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설 70주년 맞은 나토 동맹] 인도태평양 동맹과 결합시대 오나
[창설 70주년 맞은 나토 동맹] 인도태평양 동맹과 결합시대 오나
미국·한국·일본·호주·인도의 중국 포위 전략… 나토는 러시아 견제하며 유럽 방어 미국의 글로벌 군사전략은 중국과 러시아를 성공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까? 4월 10일 한미 정상회담과 4월 4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 70주년은 미국의 글로벌 전략을 다시 한 번 살펴볼 좋은 기회다. 먼저 중국에 대한 견제를 살펴보자. 미국은 중국과 밀고 당기는 관계를 계속 유지해왔다. 이는 미국이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수교하면서 중국이 요구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기 위해 중화민국(대만)과 외교관계를 단절한 1979년 1월 1일 이래 계속된 상황이다.
미국의 대중 수교와 대만 국교단절 직후 미국 의회는 오랜 우방이었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함께 연합국으로 싸웠던 중화민국을 배려하기 위해 그해 4월 ‘대만관계법’을 제정했다. 과거 양자가 맺었던 외교협정을 유지하고, 대만방어용 무기에 한해 대만에 미국산 무기를 제공하며, 대만 주민의 안전과 사회경제적 제도를 위협하는 무력사용 등 강제적 방식에 대항하기 위해 방어력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미국 국내법임에도 내용은 외교 협정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미국과 대만이 국교는 단결하면서도 군사적 동맹관계는 유지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과 중국은 외교 관계 수립을 전후해 1972년 2월 ‘상하이 코뮤니케(공동성명)’, 1978년 12월 ‘미중 수교 코뮤니케’, 1982년 8월 ‘8·17 코뮤니케’ 등 3개의 코뮤니케를 발표했다. 1972년 상하이 코뮤니케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처음 언급했다. 1978년 수교 코뮤니케에선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기 위해) 대만과 공식적인 정치 관계는 단절하되 경제·문화적 관계만 유지하며, 미중 양국이 국제 분쟁을 줄이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1982년 8·17 코뮤니케에선 이전 코뮤니케에서 나왔던 대만 문제를 재확인했다. 독특한 점은 8·17 코뮤니케 직전에 대만과 ‘6개 보장’을 발표했다는 사실이다. 6개 보장은 대(對)대만 무기판매에 기한을 정하지 않고, 무기수출시 중국과 사전협상하지 않으며, 양안 중재 역할을 맡지 않고, 대만관계법을 수정하지 않으며, 대만 주권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변경하지 않고 대만에 중국과의 협상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1979년의 대만관계법과 1982년의 6개 보장은 미국과 대만 관계의 원칙을 이루고 있다.
상하이 공동성명은 ‘미국은 대만해협 양측의 모든 중국인들이 중국은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과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이러한 입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이라고만 했을 뿐 중화인민공화국이라고 지칭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중국 주도의 양안 통일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이렇게 국교를 단절한 대만에 민간기관인 미국주대만협회(AIT)를 상주시키면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AIT는 민간기관이지만 비자 업무 등을 운영하면서 국교를 단절한 대만에서 실질적인 미국 외교공관 역할을 해왔다. 외교공관과 달리 대만의 타이베이(臺北)와 가오슝(高雄)에는 물론 미국 워싱턴에도 사무실을 유지한다.
이런 AIT의 윌리엄 브렌트 크리스텐슨 대표가 3월 19일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한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크리스텐슨 대표는 “미국과 대만이 연례 대화를 신설하기로 합의했으며 올 9월 대만에서 미 국무부의 ‘민주주의, 인권, 노동’ 사무소의 고위 관리가 참석한 가운데 첫 행사를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이 대화의 명칭이 인도태평양 민주주의 거버넌스 협의(Indo-Pacific Democratic Governance Consultations)라는 점이다. 이 포럼의 목적에 대해 “미국과 대만이 지역에서 협력을 증진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추구해 오늘날 거버넌스 도전을 받는 다른 나라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촉진하는 데 미국과 대만보다 더 좋은 파트너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인도태평양’이란 표현은 외교적 수사로 보기 쉽지만 여기에는 깊은 뜻이 숨어있다. 미국은 1947년 창설된 미군의 통합 전투 사령부인 태평양 사령부의 관할지역을 2018년 5월 30일 아시아태평양에서 인도-태평양으로 확장하면서 명칭을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바꿨다. 변경 발표는 이날 열린 해리 해리스 신임 사령관의 취임식에서 이뤄졌다. 해리스 사령관은 2018년 5월 30일 퇴임한 후 주호주 대사 등으로 거론되다가 그해 7월 7일 주한미국대사로 부임했다. 태평양 사령부를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개칭한 것은 누가 봐도 중국의 팽창을 경계하기 위한 목적이다. 미국이 태평양과 인도양에 걸쳐 강력한 군사력과 외교력을 바탕으로 포위망을 강화해 중국의 확장을 억제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인도와의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는 국경분쟁 등으로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다. 미국과 인도는 일본, 호주 등과 함께 인도양과 태평양에서 군사훈련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은 미국·한국·일본·호주·인도가 중국을 포위하며 압박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한국·호주·인도가 동아시아에서 강력한 군사동맹체제를 구성하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초대 인도태평양 사령관을 지낸 해리스를 주 호주 대사로 거론하고 주한국 대사로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리스 대사는 모친이 일본인으로, 일본계 혈통의 미국인 중 처음으로 미 해군의 제독에 오른 인물이다. 일본은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동참 수준을 넘어 이를 아예 아베 정권의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당연히 중국은 자국을 포위하고 압박하겠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봐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이 ‘인도태평양’을 이야기하며 미국과 정례 대화를 하기로 했으니 중국이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기들이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사흘 간 연속으로 대만 주변을 비행하면서 긴장을 강화한 배경이다. 3월 30일 중국 군용기 7대가 대만 동쪽의 미야코 해협을 비행한 데 이어 3월 31일에는 중국 전투기 J-11 2대가 대만 서쪽의 대만해협을 비행했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있는 대만해협은 그 중간선이 사실상 양측의 경계선 구실을 해왔고, 양측 군용기는 웬만하면 이 선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3월 31일 중국 전투기들이 이를 넘었으며 대만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투기를 출동시켜 서로 대치했다. 4월 1일에는 중국 H-6 폭격기 2대와 H-9 전자정찰기 1대가 대만 동쪽의 미야코 해협을 비행했다. 이에 대해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미국 군함이 올해 세 차례나 대만해협을 통과하고 대만과 무기 거래를 진행한 데 대한 엄중한 경고이며, 대만 해협에서 미국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불만을 군용기 출동으로 표현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미국에 대한 불만의 핵심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대만 확대로 보인다.
대만은 미군의 스텔스 전투기 F-35B 구매를 추진했으나 지난해 11월 대만의 경제일보는 대만 정부가 이 기종의 구입이 여의치 않자 F-16 66대 도입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F-16은 1974년 방산 업체인 제너럴 다이나믹스가 개발해 현재 록히드 마틴사가 제작하는 기종이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은 “최신 스텔스기 대신 1970년대에 개발한 전투기를 사겠다는 대만에 중국이 과빈 반응한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만이 구입하려는 F-16은 2015년 첫 비행한 최신 개량형인 F-16V다. 이 기종은 고속기동 물체의 추적능력이 뛰어나고 상대방에 역추적되지 않는 AESA(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다와 신형 작전 컴퓨터, 전자전 장비를 장착한 최신 버전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3월 21일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의 F-16 전투기 구입 요청을 암묵적으로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3월 말 남태평양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미국 하와이를 경유하며 미군 장성을 비롯한 미국 인사들과 만났다. 차이 총통은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세미나에서 “미국에 F-16V 전투기와 전차 구매를 요청했다”고 직접 밝히고 “전 세계에 대만 방위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의 F-16V 도입이 이뤄지면 1992년 이후 27년 만의 전투기 도입이 된다.
대만은 육군 8만8000명, 해군 4만 명, 공군 3만5000명의 병력을 유지하면서 무기체계 획득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국의 견제로 전 세계에서 무기를 들여올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미국 밖에 없는데 그나마 최신형 무기체계는 팔지 않기 때문이다. 육군의 경우 미군이 쓰는 M1A1 에이브럼스 전차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미국의 거부로 한 단계 아래인 M60A3 전차 200대 구매에 만족해야 했다. 565대의 주력전차(MBT)를 보유한 대만 기갑 전력의 핵심은 구형인 M-48 전차다. 479대의 전투기를 보유한 대만 공군의 핵심은 143대의 F-16 A/B형이다. 개량된 C/D형은 미국이 팔지 않아 획득하지 못했다. 87대의 F-5E/F도 보유하고 있지만 퇴역 시기가 한참 넘은 구형 기종이다. 그 외에 55대의 프랑스제 미라지 2000을 운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사정의 대만에 미국이 F-16V를 팔겠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치는 과정에서 예민한 대만까지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뜻이다. 물론 무역협상 등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대만 카드를 쓰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이런 가운데 4월 1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을 더욱 강하게 끌어들이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미국 국무부는 3월 29일 열렸던 한미 외교장관 회담결과를 공개한 보도자료를 4월 1일 발표하고 “(양국 장관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한국의 신남방정책, 그리고 한미일 3각 공조 전반에 걸친 양측의 협력 의지를 밝혔다”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미일 3각 공조를 동시에 언급했다는 점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은 아무래도 한미일 3각 동맹이다. 미국은 여기에 호주를 추가한 4각 동맹을 구상한다. 여기에 인도와의 협력을 추가할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9월 한미일 정상회담 후 나온 한미일 3국의 합동 군사훈련 제안을 거부했다. “한국과 일본은 동맹이 아니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앞서 2017년 11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 뒤에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한미 동맹을 강조하자 청와대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우리가 동의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이를 부인했다. 누가 봐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손사래를 치는 모양새다.
한국과 일본 모두가 미국의 강력한 동맹이지만 한국과 일본은 동맹은커녕 갈수록 외교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군사 교류도 불편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경제와 민간 교류에선 여전히 가장 가까운 나라지만 정부 간의 관계는 말이 아니다. 비핵화를 위한 대북 공조체제에도 영향을 줄 정도다. 이래서야 한미일 3국 동맹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도 제대로 추진될 수가 없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강력하게 한국의 참여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한미 정상회담이 나토 창설 70주년을 맞았던 4월 4일 다음 주에 열린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토는 인도태평양과 더불어 미국 글로벌 군사 구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이 중국을 견제하는 방패라면, 나토는 러시아를 견제하며 유럽을 지키는 열쇠다. 1949년 4월 4일 체결된 북대서양조약으로 창설된 나토는 냉전 시기(1946~1991년) 서방 군사동맹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데 이어 냉전 이후에는 미국의 글로벌 군사전략의 핵심으로 기능해왔다. 나토는 현재 29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은 호주와 뉴질랜드·일본 등과 함께 나토의 ‘글로벌 협력국가(Global Partner)’이다. 영국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들은 군함과 전투기 등을 보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벌어지는 군사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이런 나토가 인도태평양 동맹과 서로 연결되면 러시아와 중국을 동시에 억제하는 강력한 글로벌 안보기구로서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다. 4월 11일의 한미 정상회담이 4월 4일 나토 창설 70주년만큼 국제 정세에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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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 수교와 대만 국교단절 직후 미국 의회는 오랜 우방이었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함께 연합국으로 싸웠던 중화민국을 배려하기 위해 그해 4월 ‘대만관계법’을 제정했다. 과거 양자가 맺었던 외교협정을 유지하고, 대만방어용 무기에 한해 대만에 미국산 무기를 제공하며, 대만 주민의 안전과 사회경제적 제도를 위협하는 무력사용 등 강제적 방식에 대항하기 위해 방어력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미국 국내법임에도 내용은 외교 협정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미국과 대만이 국교는 단결하면서도 군사적 동맹관계는 유지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과 중국은 외교 관계 수립을 전후해 1972년 2월 ‘상하이 코뮤니케(공동성명)’, 1978년 12월 ‘미중 수교 코뮤니케’, 1982년 8월 ‘8·17 코뮤니케’ 등 3개의 코뮤니케를 발표했다. 1972년 상하이 코뮤니케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처음 언급했다. 1978년 수교 코뮤니케에선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기 위해) 대만과 공식적인 정치 관계는 단절하되 경제·문화적 관계만 유지하며, 미중 양국이 국제 분쟁을 줄이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1982년 8·17 코뮤니케에선 이전 코뮤니케에서 나왔던 대만 문제를 재확인했다.
미국과 대만의 밀월
상하이 공동성명은 ‘미국은 대만해협 양측의 모든 중국인들이 중국은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과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이러한 입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중국’이라고만 했을 뿐 중화인민공화국이라고 지칭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중국 주도의 양안 통일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이렇게 국교를 단절한 대만에 민간기관인 미국주대만협회(AIT)를 상주시키면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AIT는 민간기관이지만 비자 업무 등을 운영하면서 국교를 단절한 대만에서 실질적인 미국 외교공관 역할을 해왔다. 외교공관과 달리 대만의 타이베이(臺北)와 가오슝(高雄)에는 물론 미국 워싱턴에도 사무실을 유지한다.
이런 AIT의 윌리엄 브렌트 크리스텐슨 대표가 3월 19일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한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크리스텐슨 대표는 “미국과 대만이 연례 대화를 신설하기로 합의했으며 올 9월 대만에서 미 국무부의 ‘민주주의, 인권, 노동’ 사무소의 고위 관리가 참석한 가운데 첫 행사를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이 대화의 명칭이 인도태평양 민주주의 거버넌스 협의(Indo-Pacific Democratic Governance Consultations)라는 점이다. 이 포럼의 목적에 대해 “미국과 대만이 지역에서 협력을 증진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추구해 오늘날 거버넌스 도전을 받는 다른 나라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촉진하는 데 미국과 대만보다 더 좋은 파트너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인도태평양’이란 표현은 외교적 수사로 보기 쉽지만 여기에는 깊은 뜻이 숨어있다. 미국은 1947년 창설된 미군의 통합 전투 사령부인 태평양 사령부의 관할지역을 2018년 5월 30일 아시아태평양에서 인도-태평양으로 확장하면서 명칭을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바꿨다. 변경 발표는 이날 열린 해리 해리스 신임 사령관의 취임식에서 이뤄졌다. 해리스 사령관은 2018년 5월 30일 퇴임한 후 주호주 대사 등으로 거론되다가 그해 7월 7일 주한미국대사로 부임했다. 태평양 사령부를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개칭한 것은 누가 봐도 중국의 팽창을 경계하기 위한 목적이다. 미국이 태평양과 인도양에 걸쳐 강력한 군사력과 외교력을 바탕으로 포위망을 강화해 중국의 확장을 억제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인도와의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는 국경분쟁 등으로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다. 미국과 인도는 일본, 호주 등과 함께 인도양과 태평양에서 군사훈련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대만 미야코 해협 위협 비행한 중국 군용기
당연히 중국은 자국을 포위하고 압박하겠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봐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이 ‘인도태평양’을 이야기하며 미국과 정례 대화를 하기로 했으니 중국이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기들이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사흘 간 연속으로 대만 주변을 비행하면서 긴장을 강화한 배경이다. 3월 30일 중국 군용기 7대가 대만 동쪽의 미야코 해협을 비행한 데 이어 3월 31일에는 중국 전투기 J-11 2대가 대만 서쪽의 대만해협을 비행했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있는 대만해협은 그 중간선이 사실상 양측의 경계선 구실을 해왔고, 양측 군용기는 웬만하면 이 선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3월 31일 중국 전투기들이 이를 넘었으며 대만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투기를 출동시켜 서로 대치했다. 4월 1일에는 중국 H-6 폭격기 2대와 H-9 전자정찰기 1대가 대만 동쪽의 미야코 해협을 비행했다. 이에 대해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미국 군함이 올해 세 차례나 대만해협을 통과하고 대만과 무기 거래를 진행한 데 대한 엄중한 경고이며, 대만 해협에서 미국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불만을 군용기 출동으로 표현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미국에 대한 불만의 핵심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대만 확대로 보인다.
대만은 미군의 스텔스 전투기 F-35B 구매를 추진했으나 지난해 11월 대만의 경제일보는 대만 정부가 이 기종의 구입이 여의치 않자 F-16 66대 도입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F-16은 1974년 방산 업체인 제너럴 다이나믹스가 개발해 현재 록히드 마틴사가 제작하는 기종이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은 “최신 스텔스기 대신 1970년대에 개발한 전투기를 사겠다는 대만에 중국이 과빈 반응한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만이 구입하려는 F-16은 2015년 첫 비행한 최신 개량형인 F-16V다. 이 기종은 고속기동 물체의 추적능력이 뛰어나고 상대방에 역추적되지 않는 AESA(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다와 신형 작전 컴퓨터, 전자전 장비를 장착한 최신 버전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3월 21일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의 F-16 전투기 구입 요청을 암묵적으로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3월 말 남태평양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미국 하와이를 경유하며 미군 장성을 비롯한 미국 인사들과 만났다. 차이 총통은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세미나에서 “미국에 F-16V 전투기와 전차 구매를 요청했다”고 직접 밝히고 “전 세계에 대만 방위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의 F-16V 도입이 이뤄지면 1992년 이후 27년 만의 전투기 도입이 된다.
대만은 육군 8만8000명, 해군 4만 명, 공군 3만5000명의 병력을 유지하면서 무기체계 획득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국의 견제로 전 세계에서 무기를 들여올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미국 밖에 없는데 그나마 최신형 무기체계는 팔지 않기 때문이다. 육군의 경우 미군이 쓰는 M1A1 에이브럼스 전차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미국의 거부로 한 단계 아래인 M60A3 전차 200대 구매에 만족해야 했다. 565대의 주력전차(MBT)를 보유한 대만 기갑 전력의 핵심은 구형인 M-48 전차다. 479대의 전투기를 보유한 대만 공군의 핵심은 143대의 F-16 A/B형이다. 개량된 C/D형은 미국이 팔지 않아 획득하지 못했다. 87대의 F-5E/F도 보유하고 있지만 퇴역 시기가 한참 넘은 구형 기종이다. 그 외에 55대의 프랑스제 미라지 2000을 운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사정의 대만에 미국이 F-16V를 팔겠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치는 과정에서 예민한 대만까지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뜻이다. 물론 무역협상 등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대만 카드를 쓰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도 참여?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9월 한미일 정상회담 후 나온 한미일 3국의 합동 군사훈련 제안을 거부했다. “한국과 일본은 동맹이 아니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앞서 2017년 11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 뒤에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한미 동맹을 강조하자 청와대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우리가 동의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이를 부인했다. 누가 봐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손사래를 치는 모양새다.
한국과 일본 모두가 미국의 강력한 동맹이지만 한국과 일본은 동맹은커녕 갈수록 외교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군사 교류도 불편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경제와 민간 교류에선 여전히 가장 가까운 나라지만 정부 간의 관계는 말이 아니다. 비핵화를 위한 대북 공조체제에도 영향을 줄 정도다. 이래서야 한미일 3국 동맹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도 제대로 추진될 수가 없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강력하게 한국의 참여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한미 정상회담이 나토 창설 70주년을 맞았던 4월 4일 다음 주에 열린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토는 인도태평양과 더불어 미국 글로벌 군사 구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이 중국을 견제하는 방패라면, 나토는 러시아를 견제하며 유럽을 지키는 열쇠다.
나토 회원국,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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