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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공모 시장 과열 우려] 청약 증거금 부담에도 높아진 눈높이 ‘고고’

[상장 공모 시장 과열 우려] 청약 증거금 부담에도 높아진 눈높이 ‘고고’

투자자예탁금 51조로 사상 최고치… 증거금 대비 수익은 ‘최저 시급’ 수준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상장 공모 시장에서 연이어 성공 사례가 이어지면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약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청약 증거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공모주 청약에만 성공하면 상장 후 무조건 수익을 낼 것이란 기대 속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7월 이후 상장해 거래를 시작한 종목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제외하고 모두 18곳이다. 이들 기업의 공모가와 첫날 종가를 가중평균한 수익률은 70.7%에 이른다. 7월 1일 상장한 마크로밀엠브레인부터 8월 10일 상장한 한국파마까지 18개 공모주에 한주씩 투자한 뒤 상장 첫날 종가로 팔았다면 70%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청약 경쟁률을 감안하면 실제 수익률은 급격히 낮아진다. 공모가가 9000원이었던 한국파마는 청약경쟁률이 2036대1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률이 50%였기 때문에 단순계산으로도 증거금 916만원을 넣어야 한주를 받는 셈이다.
 7월 이후 공모주 투자 수익률 70%
한국파마는 첫 거래일 1만685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국파마의 공모가가 9000원이었기 때문에 7850원을 벌어들인 셈으로, 한 개인 투자자는 “증거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대출계좌를 개설하고 이체해 청약한 뒤 환불받아 상환한 시간을 생각하면 아직까지는 최저 시급만큼 수익이 났다”고 말했다.

7월 이후 상장한 18곳의 청약 경쟁률을 적용해 공모 청약에서 한주씩을 받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계산해 보면 1억810만원이 필요하다. 반면 상장 첫날 종가로 매각해 얻을 수 있는 수익 총액은 20만4625원이다. 이런 식으로 7월 1일 이후 상장한 18곳의 투입한 자금 대비 수익률을 계산하면 0.19%에 그친다. 이 때문에 공모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화려한 공모 청약 대박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청약 경쟁률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1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1조1262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대형 공모주 청약을 전후로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청약증거금은 대부분 공모가 마감된 후 2~5일 사이에 환불해주기 때문인데 그만큼 청약 열기가 뜨겁다는 지표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초 28조7192억원 수준이던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6월 26일 50조5095억원을 찍으며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했다. 이날은 SK바이오팜의 청약증거금 환불일이다. 이후 40조원 후반대로 줄어든 투자자예탁금은 한국파마의 청약증거금 환불일인 8월 3일에 50조3546억원을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하반기 상장 예정인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청약에 돌입하면 증시 대기 자금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반기 최대어로 꼽히는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7일 한국거래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차치하더라도 이미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카카오게임즈는 희망 공모가로 2만~2만4000원을 제시하고 있다. 장외시장에서 6만원대에 거래되고 있어 가격 메리트가 부각되지만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거래량이 적어 가격 변동이 심한 장외시장 가격은 상장 후에도 유지되기 쉽지 않아서다. 실제로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7월 장외시장에서 4만원대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카카오게임즈가 제시한 희망공모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적용한 주가수익 비율(PER)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카카오게임즈는 비교 기업 4곳을 선정하면서 국내 기업으로는 시가총액 기준 1, 2위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을, 해외 기업으로는 중국 3대 IT 업체 가운데 하나인 텐센트와 넷이즈를 선택했다. 이 가운데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각각 코스피 시가총액 15위와 27위에 포진하고 있는 곳이다. 코스닥에 상장하는 카카오게임즈가 당장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비교 기업에 선정된 4곳 가운데 3곳은 투자 기업들의 가치가 부각되는 곳이라는 점도 논란거리다. PER이 47배에 달하는 넷마블은 코웨이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에 투자했다. PER 39.49배의 텐센트는 본업보다 투자 성과가 부각되는 곳이다. 텐센트가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전 세계 700여 개 기업에 투자했고 63개 업체가 상장에 성공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최대주주인 카카오에도 지분 6.3%가량을 확보하며 3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빅히트에 쏠린 투자자의 눈
반면 카카오게임즈가 투자한 회사 가운데 가치를 인정받는 곳은 ‘아키에이지’와 ‘달빛조각사’ 등을 제작한 엑스엘게임즈 정도다. 엑스엘게임즈는 2019년 1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다만 누적 결손금이 718억원에 달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엑스엘게임즈 외에 카카오게임즈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연결대상 자회사 가운데 의미 있는 수익을 내는 곳은 없다. 카카오게임즈가 지분 82.40% 보유한 프렌즈게임즈는 2019년말 기준 8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누적 결손금은 204억원이다. 카카오VX(구 마음골프)는 71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누적 결손금은 272억원에 이른다. 2019년에 설립한 라이프엠엠오와 애드페이지는 아직 본격적인 실적을 내기 전이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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