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숙질의 난’ 승자는] 금호家 ‘맏형자리’ 박찬구 회장, ‘실적’으로 평가 받나
[금호석유화학 ‘숙질의 난’ 승자는] 금호家 ‘맏형자리’ 박찬구 회장, ‘실적’으로 평가 받나
법정관리 문턱에서 재계 59위로 안착… 금호리조트 인수하면 6계단 훌쩍 금호석유화학그룹(금호석화)에서 벌어지고 있는 숙질 간(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VS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경영권 분쟁이 오는 3월 26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일단락된다. 분쟁의 불씨가 온전히 해결되지 않는 일종의 ‘판정승’ 성격이 짙지만 ‘누가 경영진으로 적합한가’에 대한 주주들의 선택을 확인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유리한 이는 숙부인 박찬구 회장이다. 금호석화 노조에 이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박 회장의 편에 섰다. 이들이 박 회장을 지지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동안 박 회장이 보여준 경영 성과 때문이다. 박 회장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와해로 법정관리 직전까지 내몰렸던 금호석화를 분리 경영하면서 재계순위 59위(2020년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집단 순위)까지 키워냈다. 2009년 660%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2020년 말 60%까지 낮췄다. 신용등급은 2010년 이후 BBB-에서 A0(안정)으로 급상승했다. 특히 최근 3년간은 매년 한 단계씩 상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사업 포트폴리오 역시 혁신을 거듭해 2012년 20% 정도였던 고부가 제품 비중이 2020년 기준 50%을 상회한다. 최근 실적을 견인하는 의료·헬스케어 소재 NB라텍스는 선제적인 시장 진출 및 적극적 투자로 글로벌 1위의 독보적인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금호석화는 2018년 매출액 5조5849억원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3.1% 늘어난 7422억원을 기록하는 성과를 보여줬다.
박 회장은 2009년 NB 라텍스 생산 기술을 독자 개발해 상업 생산에 성공한 뒤 주력이던 타이어 원료인 합성고무(SBR)의 설비를 전환해 위생용 라텍스 장갑의 원료인 NB 라텍스를 큰 폭으로 늘렸다. NB 라텍스의 생산 설비는 2016년 연 20만 톤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하는 증설 과정이 올해 완료되면 연간 71만 톤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재 금호석화의 NB 라텍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0~3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주력 제품인 ABS 역시 스프레드 개선으로 실적을 견인 중이다. ABS는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충격과 열에 강하고 성형성도 우수해 가전제품에 주로 활용된다. 2020년 초부터 시작된 팬데믹(세계적 유행) 여파가 하반기까지 글로벌 시장을 강타하면서 TV·냉장고·청소기·노트북 등 가전 수요가 반등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금호석유화학은 주력 사업과 연계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타이어용 기능성 고무 복합 소재, 방열 및 전자파 차폐용 수지 복합 소재 등 기존 금호석유화학 주력 제품과 융·복합한 소재 개발에 여념이 없다. 특히 전기차 시대를 맞아 배터리 무게가 더해진 차체의 하중을 견디고 내마모성과 연비까지 향상할 수 있는 고 기능성 합성고무 제품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자회사 역시 사업 부문 경쟁력 확대로 호황을 예고하고 있다. 금호피앤비화학은 2021년 하반기까지 여수 사업장에 2000억원을 투자해 비스페놀A 생산 능력을 기존 연간 45만 톤에서 20만 톤을 늘려 65만 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증설이 완료되면 금호피앤비화학은 비스페놀A의 생산 규모면에서 글로벌 3위 안에 들어가게 된다.
금호미쓰이화학은 폴리우레탄의 소재(MDI)의 색상 등을 개선하고 고부가·친환경 특성을 강화해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금호폴리켐은 자동차 케이블 피복 등의 소재로 사용되는 합성고무 제품에 차별화한 기술을 적극 적용해 품질 경쟁력 향상과 특별 제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박 회장은 범 금호가(家)를 이끌고 있는 유일한 2세대 오너다.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은 2019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다. 박 전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금호산업 사장이 바통을 이어 받긴 했지만, 금호타이어·아시아나항공 등 알짜 기업 매각으로 예전의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성과는 차이가 있다. 박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화(자산 총액 5조7000억원)보다 뒤쳐진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건설·물류·금융·항공을 아우르는 제계 10위권 대기업이었지만 2009년 워크아웃과 2019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현황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계 순위는 20위다. 자산총액은 17조6000억원이다.
여기서 한진칼에 매각한 아시아나항공의 자산 규모가 약 13조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 규모는 5조원 미만으로 줄어들게 된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10조원 기준)에서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공시대상기업집단(5조원 기준)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 또한 영위 사업은 건설·고속·레저에 그치게 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창업자인 고(故) 박인천 회장이 택시 2대로 세운 광주택시(1946년)가 모태다. 박 창업자는 광주여객(현 금호고속, 1948년), 죽호학원(1959년), 삼양타이야공업(현 금호타이어, 1960년), 한국합성고무공업(현 금호석유화학, 1971년), 금호실업(1976년), 금호문화재단(1977년), 아시아나항공(1988년) 등으로 회사의 몸집을 불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2년 9월 박 전 회장이 취임하며 순풍에 돛을 달았다. 박 전 회장은 박 창업자의 3남으로, 형인 고(故) 박성용 회장과 고(故) 박정구 회장에 이어 제4대 그룹 회장이 됐다. 그는 2006년 11월 시공 능력 평가 1위 건설사인 대우건설을 6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2008년 3월 물류업계 1위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을 4조1040억원에 사들였다. 금호아시아나의 재계 순위(자산 기준)는 단숨에 7위로 상승했다.
하지만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KDB산업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3조원을 차입한 게 화근이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건설업이 부진에 빠졌던 것도 발목을 잡았다. 결국 2009년 6월 대우건설 재매각을 발표했다. 박 전 회장은 같은 해 7월 책임을 지고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대우건설 매각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까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박삼구 전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항공·건설·운수 부문과 석유·화학 부문을 각자 맡아 분리 경영에 돌입했다. 당시만 해도 형인 박 전 회장은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사세를 확장시키며 재계를 호령하는 최고경영자(CEO)로 칭송받았고, 동생 박 회장은 형에게 ‘새가슴’이라는 핀잔을 듣는 그저 그런 CEO로 인식됐다.
하지만 지금의 평가는 180도 바뀌었다. 동생은 뚝심 있는 ‘한 우물’ 경영으로 견조한 실적을 올리는 기업을 만들어 낸 CEO가 됐고, 형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다.
- 차완용 기자 cha.wa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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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점에서 유리한 이는 숙부인 박찬구 회장이다. 금호석화 노조에 이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박 회장의 편에 섰다. 이들이 박 회장을 지지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동안 박 회장이 보여준 경영 성과 때문이다.
매출·영업이익 ‘껑충’, 실적 보여준 박찬구
사업 포트폴리오 역시 혁신을 거듭해 2012년 20% 정도였던 고부가 제품 비중이 2020년 기준 50%을 상회한다. 최근 실적을 견인하는 의료·헬스케어 소재 NB라텍스는 선제적인 시장 진출 및 적극적 투자로 글로벌 1위의 독보적인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금호석화는 2018년 매출액 5조5849억원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03.1% 늘어난 7422억원을 기록하는 성과를 보여줬다.
박 회장은 2009년 NB 라텍스 생산 기술을 독자 개발해 상업 생산에 성공한 뒤 주력이던 타이어 원료인 합성고무(SBR)의 설비를 전환해 위생용 라텍스 장갑의 원료인 NB 라텍스를 큰 폭으로 늘렸다. NB 라텍스의 생산 설비는 2016년 연 20만 톤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하는 증설 과정이 올해 완료되면 연간 71만 톤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재 금호석화의 NB 라텍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0~3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주력 제품인 ABS 역시 스프레드 개선으로 실적을 견인 중이다. ABS는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충격과 열에 강하고 성형성도 우수해 가전제품에 주로 활용된다. 2020년 초부터 시작된 팬데믹(세계적 유행) 여파가 하반기까지 글로벌 시장을 강타하면서 TV·냉장고·청소기·노트북 등 가전 수요가 반등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금호석유화학은 주력 사업과 연계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타이어용 기능성 고무 복합 소재, 방열 및 전자파 차폐용 수지 복합 소재 등 기존 금호석유화학 주력 제품과 융·복합한 소재 개발에 여념이 없다. 특히 전기차 시대를 맞아 배터리 무게가 더해진 차체의 하중을 견디고 내마모성과 연비까지 향상할 수 있는 고 기능성 합성고무 제품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자회사 역시 사업 부문 경쟁력 확대로 호황을 예고하고 있다. 금호피앤비화학은 2021년 하반기까지 여수 사업장에 2000억원을 투자해 비스페놀A 생산 능력을 기존 연간 45만 톤에서 20만 톤을 늘려 65만 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증설이 완료되면 금호피앤비화학은 비스페놀A의 생산 규모면에서 글로벌 3위 안에 들어가게 된다.
금호미쓰이화학은 폴리우레탄의 소재(MDI)의 색상 등을 개선하고 고부가·친환경 특성을 강화해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금호폴리켐은 자동차 케이블 피복 등의 소재로 사용되는 합성고무 제품에 차별화한 기술을 적극 적용해 품질 경쟁력 향상과 특별 제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범금호가(家) 유일한 2세대 오너의 ‘존재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건설·물류·금융·항공을 아우르는 제계 10위권 대기업이었지만 2009년 워크아웃과 2019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현황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계 순위는 20위다. 자산총액은 17조6000억원이다.
여기서 한진칼에 매각한 아시아나항공의 자산 규모가 약 13조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 규모는 5조원 미만으로 줄어들게 된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10조원 기준)에서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공시대상기업집단(5조원 기준)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 또한 영위 사업은 건설·고속·레저에 그치게 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창업자인 고(故) 박인천 회장이 택시 2대로 세운 광주택시(1946년)가 모태다. 박 창업자는 광주여객(현 금호고속, 1948년), 죽호학원(1959년), 삼양타이야공업(현 금호타이어, 1960년), 한국합성고무공업(현 금호석유화학, 1971년), 금호실업(1976년), 금호문화재단(1977년), 아시아나항공(1988년) 등으로 회사의 몸집을 불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2년 9월 박 전 회장이 취임하며 순풍에 돛을 달았다. 박 전 회장은 박 창업자의 3남으로, 형인 고(故) 박성용 회장과 고(故) 박정구 회장에 이어 제4대 그룹 회장이 됐다. 그는 2006년 11월 시공 능력 평가 1위 건설사인 대우건설을 6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2008년 3월 물류업계 1위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을 4조1040억원에 사들였다. 금호아시아나의 재계 순위(자산 기준)는 단숨에 7위로 상승했다.
하지만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KDB산업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3조원을 차입한 게 화근이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건설업이 부진에 빠졌던 것도 발목을 잡았다. 결국 2009년 6월 대우건설 재매각을 발표했다. 박 전 회장은 같은 해 7월 책임을 지고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대우건설 매각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까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박삼구 전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항공·건설·운수 부문과 석유·화학 부문을 각자 맡아 분리 경영에 돌입했다. 당시만 해도 형인 박 전 회장은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로 사세를 확장시키며 재계를 호령하는 최고경영자(CEO)로 칭송받았고, 동생 박 회장은 형에게 ‘새가슴’이라는 핀잔을 듣는 그저 그런 CEO로 인식됐다.
하지만 지금의 평가는 180도 바뀌었다. 동생은 뚝심 있는 ‘한 우물’ 경영으로 견조한 실적을 올리는 기업을 만들어 낸 CEO가 됐고, 형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다.
- 차완용 기자 cha.wa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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