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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 행복의 조건

4차 산업혁명 시대 행복의 조건

많은 사람이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느냐를 우려한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은 이제 불행하지 않음을 넘어 행복을 추구하는 혁명이 돼야 한다. 불행과 행복, 욕구와 욕망을 살펴보기로 하자.

행복의 정의는 대단히 모호하다. 위키피디아는 ‘행복은 인간 욕구와 욕망의 충족’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욕구는 불행의, 욕망은 행복의 요소다. 생존에 필요한 욕구(need)와 생존을 넘어선 욕망(desire)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욕구는 채워지나, 욕망은 시지프스의 신화에서처럼 채워지지 않는다. 배고픔은 채워지나, 미식에 대한 갈구는 채워지지 않는다. 욕구와 욕망은 불행과 행복을 가르는 차이다.

불행하지 않은 것과 행복한 것은 다르다. 불행은 외부 환경에서, 행복은 인간 내면에서 기인한다. 춥고 배고프지 않으면 불행하지 않을 수 있으나, 행복한 것도 않다. 행복은 내면의 욕망 충족을 위한 도전으로 이루어진다. 불행은 물질적 부족에 기인하나, 행복은 고통이 따르는 도전으로 얻어진다. 산에 올라가지 않으면 고통의 불행은 없으나, 산에 올라가는 고통을 통해 정상 정복의 행복을 얻는다. 불행은 복지를 통한 지원으로 충족되나, 행복은 도전을 통한 성취로 충족된다. 불행은 외부 환경에 오고 다양하지 않고 해소가 가능하다. 행복은 내면에서 발현되는 개별적 도전이므로 개인적 다양성을 가지며 궁극적 해소가 불가능하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인간 욕구는 매슬로우가 주창한 5단계의 상위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1차 산업혁명은 생존의 욕구를, 2차 산업혁명은 안정의 욕구를, 3차 산업혁명은 사회연결의 욕구를 충족시켜온 혁명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은 자기 표현을 충족하는 혁명이 될 것이다.

산업혁명을 통해 인간 행복의 질적 지수는 분명 향상됐다. 1차 산업혁명 이전에는 90%가 넘던 불변가격 1.9달러 미만 소득의 극빈층이 이제는 10% 이하로 축소됐다. 전체 평균 소득은 400배가 증가했다. 1000년 간 증가하지 않던 인구가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삶의 질 향상을 부정하고 물질적 부와 행복의 상관관계를 부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대부분 민주 국가에서 굶어 죽는 사람은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다.

산업 혁명의 각 단계를 거치면서 인간의 삶의 질이 향상된 것은 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의 결과다. 인구의 90%인 농부가 경작하던 식량보다 훨씬 더 많은 식량을 이제는 2%의 농부들이 생산한다. 자본과 노동이 미친 영향은 미미하고, 대부분이 기술혁신의 결과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하면 농업 기술 향상은 88%의 농부의 일자리를 잠식한 것이 된다. 그러나 농부들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일자리를 구했다. 그리고 인간은 생존을 넘어선 안정된 서비스의 욕구를 충족하기 시작했다. 1, 2차 산업혁명은 제품과 서비스라는 물질적 혁명이고 불행을 해소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어서 3차 산업혁명은 온라인 세상을 통해 초연결 사회를 구축하고 사회적 연결 욕구를 충족시키게 됐다. 물질의 한계를 넘어서면 외부 환경으로부터 오는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제 인간은 불행하지 않은 단계를 넘어 행복한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성 극대화를 넘어 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으로 개별 맞춤 서비스까지 제공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과 로봇과 3D프린팅 등의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대량 맞춤의 시대를 열게 될 것이다. 이제 인간은 물질 세계의 한계를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불행을 주는 물질 한계를 해결하면 인간은 개별적 행복을 추구하는 삶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일은 반복적 일과 창조적 일로 나눌 수 있다. 인간은 반복적 일은 싫어하나, 로봇은 반복적 노동에 최적화돼 있다. 한편 인간은 창조적 일을 좋아하고, 로봇은 이에 취약한 편이다. ‘인간에게 쉬운 일은 로봇에게 어렵고 로봇에게 쉬운 일은 인간에게 어렵다’는 모라벡의 패러독스에서 인간과 로봇은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가 돼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로봇이 반복되는 일을 인간 대신 담당하고 ,인간은 창조적 도전을 하는 미래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불행을 없애는 욕구보다 행복을 추구하는 욕망이 중요해진다. 한류와 같은 문화와 벤처 창업과 같은 도전이 미래의 주력 일자리가 될 것이다. 창업은 다양한 인간의 욕망을 충족하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숱한 형태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른바 ‘긱 경제’다. 정부 주도의 미래 인재 양성 정책이 오류인 이유다. 미래의 일자리에 대한 답은 ‘모른다’가 정답이다. 놀이와 도전은 끝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의 리더십인 ‘기업가정신’을 발현시키는 창조와 협력의 교육이다.

그래서 베르그송이 주장한 만드는 인간인 ‘호모 파베르’와 호이징어가 주창한 놀이하는 인간인 ‘호모 루덴스’를 합쳐 재미와 의미를 추구하는 인간인 ‘호모 파덴스’를 미래 인재상으로 제시한다. 미래 사회의 인간상은 바로 ‘협력하는 괴짜’가 되고 교육은 정답이 아니라 문제 중심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호모 파덴스는 창조적 도전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이다. 그들은 한류 스타이기도 하고, 벤처 창업가이기도 하다. 도전 과정은 힘들고 재미있는 놀이이고, 도전 결과는 의미있는 가치 창출이다. 도전 과정에서 나의 행복을 얻고, 도전 결과로 우리의 불행을 없앤다. 창조적 도전으로 창출한 혁신이 사회와 선순환될 때 이 사회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한다. 기업가적 삶은 자아실현을 넘어 타아실현으로 가는 홍익인간의 삶인 것이다.

인간의 행복을 지수화한 국가 간 비교 연구가 여러 기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이 일차원적 욕구의 충족도로 행복지수를 산출하고 있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네팔과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체념적 현실 안주를 행복으로 정의하는 오류는 현지에 가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행복은 매슬로우와 앨더퍼와 같은 학자들이 제시한 욕구와 욕망의 다차원 지수가 돼야 한다.

물질 단계에서 사회 단계를 거쳐 개인 삶의 단계로의 행복의 질적 진화를 4차 산업혁명의 목표로 설정해 보자. 우선 매슬로우의 5단계를 기준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1, 2차 산업혁명에서 인간의 일자리 대부분은 생존과 안정의 욕구 충족에 집중돼 있었다. 그런데 기계와 전기와 같은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면서 인간의 일자리는 농업과 공장에서 서비스와 플랫폼 서비스로 이동했다. 그 결과 평범한 시민의 삶의 질이 중세 귀족의 수준에 근접했다. 그렇다면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의 인간의 행복을 단순히 욕구 대비 충족도로 단순화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결론에 쉽게 도달할 것이다.

이제 새로운 행복도 지수를 제시해 보자. 행복도는 욕구 대비 충족이 아니라 매슬로우 기준 5 단계의 욕구와 욕망 충족의 크기로 측정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현실에 만족하지 않아야 미래에 대한 도전을 하게 되고 사회는 발전한다. 도전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는 국가를 바람직한 국가상으로 제시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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