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동전 없는 사회’ 사업] 시범사업 매장에서 하루 1건도 사용 안해
[지지부진한 ‘동전 없는 사회’ 사업] 시범사업 매장에서 하루 1건도 사용 안해
2017년 실시 후 이용 건수 계속 줄어… 연내 계좌적립 서비스로 활성화 노려 #1. 서울 금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48)는 동전 때문에 귀찮은 일이 잦다. 현금 액수별로 동전을 가득 채워도 2~3일이면 동이 나 은행에서 동전을 바꿔와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닐봉지 값 20원을 받으며 발생하는 거스름돈이 골칫거리다. 정부 정책상 의무적으로 비닐봉지 값을 받아야 하는데 이 때문에 10원짜리 뭉치를 늘 준비해야 한다. 10원짜리 잔돈이 없어 비닐봉지를 공짜라 준 적이 있었는데, 지난해 어느 고객이 이를 신고해 과태료 10만원을 물기도 했다. A씨는 “손님이 몰릴 때 10원짜리 8개를 세서 거슬러 주는 일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수수료가 발생하더라도 카드 결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2. 결혼을 앞둔 직장인 B씨(32)는 3년간 혼자 살던 집에 모아뒀던 동전을 은행에서 지폐로 교환하려고 했다. 가끔 현금을 사용하고 받은 거스름돈 동전을 모아둔 항아리에 어느 새 17만 원가량이 모였다. 그러나 집 근처 은행 일부 지점에서 동전 교환이 가능한 시간대가 지정돼 있어 두 번의 헛걸음 끝에 겨우 지폐로 바꿀 수 있었다. B씨는 “동전이 부족해 해마다 새 동전을 찍는다고 들었는데, 그리 바쁘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동전 교환을 받아주지 않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폐를 쌓아두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동전을 쌓아둔 사람은 많다. 특히 장사를 하는 사람은 거스름돈 지급용으로 대부분 동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한번 개인에게 들어간 동전은 좀처럼 다시 나오질 않는다. B씨처럼 몇년이고 저금통이나 항아리에 차곡차곡 모아두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 1인당 동전 보유량은 441개에 이르렀다. 동전이 지폐보다 훼손되는 일이 드문 데도 한은이 계속 동전을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의원(자유한국당)에게 제출한 ‘연도별 주화 제조비 추이’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동전을 주조하는 데 든 비용은 501억원이었다. 같은 해 주화의 순발행액(발행액-환수액)인 138억원보다 많았다. 돌아오지 않는 동전을 계속 찍기만 하니 국내에서 유통되는 동전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거의 사용되지 않는 10원짜리가 문제다. 지난해 기준 10원짜리만 86억2000만개가 유통되고 있다. 2009년 67억3000만개에 비해 약 20억개가 더 늘었다. 한은은 권종별 제조원가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10원짜리 하나를 제조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돌지 않는’ 동전을 순환시켜 주화 발행량을 줄이기 위해 한은은 2009년부터 해마다 동전 모으기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에도 지난 5월 한달간 실시한 범국민 동전 교환 운동에서 총 322억원, 2억2100만개의 동전이 은행권으로 교환됐다. 하지만 ‘동전 모으기 캠페인’은 돌지 않는 주화 탓에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궁극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동전 휴대가 불편한 소비자의 불편함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결국 동전 자체의 사용을 줄일 방법을 찾는 게 해법이다. 이 때문에 한은은 2017년부터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한은이 현재 실시하고 있는 시범사업은 현금 결제 때 발생하는 거스름돈을 동전 대신 ‘전자지급수단’으로 돌려주는 게 핵심이다. 이른바 ‘잔돈적립서비스’다. 시범사업 매장에서 사용 가능한 적립수단을 보유한 후 매장에서 현금으로 물건을 사면 발생하는 거스름돈을 적립수단에 충전하는 방식이다. 한은이 이런 방식의 시범사업을 추진한 것은 2017년 4월부터다.
한은이 발간한 2017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 평균 3만3870건의 동전적립 서비스가 이용됐다. 일 평균 적립 금액은 597만5000원이다. 2017년 말 기준 6개 유통 업체의 전국 3만6500개 매장이 시범사업에 참여했음을 고려하면 매장당 하루 이용 실적이 1건이 채 되지 않는 셈이다.
시범사업의 추진 실적만 보면 동력을 잃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김두관 의원(더불어민주당 )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동전 적립서비스의 이용 건수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2017년 3분기에는 일 평균 3만4324건이 이용됐지만 이후 이용 건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일 평균 사용건수는 3만건에 못미치는 2만9840건에 그쳤다. 올해 2분기에는 2만5420건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전국 가맹점 1곳에서 일 평균 0.68건 이용된 셈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일 평균 적립 금액은 484만9000원에 그쳤다. 시범사업 참여 업체도 늘지 않았다. 올해 8월 말 기준 참여 사업자는 2017년 말과 동일한 6개 유통 업체와 선불전자금융업체 10곳뿐이다. 매장 수는 3만6850여 개로 2017년 말과 거의 동일하다. 한은 관계자는 “시범사업 실적이 크게 늘고 있지는 않지만 동전 사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사회적 비용 절감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통 일선에서 한은의 동전없는 사회 사업은 사실상 잊혀진 정책이 된 모습이다. 취재 중 잔돈 적립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마트 1곳과 5곳의 편의점에서 현금으로 결제했지만 6개의 매장 모두에서 동전 적립 서비스 이용 여부를 먼저 묻지 않았다. 심지어 편의점 4곳의 직원은 동전 적립서비스 사용 방법을 알지 못했다. 서울시 중구의 한 편의점주는 “사실상 동전 적립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새로운 단기직 직원들에게 적립 방법을 별도로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은의 동전 없는 사회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뭘까. 한은은 시범사업을 추진하기 앞서 2016년 6~9월 유효응답수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46.9%가 잔돈으로 받는 동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동전 미사용 이유로는 소지 불편(62.7%)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설문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0.8%가 동전 없는 사회 정책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상으로는 동전 없는 사회 사업의 필요성이 충분한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동전 없는 사회 사업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공급자 편의 중심으로 짜여진 사업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조윤미 금융소비자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사업의 기획이나 과정, 결과의 공유 등 일련의 과정에서 소비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소비자 관점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고 효용과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의 사업 모델은 유통 업체마다 이용 가능한 적립 수단이 다르기 때문에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예를 들어 롯데마트에서 발생한 거스름돈은 엘포인트(L.POINT)에만 적립할 수 있으며 이마트와 이마트24는 SSG머니만 적립 가능하다. 세븐일레븐·CU·GS25 등의 편의점은 복수의 적립수단을 갖추고 있지만 캐시비 교통카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원화돼 있다. 티머니 교통카드를 가진 소비자는 편의점 CU·GS25에서 적립할 수 있지만 세븐일레븐에서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잔돈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처가 제한된 사이버머니를 지급하기 때문에 화폐로서 가치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현재 가맹사업 공급자가 거스름돈 대신 지급하는 사이버머니는 현금으로 환급받으려면 수수료가 발생한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의 시스템에선 기존 업체들의 가상포인트 시스템을 사용하다 보니 서비스 제공 업체마다 환급수수료를 받기도 하는데, 각 사별 정책이다 보니 환급 수수료를 받지말라고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도 현재 진행되는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한은은 2017년 하반기 시범사업에 대한 중간평가로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85.7%가 계좌적립 방식이 시행된다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답변했으며, 계좌적립 수단으로는 현금카드(52.8%), 모바일앱(29.0%)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은은 2단계 시범사업으로 현금IC카드와 모바일카드 기반의 계좌적립 방식으로 적립수단을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은은 김두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2019년 4분기 중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매장에서 잔돈을 구매자의 은행계좌로 직접 적립할 수 있는 방식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은행권 공동사업으로 전용 카드를 만들어 현금 거래 후 고객이 제시한 카드나 모바일카드 계좌로 잔돈을 입금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1단계 시범사업 시작 당시부터 이 같은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2년 8개월 만에야 2단계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이 같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은행, 금융결제원과 오프라인 매장 간 수수료 배분 문제를 협의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게 한은 측의 설명이다. 연내 2단계 사업이 실시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소비자가 언제부터 계좌에 직접 적립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은 측은 “현재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가맹점들은 모두 2단계 사업에도 참여한다”면서도 “업체마다 전산개발 일정이 빠듯하고 단말기 수정 일정도 유통사업자마다 달라 사업자별로 실제 시행 시기는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2단계 사업 추진에 맞춰 적극적인 홍보를 진행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소비자 대상 홍보는 물론 우수가맹점 포상 등 점포에도 참여를 장려해나갈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수료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선웅규 후앤후 대표이사는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열린 동전 없는 사회 만들기 활성화 방안 포럼에서 “금융회사 공동이용망을 이용하면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수수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은 측은 “2단계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는 가맹점과 소비자에게 부과하지 않고 은행과 금융결제원이 부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현금IC카드 공동망에서 부가적인 업무가 추가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수료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현재 현금IC카드에 붙는 수수료는 거래금액별 최대 1% 수준이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 결혼을 앞둔 직장인 B씨(32)는 3년간 혼자 살던 집에 모아뒀던 동전을 은행에서 지폐로 교환하려고 했다. 가끔 현금을 사용하고 받은 거스름돈 동전을 모아둔 항아리에 어느 새 17만 원가량이 모였다. 그러나 집 근처 은행 일부 지점에서 동전 교환이 가능한 시간대가 지정돼 있어 두 번의 헛걸음 끝에 겨우 지폐로 바꿀 수 있었다. B씨는 “동전이 부족해 해마다 새 동전을 찍는다고 들었는데, 그리 바쁘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동전 교환을 받아주지 않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폐를 쌓아두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동전을 쌓아둔 사람은 많다. 특히 장사를 하는 사람은 거스름돈 지급용으로 대부분 동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한번 개인에게 들어간 동전은 좀처럼 다시 나오질 않는다. B씨처럼 몇년이고 저금통이나 항아리에 차곡차곡 모아두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 1인당 동전 보유량은 441개에 이르렀다. 동전이 지폐보다 훼손되는 일이 드문 데도 한은이 계속 동전을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의원(자유한국당)에게 제출한 ‘연도별 주화 제조비 추이’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동전을 주조하는 데 든 비용은 501억원이었다. 같은 해 주화의 순발행액(발행액-환수액)인 138억원보다 많았다. 돌아오지 않는 동전을 계속 찍기만 하니 국내에서 유통되는 동전의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거의 사용되지 않는 10원짜리가 문제다. 지난해 기준 10원짜리만 86억2000만개가 유통되고 있다. 2009년 67억3000만개에 비해 약 20억개가 더 늘었다. 한은은 권종별 제조원가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10원짜리 하나를 제조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동전 주조 비용 501억원
한은이 현재 실시하고 있는 시범사업은 현금 결제 때 발생하는 거스름돈을 동전 대신 ‘전자지급수단’으로 돌려주는 게 핵심이다. 이른바 ‘잔돈적립서비스’다. 시범사업 매장에서 사용 가능한 적립수단을 보유한 후 매장에서 현금으로 물건을 사면 발생하는 거스름돈을 적립수단에 충전하는 방식이다. 한은이 이런 방식의 시범사업을 추진한 것은 2017년 4월부터다.
한은이 발간한 2017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 평균 3만3870건의 동전적립 서비스가 이용됐다. 일 평균 적립 금액은 597만5000원이다. 2017년 말 기준 6개 유통 업체의 전국 3만6500개 매장이 시범사업에 참여했음을 고려하면 매장당 하루 이용 실적이 1건이 채 되지 않는 셈이다.
시범사업의 추진 실적만 보면 동력을 잃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김두관 의원(더불어민주당 )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동전 적립서비스의 이용 건수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2017년 3분기에는 일 평균 3만4324건이 이용됐지만 이후 이용 건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일 평균 사용건수는 3만건에 못미치는 2만9840건에 그쳤다. 올해 2분기에는 2만5420건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전국 가맹점 1곳에서 일 평균 0.68건 이용된 셈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일 평균 적립 금액은 484만9000원에 그쳤다. 시범사업 참여 업체도 늘지 않았다. 올해 8월 말 기준 참여 사업자는 2017년 말과 동일한 6개 유통 업체와 선불전자금융업체 10곳뿐이다. 매장 수는 3만6850여 개로 2017년 말과 거의 동일하다. 한은 관계자는 “시범사업 실적이 크게 늘고 있지는 않지만 동전 사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면서 사회적 비용 절감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통 업체마다 적립 수단 달라 불편
그렇다면 한은의 동전 없는 사회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뭘까. 한은은 시범사업을 추진하기 앞서 2016년 6~9월 유효응답수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46.9%가 잔돈으로 받는 동전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동전 미사용 이유로는 소지 불편(62.7%)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설문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0.8%가 동전 없는 사회 정책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상으로는 동전 없는 사회 사업의 필요성이 충분한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동전 없는 사회 사업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공급자 편의 중심으로 짜여진 사업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조윤미 금융소비자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사업의 기획이나 과정, 결과의 공유 등 일련의 과정에서 소비자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소비자 관점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고 효용과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의 사업 모델은 유통 업체마다 이용 가능한 적립 수단이 다르기 때문에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예를 들어 롯데마트에서 발생한 거스름돈은 엘포인트(L.POINT)에만 적립할 수 있으며 이마트와 이마트24는 SSG머니만 적립 가능하다. 세븐일레븐·CU·GS25 등의 편의점은 복수의 적립수단을 갖추고 있지만 캐시비 교통카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원화돼 있다. 티머니 교통카드를 가진 소비자는 편의점 CU·GS25에서 적립할 수 있지만 세븐일레븐에서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잔돈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처가 제한된 사이버머니를 지급하기 때문에 화폐로서 가치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현재 가맹사업 공급자가 거스름돈 대신 지급하는 사이버머니는 현금으로 환급받으려면 수수료가 발생한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의 시스템에선 기존 업체들의 가상포인트 시스템을 사용하다 보니 서비스 제공 업체마다 환급수수료를 받기도 하는데, 각 사별 정책이다 보니 환급 수수료를 받지말라고 강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도 현재 진행되는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한은은 2017년 하반기 시범사업에 대한 중간평가로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85.7%가 계좌적립 방식이 시행된다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답변했으며, 계좌적립 수단으로는 현금카드(52.8%), 모바일앱(29.0%)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은은 2단계 시범사업으로 현금IC카드와 모바일카드 기반의 계좌적립 방식으로 적립수단을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은은 김두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2019년 4분기 중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매장에서 잔돈을 구매자의 은행계좌로 직접 적립할 수 있는 방식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은행권 공동사업으로 전용 카드를 만들어 현금 거래 후 고객이 제시한 카드나 모바일카드 계좌로 잔돈을 입금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1단계 시범사업 시작 당시부터 이 같은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2년 8개월 만에야 2단계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이 같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은행, 금융결제원과 오프라인 매장 간 수수료 배분 문제를 협의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게 한은 측의 설명이다.
수수료 문제 해결 방안 마련해야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48회 로또 1등 ‘3·6·13·15·16·22’
2“재산 절반 옆에 있는 여자에게...” 조영남 유서 깜작 공개
3한동훈 “민주, 李방탄 예산 감액…호남도 버렸다”
4고점 또 돌파한 리플 코인…한달 만에 264% 상승
5서학 개미에게 희소식…하루 23시간 거래 가능한 미 증권거래소 내년 개장
6 오세훈 시장 "동덕여대 폭력·기물파손, 법적으로 손괴죄…원인제공 한 분들이 책임져야”
7미·중 갈등 고조되나…대만에 F-16 부품 판매 승인한 미국의 속내는
8"나도 피해자” 호소…유흥업소 실장, 이선균 협박으로 檢 징역 7년 구형
9배우 김사희 품절녀 된다...두살 연상 사업가와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