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강의료 받는 재담꾼들
고액 강의료 받는 재담꾼들
박 모씨는 유력 언론사 중견기자 출신으로 2000년대 대학교에서 시간강사를 했다. 밤새도록 뉴스와 씨름하다 아침에야 방문을 걸어 잠그고 비몽사몽 조각 잠을 잔다. 제 시간에 못 잤으니 머리는 멍하고 눈은 침침하다. 아이들은 이미 학교에 가고 없다. 늦은 오후쯤 정신을 추스르니 오늘은 강의가 있는 날, 강의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30여 명의 수강생 대부분은 언론계 종사하는 동료들이다. 예상 질문을 취합하고 커리큘럼에 맞춰 강의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일주일에 한 차례 3시간 강의이지만 3학점짜리 강의이니 만큼 성심성의껏 준비해야 소기의 강의를 마칠 수 있다. 자정에 가까이 기진맥진 가정에 돌아오면 그때서야 아내와 마주한다. 이런 다람쥐 쳇바퀴같은 생활을 무려 17년여 동안이나 했다. 박씨는 강의의 수준을 올리고자 제2외국어와 해외 신문까지 어렵게 구입, 연구하고 실전에 활용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박씨의 시간강사 생활은 눈물겨울 정도로 고되지만 보상은 초라하다. 강의료는 한달에 20만원선에 불과했고, 겸임교수 타이틀을 부여받은 후에도 손에 쥐는 돈은 한달에 50만원선 남짓이었다. 교수 임용을 꿈꿨지만 대학의 인적 장벽을 넘을 수는 없었다. 말단 교직원 자리도 넘보기 어려웠다. 기업체 등 외부 강의로 생활비를 충당했다.
최근 수천만원에 달하는 연예인 강사료 지급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제동씨는 대전 한남대 90분 강연에 1550만원을 받은 것으로, 김미화씨도 전남 곡성군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2시간 강좌에 55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급 가수의 지방축제 공연 출연료는 노래 3곡에 200여 만원, B급 400만~500만원선. A급 800만~1000만원선이다. 장윤정·태진아·인순이 등은 1300만~1600만원선을 받는다.
연예인들의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현실에서 일반 근로자의 내년 최저임금은 8590원에 불과하다. 소시민은 8시간 근무해도 받는 돈이 6만8720원에 불과하다. 대학교수도 1시간 강의료 24만원에 불과하다. 대중을 웃기는 방법을 고안해 호응을 유도하는 연예인 강연자들은 수천만원의 돈을 받는 데 비해 고된 노동을 하거나 연구활동을 펼치는 사람들은 박한 대접을 받는다. 강연의 가치란 무엇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강연은 원래 특정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축적, 대중에게 귀감이 되고 삶의 지표를 삼을 수 있는 내용을 설파하는 데 그 가치를 둔다. 지방자치단체 주최라면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건강 관리 노하우를 전해주든가, 사회·행정학 전문가들이 행복한 공동체 생활, 생필품의 효과적 관리, 삶의 질 향상 방안 등을 알려주는 것이 훨씬 건전하고 가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요즘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민복지 명목으로 유명 연예인의 강연을 열고 있다. 강연 내용은 주민생활에 직접 편익을 줄 수 있는 생산적 내용과는 관련 없는 개그나 노래가 주요 소재다. 재정자립도가 밑바닥인 경상북도 예천군과 전라남도 곡성군, 광주시 북구, 충청남도 공주시, 세종시 등 어디든 할 것 없다. 대학과 연구기관, 땀 흘리는 노동자의 가치는 선거를 앞둔 지자체장으로부터 온당한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삶을 풍족하게 꾸리고 미래의 가치를 꿈꾸기보다 당장의 기분과 즐거움을 찾는 요즘 세태가 반영된 결과가 아니겠는가. 그토록 대학교수를 바랐던 박씨가 지난 허송세월에 가슴을 치고 한탄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김지용 시인, 전 문화일보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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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 차례 3시간 강의이지만 3학점짜리 강의이니 만큼 성심성의껏 준비해야 소기의 강의를 마칠 수 있다. 자정에 가까이 기진맥진 가정에 돌아오면 그때서야 아내와 마주한다. 이런 다람쥐 쳇바퀴같은 생활을 무려 17년여 동안이나 했다. 박씨는 강의의 수준을 올리고자 제2외국어와 해외 신문까지 어렵게 구입, 연구하고 실전에 활용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박씨의 시간강사 생활은 눈물겨울 정도로 고되지만 보상은 초라하다. 강의료는 한달에 20만원선에 불과했고, 겸임교수 타이틀을 부여받은 후에도 손에 쥐는 돈은 한달에 50만원선 남짓이었다. 교수 임용을 꿈꿨지만 대학의 인적 장벽을 넘을 수는 없었다. 말단 교직원 자리도 넘보기 어려웠다. 기업체 등 외부 강의로 생활비를 충당했다.
최근 수천만원에 달하는 연예인 강사료 지급이 논란이 되고 있다. 김제동씨는 대전 한남대 90분 강연에 1550만원을 받은 것으로, 김미화씨도 전남 곡성군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2시간 강좌에 55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급 가수의 지방축제 공연 출연료는 노래 3곡에 200여 만원, B급 400만~500만원선. A급 800만~1000만원선이다. 장윤정·태진아·인순이 등은 1300만~1600만원선을 받는다.
연예인들의 출연료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현실에서 일반 근로자의 내년 최저임금은 8590원에 불과하다. 소시민은 8시간 근무해도 받는 돈이 6만8720원에 불과하다. 대학교수도 1시간 강의료 24만원에 불과하다. 대중을 웃기는 방법을 고안해 호응을 유도하는 연예인 강연자들은 수천만원의 돈을 받는 데 비해 고된 노동을 하거나 연구활동을 펼치는 사람들은 박한 대접을 받는다. 강연의 가치란 무엇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강연은 원래 특정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축적, 대중에게 귀감이 되고 삶의 지표를 삼을 수 있는 내용을 설파하는 데 그 가치를 둔다. 지방자치단체 주최라면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건강 관리 노하우를 전해주든가, 사회·행정학 전문가들이 행복한 공동체 생활, 생필품의 효과적 관리, 삶의 질 향상 방안 등을 알려주는 것이 훨씬 건전하고 가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요즘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민복지 명목으로 유명 연예인의 강연을 열고 있다. 강연 내용은 주민생활에 직접 편익을 줄 수 있는 생산적 내용과는 관련 없는 개그나 노래가 주요 소재다. 재정자립도가 밑바닥인 경상북도 예천군과 전라남도 곡성군, 광주시 북구, 충청남도 공주시, 세종시 등 어디든 할 것 없다. 대학과 연구기관, 땀 흘리는 노동자의 가치는 선거를 앞둔 지자체장으로부터 온당한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삶을 풍족하게 꾸리고 미래의 가치를 꿈꾸기보다 당장의 기분과 즐거움을 찾는 요즘 세태가 반영된 결과가 아니겠는가. 그토록 대학교수를 바랐던 박씨가 지난 허송세월에 가슴을 치고 한탄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김지용 시인, 전 문화일보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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