익었을 경우 값을 더 후하게 쳐주고 소비자가 나중에 확인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에 지불한 금액을 기록한다.
콩을 가공하고 포장하고 다른 콩과 혼합하고 볶고 분쇄할 때 콩의 기록이 업데이트돼 누가 콩을 어떻게 처리했고 돈을 얼마나 받았는지 소비자가 알도록 한다. 도매업자와 볶는 사람은 원산지가 어디인지 어떻게 가공됐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맛을 평가해 미래 구매 결정에 참고할 수 있다. 이런 사례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블록체인 시스템은 안전하지만 그 데이터의 정확도는 다른 데이터베이스와 마찬가지로 무엇을 입력하느냐로 결정된다. 사기꾼이 유기농 재배 또는 농장 검사 인증서를 위조하려 할지 모른다. 게다가 아프리카와 중국 같은 개도국 경제의 식품은 대부분 신기술이나 인터넷 연결망이 없는 아주 소규모의 농가에서 생산된다. 블록체인 시스템 구축에는 또한 상당히 큰돈이 드는 편이다. 초기 시범 프로젝트가 주로 고급 쇠고기·와인·커피를 대상으로 했던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를 통해 앞으로 농민·식품가공공장·고객이 모두 사용하기 쉽고 신뢰할 수 있는 저가 시스템이 개발될 수 있다.
- 니르 크셰트리
※ [필자는 노스캐롤라이나대학(그린즈버러) 경영학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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