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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45·끝) 파이브지티] 적외선 안면인식 기술로 해외 진출 타진

[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45·끝) 파이브지티] 적외선 안면인식 기술로 해외 진출 타진

사물인터넷 기능 접목해 출입 데이터 모니터링… 4만여 개 얼굴 특징 포착해 일란성쌍둥이도 구별
파이브지티 사무실이 있는 서울 상암동 DMC첨단산업센터에서 만난 정규택 대표가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렌즈 이동식 유페이스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김경빈 기자
천천히 문 앞으로 다가갔다. 나를 인식하고 렌즈가 살짝 위아래로 움직였다. 내 키에 맞춰 얼굴을 비추기 위해서다. 렌즈 밑에 붙어 있는 디스플레이를 보니 렌즈 초점을 내 얼굴에 맞추는 게 보였다. 기기에 등록된 얼굴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문이 열렸다. 스마트폰에서 이용할 수 있는 지문인식처럼 안면인식 기능이 예상보다 빠르게 구동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적외선 기술을 이용해 낮이든 밤이든 인식이 가능하다는 것. 2012년 10월 설립된 스타트업 파이브지티(FiveGT) 자체 기술로 개발에 성공한 안면인식 보안로봇 지페이스봇이다. 창업가 정규택(55) 파이브지티 대표는 “사람이 문에서 1m 정도 다가오기 시작하면 지페이스봇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기 시작한다”면서 “지페이스봇이 출입에 관한 데이터를 모두 기록하기 때문에 출입 보안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자가 시연한 렌즈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신제품은 출시 전 모델이다. 현재 나온 제품은 렌즈가 고정돼 있어 키가 큰 사람은 무릎을 약간 구부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어둡거나 햇빛 많아도 정확하게 인식
얼굴을 인식해 문을 여는 제품은 예전부터 존재했다. 그렇지만 대부분 시장을 여는 데 실패했다. 기술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과거 제품들은 컬러 인식 기술을 사용했는데 문제는 어두우면 얼굴 인식이 안 되고, 햇빛이 많은 곳에서도 인식률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적외선 기술을 이용해 이런 단점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지페이스봇과 과거 제품의 또 다른 차이점은 안면인식 데이터 처리 속도다. 과거에는 안면인식 데이터를 중앙 서버에서 처리해야 했다. 기기에 얼굴을 대고 그 데이터가 서버로 가고 서버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안면인식으로 문을 여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불편하다는 이야기다. 이에 반해 지페이스봇은 기기 안에 프로세스가 내장돼 있다. 데이터를 기기에서 바로 처리하는 것이다. 인식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

지페이스봇은 설치도 쉽다. 현관문 한 쪽의 초인종이 있는 자리에 설치하면 된다. 지페이스봇은 초인종, 안면인식 렌즈, 그리고 조그마한 디스플레이와 접촉식 카드 인식기로 구성돼 있다. 이용법도 간단하다. 먼저 얼굴을 기기에 등록해야 한다. 안경을 쓰는 사람은 안경을 벗은 얼굴과 안경을 쓴 얼굴을 함께 등록한다. 이후에는 기기가 알아서 등록된 얼굴을 인식하고 문을 자동으로 열어준다.

기기에는 와이파이 칩이 설치돼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정 대표는 “만일 등록되지 않은 사람이 안면인식을 시도하면 기기에 등록된 스마트폰으로 관련 내용이 전송된다”고 말했다. 언제, 누가 집을 방문했다는 것을 집주인이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 정 대표는 “위급 상황에 처했을 때를 대비한 얼굴 표정을 등록해놓을 수도 있다”면서 “그 상황이 발생하면 경비실과 등록된 스마트폰으로 긴급 메시지를 전송한다. 만약 안면인식을 하는 데 낯선 이가 뒤에 있는 경우를 대비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낯선 사람이 안면인식을 하는 경우 비상신호로 경고를 주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정 대표는 “일란성쌍둥이도 구분할 정도로 정확도가 높다”고 자랑했다. 비밀은 눈·코·입을 중심으로 4만여 개의 얼굴 특징을 포착하는 것이다. “얼굴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기술을 ‘에이징’이라고 하는데, 파이브지티는 이 기술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면인식 알고리즘 관련 특허 3건, 안면인식 출입통제 소셜 특허 1건, 안면인식 시스템 관련 특허 2건 등이 파이브지티의 기술력을 대변해준다. 정 대표는 “안면인식 정확도를 99.9%라고 말할 정도로 정확성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파이브지티는 ADT캡스 같은 보안회사, 청와대 경호실이나 용인시청 같은 기관, 서울 강남 청담동 아노블리 오피스텔 같은 아파트와 빌라 등 기업 간 거래(B2B) 비즈니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아파트와 주택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 대표는 “먼저 고급 아파트와 빌라를 시작으로 시장을 확대하려고 한다”면서 “서울 신촌 그랑자이 아파트, 강남 청담동 아노빌리 오피스텔, 포항 GS자이 아파트, 부산 아시아드 코오롱 하늘채아파트 등에서 우리 제품을 채택했다“고 자랑했다. B2B 비즈니스에 집중하는 또 다른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최신 제품은 일반 소비자가만 259만원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구매하기에는 가격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출입에 관련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안뿐만 아니라 노인이나 장애인 등의 사회적 약자를 모니터링하는 것도 이 기기의 장점이다. 그는 “등록된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이나 치매에 걸린 노인 보호자들은 지페이스봇을 사용하면 대부분 만족한다”고 말했다.
 등록된 사용자 스마트폰으로도 출입문 열어
2014년 10월 첫 상용화 제품이 나온 이후 성장세가 가파르다. 올해 목표 매출액은 200억원이다.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파이브지티와 손잡으려는 해외 기업도 많아졌다. 미얀마에 벌써 160여 대를 납품했다. 올해 완공되는 아파트에 설치될 예정이다. 정 대표는 “필리핀과 베트남에서도 파이브지티에 관심이 많다. 곧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파이브지티는 ‘5개의 Great Technology’와 창업 멤버가 5명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정 대표를 포함해 창업 멤버 각자가 ‘안면인식 보안’ ‘소음 제어’ ‘화재 감지기 센서’ 등의 5개 분야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모두 글로벌 타이코(Tyco) R&D 코리아에서 일했던 연구원들이다. 이들의 리더가 정 대표다. 그는 “내가 연구소의 디렉터를 맡고 있었다”면서 “그동안 연구했던 안면인식 기술을 상용화할 자신이 있어서 연구원 4명과 함께 창업했다”며 웃었다. 현재는 지페이스봇 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창업 멤버들은 각자 분야의 사업화를 모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소음 제어 연구는 대기업과 함께 테스트 중”이라면서 “이 기술도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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