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에 성급히 강경 대응하지 않는 것이 중국 정부에 득이 되는 이유 3가지 지난 8월 31일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 도 경찰과 대치한 시위대. / 사진:AP/YONHAP올여름 내내 홍콩에선 시위가 이어졌다. 이 시위는 지난 6월 9일 약 100만 명의 주민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행진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범죄 피의자의 중국 본토 인도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홍콩 야당과 재야단체는 이 법이 시행되면 중국 본토로 인권 운동가나 반정부 인사 등이 인도될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홍콩 정부를 이끄는 캐리 람 행정장관(2017년 리커창 중국 총리가 임명했다)은 시위가 예상외로 커지자 며칠 뒤 “송환법은 죽었다”면서 지지 없이 더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제출된 법안의 완전 철회는 거부하면서 더 큰 시위를 촉발했다. 때때로 금융·교통 시스템이 마비됐고 경찰과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시위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람 행정장관은 시위가 3개월이 다 돼가는 지난 9월 4일 드디어 송환법을 공식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장기 시위 사태를 초래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제거된 셈이어서 사태가 진정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어 보이지만, 시위대의 다른 요구사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 향후 갈등의 불씨를 남겨 놓았다.
서방 국가의 많은 사람은 왜 중국이 홍콩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 궁금하게 생각한다. 사회운동과 정치적 변화를 연구하는 전문가로서 나는 홍콩의 갈등과 그 해결이 미국과 나머지 세계 전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다. 만약 홍콩이 중국 중앙정부의 완전한 통제 아래 들어간다면 홍콩의 정치와 경제적 의사결정이 지금과는 사뭇 달라질 것이다. 그런 변화는 세계경제에 파문을 일으키며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사업할 수 있는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그러나 현재로선 중국이 상당히 절제된 반응을 보인다.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 듯이 보이는 것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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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탄압과 통제
홍콩 주민은 중국 본토에 거주하는 주민보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린다. 독립적인 사법 체제와 언론 자유가 대표적인 차이점이다. 홍콩이 특별행정구이기 때문에 누리는 자유다. 중국 중앙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고 상당한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로 알려진 이 모델은 1997년 영국이 자국의 식민지였던 홍콩을 중국에 반환할 때 중국과 합의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베이징의 중국 지도부는 홍콩을 직접적인 통제권 아래 두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2014년 중국 전인대는 홍콩 행정장관 입후보 자격과 관련해 친중국계로 구성된 후보 추천위원회의 과반 지지를 얻은 인사 2∼3명으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그때도 이번 여름처럼 홍콩 주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른바 ‘우산 혁명’이다. 그들의 민주화 요구는 최루 가스와 고무탄의 탄압에 밀려났다.
중국은 국민을 공공연히 또는 은밀하게 탄압하는 정책으로 악명 높다. 홍콩의 경우 중국 정부는 람 행정장관의 시위 대응을 지시하진 않지만 그녀가 지원을 요청할 경우에 대비해 준비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런 접근법을 취함으로써 중국은 잃을 게 거의 없다. 만약 홍콩의 공권력과 시위대 사이에서 물리적 충돌이 재개되고 정치 시스템이 불안정해진다면 중국은 곧바로 홍콩에 진입해 홍콩을 자신들의 뜻대로 다시 만들려 할지 모른다.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다. 시위대를 상대로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해 정부의 공권력으로 시위를 진압한다고 해도 시위가 반드시 중단되지는 않는다. 홍콩 주민은 변화를 이룰 기회가 사라진다고 느끼면 목숨을 걸고 저항할 수 있다. 경찰과 시위대 사이의 그런 폭력 사태가 심해지면 정치적 위기가 오게 된다.
홍콩이 무정부 상태가 되면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에 더 강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 어쩌면 민주화 운동의 뿌리를 뽑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럴 의도가 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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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군사력 과시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문제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고 해도 홍콩 시위를 이용해 다른 결과들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 얼마 전 중국 당국은 홍콩이 빤히 내려다보이는 중국 도시 선전의 한 스타디움으로 군사장비와 인력을 이동시키면서 홍콩 사태를 끝내기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런 군사력 과시는 중국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홍콩을 통치하고 싶어 하고, 또 그럴 준비가 됐다는 점을 홍콩 주민에게 상기시킨다. 그런 과시에 위협을 느낀 시위대가 람 행정장관과 협력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고, 그 결과 중국 중앙정부에 좀 더 유리한 쪽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
그 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시위대 일부의 행동이 이전과 달리 점잖아졌다. 물론 그들은 여전히 람 행정장관의 퇴진과 민주주의에 입각한 더 많은 자유를 요구하고 있지만 홍콩 재야단체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의 지도자 중 한 명은 미국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평화시위를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단시위 참가자는 정치적 변화를 이루는 방법을 두고 단일 방안에 동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일부 시위 참가자는 폭력 사용이 변화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게 분명하다.
군사력 과시를 통해 중국 중앙정부가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혜택은 미국 트럼프 정부에 중국을 쉽게 보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세계적인 군사력을 동영상으로 만방에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과시는 정치 지도자가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고 다른 나라에 경고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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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내의 불만 억제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그에 따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들어 27년 만에 최저치인 6.6%로 줄어들었다. 그 정도만 해도 세계 대다수 국가보다 상당히 높긴 하지만 그런 성장 둔화는 특히 비민주 국가에선 국민의 불만을 키우기 쉽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민중 시위를 철저히 억눌렀지만 인터넷에 접근하는 인민이 늘어나면서 강압적인 정책을 사용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중국인 중 일부는 현지 관리에게 점잖게 항의하는 관행을 지양하고 온라인을 통해 중앙정부 당국에 직접 이의를 제기한다. 그런 추세를 정부 관리들이 저지하기는 더 어렵다.
홍콩 시위는 그런 인민의 불만을 가라앉힐 기회를 중국 중앙정부에 제공한다. 불만을 가진 인민의 관심을 ‘공동의 적’인 홍콩 시위대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국영 매체를 통해 그 시위대가 폭력을 사용하며 미국에 매수돼 미국의 지시를 이행하는 앞잡이인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중국 중앙정부가 중국인의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전술이 실제 효과를 내는 것 같다. 중국 최대의 SNS 웨이보에서 중국인 네티즌은 중국을 ‘동생’으로 의인화한 포스트를 유행시켰다. 인민 전체가 나서서 이 ‘동생’을 위협 세력인 사악한 홍콩 시위대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내용이다. 이런 국가주의와 애국주의의 급등은 적어도 단기적으론 중국 본토 인민의 불만을 억누를 수 있을 것이다.
- 디애너 롤린저
※ [필자는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 사회학 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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