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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에 충실하면 주주 가치는 따라온다”

“사명에 충실하면 주주 가치는 따라온다”

이스라엘의 탄산수 제조기 업체 소다스트림은 경제적 기회가 평화를 낳는다고 믿는다. 이들은 변화의 촉매제인가 국가의 홍보수단인가
사진:© gettyimagesbank
이스라엘 기업 소다스트림의 미국 태생 유대인 CEO 다니엘 번바움(56)은 사명을 띠고 있다. 그러나 그 사명이 탄산수 제조기를 팔아 수백만 달러를 버는 것인지, 개인적인 시온주의 브랜드를 홍보하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는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답변이 다르다.

소다스트림은 복잡한 정치환경 사이를 누비고 있다. 민간기업들이 종종 이스라엘 정부를 보호하도록 부름받아 공공외교에 참여하면서 정부의 가장 논란 많은 정책 중 일부에 방어막을 제공하는 정치환경이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저명인사인 번바움 CEO는 주로 해외에 기반을 둔 진보적·인도주의적인 이스라엘인에게 어필하고자 한다.

분쟁에 찌든 가자지구에서 16㎞ 남짓 떨어진 그리고 세계 최대 베두인족 도시 옆의 네게브 사막 한복판에 번바움 CEO가 신설한 공장에선 유대인·팔레스타인인 그리고 베두인족 남녀가 어깨를 맞대고 일한다. 베두인족의 빈곤율과 실업률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그리고 베두인족 여성이 집 밖에 나가 일하는 경우는 드물다. 소다스트림 공장에선 젊은 베두인족 여성들이 팔레스타인인과 유대인 남성들로 이뤄진 팀을 관리한다. 그들은 남성 동료들이 자신들을 깍듯이 대한다고 뉴스위크에 말한다. 공장에는 무슬림과 유대인을 위한 기도실이 있다. 직원들이 종교 행사에 따라 금식할 때는 휴식을 허용한다. 번바움 CEO는 개인적인 투쟁을 통해 공장의 팔레스타인인 근로자 120명에게 취업허가를 받아줬다. 그들이 요르단강 서안으로부터 이스라엘 검문소를 통과해 공장에 출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네게브 사막에 소다스트림 공장을 세우기로 한 결정도 정치의 영향을 받았다. 소다스트림은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 미쇼르 아두밈에 있던 공장을 2015년 네게브 사막의 라하트로 이전했다. 이런 결정이 ‘보이콧·환수·제재(BDS)’ 운동의 직접적인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종식 운동을 본뜬 캠페인이다. BDS 운동의 창시자 오마르 바르구티는 소다스트림의 이전을 가리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인권 침해를 종식하려는 우리의 노력과 맥락을 같이하는” 성공으로 본다고 말했다.
번바움 CEO는 자기 방식의 고용기회가 사회의 조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기 바란다. / 사진:DAN BALILTY-AP/YONHAP
그러나 소다스트림은 네게브로의 공장 이전은 사세 확장을 위한 공간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며 그 결정에 BDS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회사 경영진은 주장한다. 하지만 스웨덴 같은 유럽 시장에선 BDS 운동이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많은 잠재 고객이 이스라엘 점령으로 이익을 본다고 여겨지는 기업의 제품을 보이콧했다. 그리고 소다스트림이 요르단강 서안을 떠나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간의 조화를 촉진하는 브랜드로 콘셉트를 잡은 뒤 매출이 증가했다. 2016년 서유럽 지역 매출이 15% 증가했다. 지난해 마지막 분기에는 1억7150만 달러의 매출액으로 신기록을 세웠다.

직원들은 이 같은 성공이 건강에 해로운 탄산음료 대신 스파클링 워터에 초점을 맞추는 회사로 리브랜딩한 결과라고 말한다. 그러나 소다스트림의 최근 성공에 깔린 정치적 메시지가 뻔히 보인다. 소다스트림이 요르단강 서안을 떠나겠다고 처음 발표했을 때 회사의 팔레스타인인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회사가 팔레스타인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정치적 역학에 대해 번바움 CEO가 그들에게 사과하는 감동적인 비디오를 공개한 뒤 취업허가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관측통들은 평한다.

이스라엘 전문 정치 이코노미스트 쉬르 헤베르는 그 비디오에 관해 “처음부터 영어 자막을 넣어 제작됐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정부에 상당히 직접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인 근로자에게] 더 많은 취업허가를 내주는 데 대단히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비디오는 그 뒤로 온라인에서 내려졌다.

번바움 CEO에 따르면 소다스트림에 대한 그의 비전은 이스라엘 국가의 운명과 긴밀하게 얽혀 있다. 그는 자신의 공장 이전 결정을 벤 구리온 이스라엘 전 총리가 추진했던 사막 개발 구상의 연장선으로 설명한다. 번바움 CEO는 소다스트림과 이스라엘을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한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티쿤 올람으로 불리는 유대교의 아주 근본적인 가치로 세계의 향상을 의미한다. 그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여기서 하는 우리의 일을 통해 사회가 좋아지고 이스라엘이 발전하고 강해지게 하고 싶다. 그것이 우리의 업무방식에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번바움 CEO는 이를 염두에 두고 소다스트림 공장에 사회복지사를 고용해 가정 문제가 있을지 모르는 근로자를 돕는다. 남녀 근로자를 동일한 비율로 고용하려는 목표도 갖고 있다. 라하트시 인근 소다스트림 공장에서 일하는 약 700명의 베두인 중 절반가량이 여성이다. 팔레스타인 여성은 한 달 전부터 처음 출근하기 시작했다고 번바움 CEO는 말했다.

번바움 CEO는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은 서로 미워하도록 교육받았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서로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모든 사람이 우리에게 말했다. 이쪽 세계에는 그런 마인드가 깔렸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이 잘못된 생각임을 입증할 수 있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이 모두가 티쿤 올람과 통한다.”
소다스트림의 라하트 공장은 분쟁으로 유명한 지역에서 다문화적 용광로다. / 사진:DAN BALILTY-AP/YONHAP
공장을 돌며 각 기계가 어떻게 실린더와 주형을 만들어 전 세계 수백만 가구에서 들여놓은 소다스트림 제조기가 완성되는지 설명하는 동안 번바움 CEO는 근로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라마담 카림”이라고 외친다. 무슬림이 금식하는 달에 축복을 건네는 말이다. 직원 중 여러 명이 번바움 CEO를 말할 때 눈물을 글썽거린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유대인 조립 근로자 미르타라는 “사장님이 우리와 똑같은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소다스트림은 대다수 공장 근로자에게 최저 임금의 약 20% 이상을 지급하고 출퇴근 교통편을 제공하며 식사를 지원한다고 회사 측은 말한다. 공장 내 보육시설도 개설 중이다. 번바움 CEO는 직원들의 행복이 주주가치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명에 충실하면 주주가치는 따라온다.”

최근 30억 달러가 넘는 가격에 펩시코에 인수된 회사의 CEO로선 의외의 태도다. 그러나 번바움 CEO는 소다스트림이 더 광범위한 국제 고객 기반을 구축하려 시도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을 따르는 관행은 사업에도 유익하다고 믿는다. 번바움 CEO의 비전은 이스라엘에서 민간 부문의 역할에 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한 기업이 국가의 포부를 대변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가 국가주의·시온주의와 어떻게 맞물릴까? 국가가 어느 정도까지 경제를 반영하고 반대의 경우는 또 어느 정도일까?

헤베르 이코노미스트는 “번바움 CEO는 자유주의적인 시온주의자처럼 말한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이스라엘에 그런 운동이 있으니 전례 없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CEO로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BDS 운동을 비롯한 보이콧에 따르는 각종 압력에 대한 소다스트림의 대응방식이 그들을 돋보이게 한다.”

이스라엘의 사회적 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연구소 타웁 센터의 소장이자 경제분석가인 아비 와이스는 소다스트림의 정치적 메시지 전달 방식이 독특하지만 제약업 등 다른 산업에서도 이스라엘인과 아랍인이 마찰 없이 어깨를 맞대고 일한다고 평한다. 그는 “그런 업계에선 모두가 차별 문제없이 함께 생활하고 일한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러나 소다스트림은 취업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요르단강 서안에 있을 때도 그랬고 남쪽으로 이전한 뒤 베두인족 근로자에게도 그랬다.”

이스라엘 정부가 기업에 제공하는 특혜를 포기하고 요르단강 서안을 떠나기로 한 결정에 소다스트림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소다스트림이 현대판 프라워 플랜(Prawer Plan)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베두인족에게 그들의 전통적인 농업 관행을 포기하고 도시화된 사회로 이주해 이스라엘 기업에 저임 노동력을 제공하도록 장려하던 구상이다.
이프타르 만찬에서 번바움 CEO는 팔레스타인인 직원들의 어깨에 올라타 열정적으로 춤췄다. / 사진:TSAFRIR ABAYOV-AP/YONHAP
베두인 커뮤니티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가난한 계층이지만 소다스트림은 “백인 정착민이 미국 인디언의 개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듯이” 베두인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BDS 운동의 바르구티는 말한다. 그에 따르면 소다스트림은 베두인 전통문화의 와해에 기여하고 있다.

소다스트림의 네게브 사막 투자는 더 광범위한 투자의 일환이다. 저술가이자 예루살렘 소재 샬렘 칼리지의 부학장인 대니얼 고디스는 이스라엘의 네게브 지역을 개발하려는 대규모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한다. 고디스 부학장은 “이스라엘은 육군 본부 전체를 텔아비브에서 네게브로 이전하고 있으며 거기에 수반되는 상업·주거·학교·의료서비스 등 온갖 인프라로 도시 전체가 형성되고 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벤 구리온 전 총리가 자주 인용하는 유명한 말이 있는데 이스라엘 국가의 진취성이 네게브에서 시험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거주환경이 가장 열악하면서도 가장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주장은 우리가 진취성을 보여주려면 그 지역에서 살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런 아이디어의 실현은 대단히 이스라엘적인 일이다.”

그러나 번바움 CEO 식의 시온주의는 점령을 정상화하고 일종의 경제적 신식민주의를 촉진한다는 비판도 있다. 헤베르 이코노미스트는 “대단히 비슷한 논리를 가진 이스라엘 정치인이 많다”고 말했다. “그들은 경제협력을 통해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논리로 가장 유명한 이스라엘 정치인은 시몬 페레스 전 대통령이다. 그는 그것을 ‘신중동’으로 불렀다. 페레스의 신중동은 신식민주의의 한 형태로 비판받았다. 그리고 번바움 CEO의 주장도 그렇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우연의 일치겠지만 소다스트림의 야엘 페다트주르 리브니 글로벌 PR팀장이 페레스 전 대통령 부대변인 출신이다.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소다스트림은 정기적으로 팔레스타인인과 베두인 근로자를 관리직으로 승진시킨다. 일례로 남성들로 이뤄진 팀을 관리하는 베두인 여성 샤로크 엘 크레나위(24)가 대표적이다. 베두인 족에게 절실히 필요한 일자리를 소다스트림이 제공한다고 와이스 소장은 주장한다. 그는 “이들은 가장 많은 고통을 받는 종족”이라며 “이들 가구 중 58%, 아동의 약 70%가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한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시몬 페레스 전 대통령의 논란 많은 계획에선 경제협력을 통해 평화를 촉진했다. / 사진:GREGORIO BORGIA-AP/YONHAP
지난 5월 하순의 어느 무더운 날 번바움 CEO는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기자단에게 소다스트림 공장 투어를 제공했다. 견학 후 회사 측에서 무슬림의 라마단 성월 중 약 2000명을 대상으로 하루 금식의 종료를 알리는 이프타르 만찬(일몰 직후 금식을 마치고 먹는 첫 번째 식사)을 포함한 ‘평화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프타르는 소다스트림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소다스트림은 2014년 라마단 음식과 관련된 논란을 둘러싸고 팔레스타인 근로자 약 40명의 고용계약을 해지한 뒤 많은 비난을 받았다. 야간 조 근무자들이 대략 16시간에 걸친 금식을 마친 뒤 제공되는 음식이 부족하다고 여겼다. 공장으로 음식물을 반입할 수 없었던 근로자들은 당시 소다스트림 경영진에 따르면 “난폭하고 소란스러운 파업에 돌입했다.” 당직 관리자가 그들에게 집에서 식사하도록 귀가 조치했다. 그리고 공장을 떠났던 사람들은 다음날 해고됐다.

5년이 흐른 뒤 소다스트림이 주최하는 이프타르는 호화로워 서방 관측통 다수가 입을 떡 벌릴 정도다. 관련 행사는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와 정치 집회의 혼합으로 예상을 뛰어넘는다. 소다스트림 직원들이 발언하는 동안 눈물을 흘리면서 회사가 자신들의 가족만큼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어린이들이 노래를 부르며 다니엘이라고 부르는 번바움 CEO를 찬양했다. “우리 아빠는 탄산수를 만들지만 실제로는 매일 평화를 만든다고 말해요.” 공장 근로자의 딸인 어린 소녀가 무대에서 외쳤다.

대형 스크린에 날아가는 비둘기의 모습이 비치더니 진짜 비둘기 떼가 함께 식사하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날아오른다. “소다스트림은 황야에 꽃을 피운다.” 한 발언자가 반어적인 암시 없이 말했다. 데이비드 프리드먼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가 그 행사에 참석해 소다스트림을 찬양했다. 프리드먼 대사는 “이것이 진짜 평화”라며 “효과적인 모델”이라고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일부 서방 관측통은 이런 광경의 배경에 뭔가가 깔렸지 않나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이렇게 많은 감정의 표출은 존경의 신호인가? 아니면 순전히 홍보성 깜짝 이벤트인가? 소다스트림이 컬트라서 직원들이 압박에 못이겨 발언했는가? 서방 관측통 여러 명이 이 모든 질문을 던졌다. 유럽의 한 언론인이 조크를 던졌다. “‘쿨에이드 음료를 마신다’(‘무조건 따르다’는 의미가 있다)는 표현은 잊자. 이제부터는 ‘탄산수를 마신다’고 말하겠다.”

그러나 이스라엘인은 전적으로 진심 어린 감정표출이라고 말했다. 탄산수 기계 판매로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회사가 사회개혁의 촉매제이자 국가의 역할모델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을 품는 소다스트림 직원은 아무도 없는 듯했다. 번바움 CEO가 무대에 올라 군중을 향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을 때는 그가 공직 출마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그러나 소다스트림 직원들은 그에게는 정치적 야심이 없다고 주장한다. 대신 그들은 번바움 CEO가 다소 괴짜이긴 해도 고용을 통해 평화와 다문화주의를 장려하는 데 진정으로 열성적인 사람이라고 평한다.

그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청소하도록 직원들을 비행기에 태워 온두라스로 보낸 뒤 잭 스패로 선장(‘캐리비언의 해적’ 주인공) 같은 복장으로 보트에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한 직원은 그 일화를 떠올리면서 “그게 바로 다니엘”이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만찬장을 나설 때 번바움 CEO는 팔레스타인인 직원 몇 명의 어깨에 올라타 열정적으로 춤추고 있었다. 그의 풍채 좋은 몸집이 경기 중 카메라에 잡힌 스포츠 팬처럼 대형 스크린을 채우고 있었다. 공장을 떠나려 버스에 오를 때 한 직원이 “행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스크린에서 춤추는 번바움 CEO를 지켜보며 “회사가 아니라 정치 이념”이라고 답변했다. 그 여성은 미소 지으며 맞장구쳤다. “예, 맞아요.”

- 크리스티나 마자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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