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기업 총수 신년사 | 허태수 GS 회장] “디지털 전환, 벽 깨기로 도약 발판 만들자”
[2021년 기업 총수 신년사 | 허태수 GS 회장] “디지털 전환, 벽 깨기로 도약 발판 만들자”
실적 위기 속 변화·혁신으로 신 성장동력 발굴 재차 강조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2021년 신년사는 취임 첫 해인 지난해와 달라진 것이 없다. 새로운 목표와 방향·전략 제시 없이 지난해 밝힌 구상을 다시 강조했을 뿐이다.
코로나19 탓에 지난 4일 온라인 화상으로 진행한 신년사 발표에서 그가 임직원들에게 변함없이 거듭 당부한 화두는 하나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으니 우리도 더욱 빠르게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억양이 사뭇 달라졌다. 지난해 첫 신년사는 청사진을 발표하는 분위기로, 발표·설명·제시·풀이했다. 올해 두 번째 신년사는 다짐과 실행을 담은 촉구로, 당부하고 설득하고 구축·구현·조성·추진·확립을 강조했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급변하는 사회상을 보면서 그의 구상이 확신으로 바뀌자 신념을 설파하는데 힘이 더욱 실린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그가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재차 당부하며 실천을 강조한 핵심 사항들이 있다. 키워드로 정리하면 ▷디지털 전환 ▷애즐(agile·민첩한) 조직문화 ▷계열사 협업문화 ▷외부와 협력사업 ▷오픈 이노베이션 ▷미래 신사업 발굴 등이다. 디지털 전환은 허 회장이 가장 중시하는 최우선 과제다. 2020년 신년사에서는 “세계 무역 분쟁이 지속되고 유가·금리·환율 변동이 잦아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사물인터넷·빅데이터·인공지능·클라우드컴퓨팅·블록체인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이 진화하면서 GS 사업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신년사에선 이런 상황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됐음을 피력하며 “디지털 전환과 그에 따른 사업구조 개편으로 미래를 준비하자”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취임 후 한 해 동안 회의·강의·포럼 등 여러 석상에서 디지털 전환을 수없이 강조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선 “고객의 욕구 변화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초경쟁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고객의 변화와 필요에서 모든 사업이 시작된다. 고객 중심 사고를 확립하고 고객과 시장의 변화에 맞춰 혁신을 지속하라”고 거듭 당부하며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도구가 디지털이며,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사업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충격으로 온라인 의존 급증과 비대면 경제 급변에 발맞춰 “다양한 디지털 도구로 업무방식과 사업방식도 바꾸라”고 주문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는 그의 실전 경험에서 우러나온 경영철학이라는 분석이다. 젊은 시절 미국에서 유학하고 영국 금융권에서 일하며 국제 감각을 길렀던 그는 2007년 GS홈쇼핑 대표로 부임하자 TV에 의존하던 홈쇼핑을 모바일 커머스 확장과 해외시장 진출로 이끌었다. 그 결과 당기순이익이 취임 직전인 2006년 512억원에서 2018년 1066억원으로 두 배나 늘었다.
그는 회장 취임 후 줄곧 “벽을 깨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정보기술(IT)과 데이터를 결합해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GS가 가진 기술에 디지털 역량을 접목해 핵심 사업과 연관된 사업으로 신사업을 확장하자”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부서간 계열사간에 협업하고, 외부의 다양한 동반자들과 협력해 우리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분야로 넓혀 사업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계열사 간 인적 물적 역량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 또한 GS가 보유한 유·무형 역량을 외부와 협력해 사업을 개선하고 키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가 올해도 줄기차게 강조하는 것이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이는 조직과 구성원이 외부의 다양한 동반자들과 협력관계를 적극 구축하고, 자발적·주도적으로 소통·협업하면서 혁신과 상호발전을 추구하는 생태계를 뜻한다. 그가 ▷문제를 디자이너처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사회 변화와 고객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애즐(agile) 업무방식 ▷상하직급 관계없이 한데 모여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논의하는 스크럼(scrum) 등을 자주 언급하는 것도 오픈 이노베이션의 실천 방법론이다.
주로 스타트업이나 IT업계에서 통용되는 조직문화다. 그가 GS홈쇼핑 대표 시절 벤처캐피털과 손잡고 베트남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스타트업의 거점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벤처투자법인을 설립하는 등 모험·혁신 DNA를 심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는 허창수 전 회장이 4명의 동생들 중 막내인 허태수에게 자리를 물려준 배경이기도 하다. GS는 LG그룹에서 독립해 2004년 지주회사 GS홀딩스를 설립하며 공식 출범했다. 허창수 초대 회장은 에너지·유통·건설 등 13개 계열 분리로 15년 동안 외연과 몸집을 불렸다. 하지만 2년여 전부터 성장 정체, 사업 변화의 어려움 등에 직면하면서 새 성장동력이 필요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역량을 보여준 막내를 적임자로 여긴 것이다.
하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GS의 최근 실적은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다. 허태수 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2020년 그룹 실적은 허창수 전 회장 때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2020년 3분기 기준, 매출액은 당해 3조9296억원, 누계 11조7912억원으로 2019년 3분기 대비 각각 -13%, -12% 수준이다. 영업이익도 당해 4740억원(-14%), 누계 6408억원(-58.7%)으로 주저앉았다.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과 지배기업 소유주 지분 순이익도 2020년 1~3분기 내리 적자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그룹 매출에서 비중이 큰 정유 사업이 코로나 쇼크로 인한 수요 급감과 국제 유가 하락으로 역대 최대 손실이 난 점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신년사를 통해 허 회장이 밝힌 변치 않는 신념과 GS 실적과의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대해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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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탓에 지난 4일 온라인 화상으로 진행한 신년사 발표에서 그가 임직원들에게 변함없이 거듭 당부한 화두는 하나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으니 우리도 더욱 빠르게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억양이 사뭇 달라졌다. 지난해 첫 신년사는 청사진을 발표하는 분위기로, 발표·설명·제시·풀이했다. 올해 두 번째 신년사는 다짐과 실행을 담은 촉구로, 당부하고 설득하고 구축·구현·조성·추진·확립을 강조했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급변하는 사회상을 보면서 그의 구상이 확신으로 바뀌자 신념을 설파하는데 힘이 더욱 실린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그가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재차 당부하며 실천을 강조한 핵심 사항들이 있다. 키워드로 정리하면 ▷디지털 전환 ▷애즐(agile·민첩한) 조직문화 ▷계열사 협업문화 ▷외부와 협력사업 ▷오픈 이노베이션 ▷미래 신사업 발굴 등이다.
“디지털과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신사업 발굴”
그는 취임 후 한 해 동안 회의·강의·포럼 등 여러 석상에서 디지털 전환을 수없이 강조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선 “고객의 욕구 변화를 세밀하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 초경쟁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고객의 변화와 필요에서 모든 사업이 시작된다. 고객 중심 사고를 확립하고 고객과 시장의 변화에 맞춰 혁신을 지속하라”고 거듭 당부하며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도구가 디지털이며,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사업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충격으로 온라인 의존 급증과 비대면 경제 급변에 발맞춰 “다양한 디지털 도구로 업무방식과 사업방식도 바꾸라”고 주문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는 그의 실전 경험에서 우러나온 경영철학이라는 분석이다. 젊은 시절 미국에서 유학하고 영국 금융권에서 일하며 국제 감각을 길렀던 그는 2007년 GS홈쇼핑 대표로 부임하자 TV에 의존하던 홈쇼핑을 모바일 커머스 확장과 해외시장 진출로 이끌었다. 그 결과 당기순이익이 취임 직전인 2006년 512억원에서 2018년 1066억원으로 두 배나 늘었다.
그는 회장 취임 후 줄곧 “벽을 깨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정보기술(IT)과 데이터를 결합해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GS가 가진 기술에 디지털 역량을 접목해 핵심 사업과 연관된 사업으로 신사업을 확장하자”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부서간 계열사간에 협업하고, 외부의 다양한 동반자들과 협력해 우리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분야로 넓혀 사업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계열사 간 인적 물적 역량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 또한 GS가 보유한 유·무형 역량을 외부와 협력해 사업을 개선하고 키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취임 후 성장정체·실적하락, 적자전환 이어져
주로 스타트업이나 IT업계에서 통용되는 조직문화다. 그가 GS홈쇼핑 대표 시절 벤처캐피털과 손잡고 베트남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스타트업의 거점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벤처투자법인을 설립하는 등 모험·혁신 DNA를 심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는 허창수 전 회장이 4명의 동생들 중 막내인 허태수에게 자리를 물려준 배경이기도 하다. GS는 LG그룹에서 독립해 2004년 지주회사 GS홀딩스를 설립하며 공식 출범했다. 허창수 초대 회장은 에너지·유통·건설 등 13개 계열 분리로 15년 동안 외연과 몸집을 불렸다. 하지만 2년여 전부터 성장 정체, 사업 변화의 어려움 등에 직면하면서 새 성장동력이 필요했다. 디지털 전환으로 역량을 보여준 막내를 적임자로 여긴 것이다.
하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GS의 최근 실적은 내리막길을 치닫고 있다. 허태수 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2020년 그룹 실적은 허창수 전 회장 때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2020년 3분기 기준, 매출액은 당해 3조9296억원, 누계 11조7912억원으로 2019년 3분기 대비 각각 -13%, -12% 수준이다. 영업이익도 당해 4740억원(-14%), 누계 6408억원(-58.7%)으로 주저앉았다.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과 지배기업 소유주 지분 순이익도 2020년 1~3분기 내리 적자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그룹 매출에서 비중이 큰 정유 사업이 코로나 쇼크로 인한 수요 급감과 국제 유가 하락으로 역대 최대 손실이 난 점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신년사를 통해 허 회장이 밝힌 변치 않는 신념과 GS 실적과의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대해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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