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글로벌 분산투자
[이상건의 투자 마인드 리셋]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글로벌 분산투자
모국 편향 투자에서 빨리 벗어나야… 상장지수펀드 등 다양한 상품 존재 투자수익은 시간·금액·수익률의 함수다. 이를 식으로 표현하면 ‘f(시간, 금액, 수익률)=수익’이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수익률을 높일 수 있으면 수익도 늘어난다. 투자금액이 많으면 수익률이 낮더라도 벌어들이는 절대금액이 늘어난다. 1000만원의 1%는 10만원이지만 10억원의 1%는 1000만원이다. 투자금액의 크기는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돈이 많은 사람들일수록 고수익을 추구할 이유가 없다. 적정 수익률만 거두더라도 돈의 절대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투자할 필요가 없다. 이와 달리 투자금액이 적은 이들은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지 않는 한 돈의 크기가 확 불지 않는다. 소액 투자자 상당수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운 좋은 소수를 제외하고 이런식의 접근법으로 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 대개는 그나마 있는 자금마저 시장에서 빼앗기고 만다. 투자수익을 좌우하는 세 가지 변수 중 가장 중요하면서도 자주 간과되는 것이 투자기간이다. 시간은 투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투자기간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복리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보자. 25세에 1000만원을 연 7%로 40년간 운용해 65세 은퇴할 때 찾으면 돈은 약 14배로 불어난다. 투자금액을 두 배로 늘려 2000만원을 45세부터 65세까지 20년간 7%로 굴리면 어떻게 될까. 약 7.2배로 커진다. 두 배로 투자금액을 늘리더라도 오래 투자한 사람을 이길 수 없는 것이다. 투자는 이른 나이에 적은 금액이라도 오래 굴린 사람이 더 큰 금액을 짧게 굴린 사람보다 무조건 유리한 게임이다.
그럼 소액으로 꾸준히 장기간 투자하기에 적합한 수단은 무엇일까. 일단 예금은 적합하지 않다. 화폐 구매력을 지킬 수 없다. 그 이유는 현대 통화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예금 가입자보다는 자산 소유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통화 역사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바로 ‘닉슨 쇼크(Nixon Shock)’라고 불리는 금본위제의 폐지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으로 재정적자가 누적되고 경기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여기에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지출이 늘어나면서 정부 재정은 갈수록 악화됐다. 금의 가치에 달러를 고정한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판단한 닉슨 정부는 금본위제 폐지를 선언하게 된다.
정부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재량권이 많아졌고, 이때부터 통화량은 계속 늘어났다. 미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기 침체나 위기 때마다 돈을 푸는 정책을 펼쳐왔다. 우리나라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통화량 지표로 쓰이는 M1, M2, 본원통화 등의 데이터를 보면 모두 꾸준히 증가했음을 할 수 있다. 총통화 지표로 활용되는 M2의 경우, 1997년 482조5000억원에서 2018년에는 2626조9000억원으로 늘어났다(평잔 기준). 20여 년 동안 6배가량으로 늘어난 셈이다. 극단적인 분석이지만 돈의 양의 6배로 늘어났다는 것은 반대로 돈의 상대적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이다. 돈의 가치가 하락하면 부동산과 주식과 같은 자산의 상대적 가치는 올라야 한다. 만일 오르지 않으면 그것이 더 문제이다. 디플레이션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지나친 인플레이션도 나쁘지만 디플레이션은 더 나쁘다. 아니 치명적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디플레이션의 엄혹함을 보여주는 생생한 예이다. 디플레이션이 오면 주식시장도 부동산시장도 고용도 경제 성장도 전부 나빠진다. 돈의 양이 늘어난다는 것은 또한 인플레이션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것에 대비해, 즉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구매력을 지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역사적으로 검증된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은 주식과 부동산이다. 투자금액이 많다면 주식이나 부동산 혹은 둘 다 투자해도 된다. 그러나 투자금액이 적은 이들 입장에서 부동산은 초기 투자금액이 많기 때문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 이와 달리 주식은 소액으로도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다. 주식에 접근할 때는 어떤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까. 시계추를 돌려서 당신이 1989년도에 일본에 있다고 해 보자. 이 시기는 일본 증시가 역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던 때다. 미국 디트로이트에서는 일본 자동차 산업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으로 일본차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일부는 일제 자동차를 부수기도 했다. 당시 일본은 떠오르는 태양이었고, 미국은 지는 해였다. 만일 당신이 일본의 미래를 믿고 투자했다면, 그 이후 당신의 자산은 반 토막으로 쪼그라들었을 것이다. 고평가된 일본 증시는 거품 붕괴와 더불어 오랜 기간 동안 동면에 빠져 들었다. 그 동면은 투자자에겐 고통 그 자체였다. 미국 증시는 일본의 상황과는 아랑곳없이 거침없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런 예는 일본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중국에도 적용될 수 있는 얘기이다.
소액 장기 투자자에게 가장 간단한 투자대안 중 하나는 전 세계 증시에 투자하는 것이다. 전 세계 증시에 투자하는 것은 전 세계 경제에 투자한다는 의미이고, 전 세계 기업에 투자한다는 뜻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일시적 부침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꾸준한 성장을 보인다. 그리고 일부 국가가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다른 국가의 경제 사정이 좋으면 서로 상쇄되게 마련이다. 문제는 과거에는 전 세계 증시에 투자하고 싶어도 그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 세계 증시를 인덱스로 만든 상장지수펀드(ETF)나 글로벌 펀드가 등장해 과거와 같은 제약이 사라졌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MSCI 월드 인덱스를 보면, 2000년 12월 29일부터 2019년 3월까지 연평균 5.25%의 수익률을 거두었다. 2008년 금융위기로 대폭락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이다. 10년 연평균 수익률은 더 높다. 9.48%나 된다. 그리고 주가 폭락기에 하락폭도 더 적었다. 2008년 MSCI 선진국 지수와 이머징마켓 지수가 각각 -42.19%, -53.33% 하락한 반면, MSCI 월드 인덱스는 -40.71%를 기록했다.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면서 그 자체로 분산투자가 되고 주가 폭락기에는 하락폭도 적다면, 그거야말로 장기 투자하기에 딱 적합한 대상이 아니겠는가. 여기에 포트폴리오의 묘미를 더 하고자 하는 이들은 장기 성장 트렌드를 가진 자산, 예를 들어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바이오 등에 투자하는 ETF나 펀드-물론 종목 선택 능력이 있다면 직접 투자-를 일정 부분 섞는 것도 좋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모국 편향(Home Bias)를 가지고 있다. 주로 가까이에 있는 자산 위주로 투자를 한다. 하지만 모국 편향은 때때로 부정적 결과를 낳기도 한다. 한 나라에 모든 자산을 몰빵하면 위기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로 시야를 넓혀 장기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자산을 보호하고 축적하는 길이다.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리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투자수익은 시간·수익률·금액의 함수
그럼 소액으로 꾸준히 장기간 투자하기에 적합한 수단은 무엇일까. 일단 예금은 적합하지 않다. 화폐 구매력을 지킬 수 없다. 그 이유는 현대 통화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예금 가입자보다는 자산 소유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통화 역사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바로 ‘닉슨 쇼크(Nixon Shock)’라고 불리는 금본위제의 폐지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으로 재정적자가 누적되고 경기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여기에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지출이 늘어나면서 정부 재정은 갈수록 악화됐다. 금의 가치에 달러를 고정한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판단한 닉슨 정부는 금본위제 폐지를 선언하게 된다.
정부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재량권이 많아졌고, 이때부터 통화량은 계속 늘어났다. 미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기 침체나 위기 때마다 돈을 푸는 정책을 펼쳐왔다. 우리나라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통화량 지표로 쓰이는 M1, M2, 본원통화 등의 데이터를 보면 모두 꾸준히 증가했음을 할 수 있다. 총통화 지표로 활용되는 M2의 경우, 1997년 482조5000억원에서 2018년에는 2626조9000억원으로 늘어났다(평잔 기준). 20여 년 동안 6배가량으로 늘어난 셈이다. 극단적인 분석이지만 돈의 양의 6배로 늘어났다는 것은 반대로 돈의 상대적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이다. 돈의 가치가 하락하면 부동산과 주식과 같은 자산의 상대적 가치는 올라야 한다. 만일 오르지 않으면 그것이 더 문제이다. 디플레이션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지나친 인플레이션도 나쁘지만 디플레이션은 더 나쁘다. 아니 치명적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디플레이션의 엄혹함을 보여주는 생생한 예이다. 디플레이션이 오면 주식시장도 부동산시장도 고용도 경제 성장도 전부 나빠진다. 돈의 양이 늘어난다는 것은 또한 인플레이션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것에 대비해, 즉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구매력을 지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역사적으로 검증된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은 주식과 부동산이다. 투자금액이 많다면 주식이나 부동산 혹은 둘 다 투자해도 된다. 그러나 투자금액이 적은 이들 입장에서 부동산은 초기 투자금액이 많기 때문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 이와 달리 주식은 소액으로도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다.
전 세계 증시에 투자하자
소액 장기 투자자에게 가장 간단한 투자대안 중 하나는 전 세계 증시에 투자하는 것이다. 전 세계 증시에 투자하는 것은 전 세계 경제에 투자한다는 의미이고, 전 세계 기업에 투자한다는 뜻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일시적 부침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꾸준한 성장을 보인다. 그리고 일부 국가가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다른 국가의 경제 사정이 좋으면 서로 상쇄되게 마련이다. 문제는 과거에는 전 세계 증시에 투자하고 싶어도 그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 세계 증시를 인덱스로 만든 상장지수펀드(ETF)나 글로벌 펀드가 등장해 과거와 같은 제약이 사라졌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다. MSCI 월드 인덱스를 보면, 2000년 12월 29일부터 2019년 3월까지 연평균 5.25%의 수익률을 거두었다. 2008년 금융위기로 대폭락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이다. 10년 연평균 수익률은 더 높다. 9.48%나 된다. 그리고 주가 폭락기에 하락폭도 더 적었다. 2008년 MSCI 선진국 지수와 이머징마켓 지수가 각각 -42.19%, -53.33% 하락한 반면, MSCI 월드 인덱스는 -40.71%를 기록했다.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면서 그 자체로 분산투자가 되고 주가 폭락기에는 하락폭도 적다면, 그거야말로 장기 투자하기에 딱 적합한 대상이 아니겠는가. 여기에 포트폴리오의 묘미를 더 하고자 하는 이들은 장기 성장 트렌드를 가진 자산, 예를 들어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바이오 등에 투자하는 ETF나 펀드-물론 종목 선택 능력이 있다면 직접 투자-를 일정 부분 섞는 것도 좋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모국 편향(Home Bias)를 가지고 있다. 주로 가까이에 있는 자산 위주로 투자를 한다. 하지만 모국 편향은 때때로 부정적 결과를 낳기도 한다. 한 나라에 모든 자산을 몰빵하면 위기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로 시야를 넓혀 장기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자산을 보호하고 축적하는 길이다.
※ 필자는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상무로, 경제 전문 칼럼리스트 겸 투자 콘텐트 전문가다. 서민들의 행복한 노후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은퇴 콘텐트를 개발하고 강연·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부자들의 개인 도서관] [돈 버는 사람 분명 따로 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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