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 전략으로 입지 다지는 중국
‘삼각관계’ 전략으로 입지 다지는 중국
무역·남중국해 두고 미국과 대립하면서 ‘일대일로’에 유럽 끌어들이려 애써 중국은 미국을 향해선 대립각을 세우면서 유럽에는 유화적인 모습을 보인다. 최근 중국은 프랑스·독일과 각각 별도로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 동시에 중국은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의 미사일 테스트를 두고 미국과 날 선 공방을 벌인다. 미국·독일·프랑스는 모두 서방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주요 회원국이지만 중국은 미국과 유럽을 그처럼 달리 대한다.
중국군의 공식 웹사이트는 지난 7월 3일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산하 병참지원부 보건국의 성명을 인용하며 독일과의 군사협력을 강조했다. 91명으로 구성된 인민해방군 팀이 독일의 의무대와 함께 2주일 동안 진행하는 2019 합동 구호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뮌헨으로 출발했다는 내용이었다. “중국이 유럽에서 시행하는 합동훈련을 위해 일개 의무 부대 전체를 실전 장비와 함께 파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의 중국-독일 의무대 합동훈련 이후 두 번째인 이번 합동 구호훈련은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거나 콜레라 같은 감염병이 유행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목적이다. 독일군도 별도 성명을 내고 “올해의 훈련은 양국의 군사협력에서 아주 특이한 경우이며, 유엔에서 함께 활동하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구호 작전 측면에서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선행 조건을 갖추기 위해 실시된다”고 설명했다.
그 이틀 전인 지난 7월 1일 또 다른 유럽 도시에 중국군이 도착했다. 프랑스 파리 주재 중국 대사관, 마르세이유 주재 중국 영사관 직원들과 중국이 투자한 기업체 대표들이 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툴롱에 모여 중국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시안함의 입항을 환영했다. 중국군의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중국 해군 제32 호위 기동부대를 이끄는 자오웨이둥 제독은 “이번 방문에는 공식 회의, 합동훈련, 농구 경기 같은 행사가 있다”고 말했다. 또 위진숭 프랑스 주재 중국 대리대사는 시안함의 툴롱항 방문이 양국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발전시키고 양국 사이의 이해와 우호를 증진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두 건의 군사적 행사는 유럽과 중국 사이의 관계가 아주 복잡한 시기에 이뤄졌다. 중국의 커지는 경제적 영향력은 서방에서 많은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좋은 기회도 제공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新)실크로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구상을 야심 차게 추진한다. 아시아에서 유럽, 아프리카까지 뻗은 일대일로는 중앙아시아를 거친 육상 루트와 동남아와 아프리카, 유럽을 연결하는 해상 루트를 아우른다.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는 국가는 약 70개국이며 투자액은 1조 달러에 이른다. 이 구상의 일환으로 중국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수십 건에 이르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건설에 착수했다. 이제 중국은 유럽으로 투자를 확대하려 한다. 그 노력이 서서히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이탈리아를 방문한 시 주석은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함께 양국의 ‘일대일로’ 양해각서 서명식을 지켜봤다. 그는 콘테 총리와 가진 회담에서 중국과 이탈리아가 고대 실크로드의 두 끝자락에 있다면서 ‘일대일로’ 사업에서 협력할 이유를 강조했다. 서유럽 국가로는 처음이자 주요 7개국(G7) 최초로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 참여한 것은 시 주석이 내세우는 ‘중국의 꿈’ 실현을 위한 큰 성과로 평가됐다.
그다음 시 주석은 프랑스로 건너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양자 무역에 합의했다. 심지어 얼마 전까지 중국의 투자에 회의론을 제기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 시 주석과 회담을 가진 뒤 ‘일대일로’ 구상을 두고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로 우리 유럽인은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일본 경제지 닛케이 아시안 리뷰의 기사에 따르면 ‘일대일로’ 구상에 관한 독일의 관심이 커지면서 독일의 국영철도 도이체반은 내년에 유럽-중국 철도 화물 수송을 17.6%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커지면 상당한 위험 부담이 따를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특히 미국은 유럽 강대국들과 중국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만류하는 입장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5G 이동통신 장비를 사용하는 유럽국과는 정보 공유를 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5월 말 독일 베를린에서 중국의 5G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할 경우 안보 정보 등에 대한 공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 장비에 기밀을 빼돌릴 수 있는 장치가 설치됐을지 모른다는 이유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사실상 중국의 국영기업인 화웨이에 부과한 제재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이 회사는 미국의 공식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중국의 성장으로 미국의 세계경제 지배권이 도전받자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려고 안간힘이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놓는 ‘부채의 덫’을 경고했다. ‘일대일로’ 참여국들이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벌이느라 감당할 수 없는 차관을 중국에서 받아 부채에 짓눌리게 되고, 그에 따라 영향력이 더 커진 중국이 그들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고 내정에 간섭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국가는 천연자원을 담보로 중국의 차관을 받는다는 의혹이 있지만 중국 관리들은 단호히 부인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앙골라, 잠비아, 콩고 등의 천연자원과 케냐의 항만, 철도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사회간접자본이 중국 측 채권자의 손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생산을 떠받치기 위해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과 중국·유럽 사이의 관계가 틀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분쟁을 두고 “중국과 유럽이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대규모 환율 조작 게임을 벌이며 자국 통화 시스템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는 트윗을 올렸다. “우리도 응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수년 동안 해온 그 게임을 계속하는 동안 우리는 뒤로 물러나 공손하게 지켜보는 멍청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은 경제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군사력 배치를 확대해 중국의 군사 인프라 증강에 맞서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면서 양측의 군사적 대치가 이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킨다. 최근에는 중국과 이웃 나라들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대함 탄도미사일(ASBM)을 시험 발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번 중국의 미사일 테스트를 두고 데이브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 군도’, 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와 가까운 남중국해의 인공구조물에서 중국 미사일이 발사된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이 지역의 모든 주권국가를 대표해 발언할 생각은 없지만 중국의 행동이 명백히 여타 남중국해 영유권 관련국들을 위협하기 위한 강압적인 행동이라는 점에 이들 국가가 동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행위와 관련해 특히 충격적인 부분은 시 주석이 2015년 백악관을 방문해 남중국해 전초기지를 군사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던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국방부에 문의하라면서도 최근 이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이 부쩍 늘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279개의 기지를 운용한다). “남중국해에 항모를 파견한 쪽은 미국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다. 국제사회는 누가 남중국해를 군사화하고 그곳의 평온함을 깨는지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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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의 공식 웹사이트는 지난 7월 3일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산하 병참지원부 보건국의 성명을 인용하며 독일과의 군사협력을 강조했다. 91명으로 구성된 인민해방군 팀이 독일의 의무대와 함께 2주일 동안 진행하는 2019 합동 구호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뮌헨으로 출발했다는 내용이었다. “중국이 유럽에서 시행하는 합동훈련을 위해 일개 의무 부대 전체를 실전 장비와 함께 파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의 중국-독일 의무대 합동훈련 이후 두 번째인 이번 합동 구호훈련은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거나 콜레라 같은 감염병이 유행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목적이다. 독일군도 별도 성명을 내고 “올해의 훈련은 양국의 군사협력에서 아주 특이한 경우이며, 유엔에서 함께 활동하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구호 작전 측면에서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선행 조건을 갖추기 위해 실시된다”고 설명했다.
그 이틀 전인 지난 7월 1일 또 다른 유럽 도시에 중국군이 도착했다. 프랑스 파리 주재 중국 대사관, 마르세이유 주재 중국 영사관 직원들과 중국이 투자한 기업체 대표들이 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툴롱에 모여 중국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시안함의 입항을 환영했다. 중국군의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중국 해군 제32 호위 기동부대를 이끄는 자오웨이둥 제독은 “이번 방문에는 공식 회의, 합동훈련, 농구 경기 같은 행사가 있다”고 말했다. 또 위진숭 프랑스 주재 중국 대리대사는 시안함의 툴롱항 방문이 양국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며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발전시키고 양국 사이의 이해와 우호를 증진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두 건의 군사적 행사는 유럽과 중국 사이의 관계가 아주 복잡한 시기에 이뤄졌다. 중국의 커지는 경제적 영향력은 서방에서 많은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좋은 기회도 제공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新)실크로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구상을 야심 차게 추진한다. 아시아에서 유럽, 아프리카까지 뻗은 일대일로는 중앙아시아를 거친 육상 루트와 동남아와 아프리카, 유럽을 연결하는 해상 루트를 아우른다.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는 국가는 약 70개국이며 투자액은 1조 달러에 이른다. 이 구상의 일환으로 중국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수십 건에 이르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건설에 착수했다. 이제 중국은 유럽으로 투자를 확대하려 한다. 그 노력이 서서히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이탈리아를 방문한 시 주석은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함께 양국의 ‘일대일로’ 양해각서 서명식을 지켜봤다. 그는 콘테 총리와 가진 회담에서 중국과 이탈리아가 고대 실크로드의 두 끝자락에 있다면서 ‘일대일로’ 사업에서 협력할 이유를 강조했다. 서유럽 국가로는 처음이자 주요 7개국(G7) 최초로 이탈리아가 ‘일대일로’에 참여한 것은 시 주석이 내세우는 ‘중국의 꿈’ 실현을 위한 큰 성과로 평가됐다.
그다음 시 주석은 프랑스로 건너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양자 무역에 합의했다. 심지어 얼마 전까지 중국의 투자에 회의론을 제기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위원장, 시 주석과 회담을 가진 뒤 ‘일대일로’ 구상을 두고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로 우리 유럽인은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일본 경제지 닛케이 아시안 리뷰의 기사에 따르면 ‘일대일로’ 구상에 관한 독일의 관심이 커지면서 독일의 국영철도 도이체반은 내년에 유럽-중국 철도 화물 수송을 17.6%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커지면 상당한 위험 부담이 따를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특히 미국은 유럽 강대국들과 중국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만류하는 입장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5G 이동통신 장비를 사용하는 유럽국과는 정보 공유를 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5월 말 독일 베를린에서 중국의 5G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할 경우 안보 정보 등에 대한 공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 장비에 기밀을 빼돌릴 수 있는 장치가 설치됐을지 모른다는 이유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사실상 중국의 국영기업인 화웨이에 부과한 제재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 이 회사는 미국의 공식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중국의 성장으로 미국의 세계경제 지배권이 도전받자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려고 안간힘이다. 미국 관리들은 중국이 놓는 ‘부채의 덫’을 경고했다. ‘일대일로’ 참여국들이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벌이느라 감당할 수 없는 차관을 중국에서 받아 부채에 짓눌리게 되고, 그에 따라 영향력이 더 커진 중국이 그들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고 내정에 간섭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국가는 천연자원을 담보로 중국의 차관을 받는다는 의혹이 있지만 중국 관리들은 단호히 부인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앙골라, 잠비아, 콩고 등의 천연자원과 케냐의 항만, 철도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사회간접자본이 중국 측 채권자의 손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생산을 떠받치기 위해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과 중국·유럽 사이의 관계가 틀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분쟁을 두고 “중국과 유럽이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대규모 환율 조작 게임을 벌이며 자국 통화 시스템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는 트윗을 올렸다. “우리도 응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수년 동안 해온 그 게임을 계속하는 동안 우리는 뒤로 물러나 공손하게 지켜보는 멍청이가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은 경제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군사력 배치를 확대해 중국의 군사 인프라 증강에 맞서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면서 양측의 군사적 대치가 이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킨다. 최근에는 중국과 이웃 나라들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대함 탄도미사일(ASBM)을 시험 발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번 중국의 미사일 테스트를 두고 데이브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 군도’, 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와 가까운 남중국해의 인공구조물에서 중국 미사일이 발사된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이 지역의 모든 주권국가를 대표해 발언할 생각은 없지만 중국의 행동이 명백히 여타 남중국해 영유권 관련국들을 위협하기 위한 강압적인 행동이라는 점에 이들 국가가 동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런 행위와 관련해 특히 충격적인 부분은 시 주석이 2015년 백악관을 방문해 남중국해 전초기지를 군사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던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국방부에 문의하라면서도 최근 이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이 부쩍 늘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279개의 기지를 운용한다). “남중국해에 항모를 파견한 쪽은 미국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다. 국제사회는 누가 남중국해를 군사화하고 그곳의 평온함을 깨는지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 톰 오코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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