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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평가 앞에 멈춘 하이브리드차] 산업부-환경부, 자동차 LCA ‘동상이몽’… 표준화 연구용역도 각각 발주

[친환경차 평가 앞에 멈춘 하이브리드차] 산업부-환경부, 자동차 LCA ‘동상이몽’… 표준화 연구용역도 각각 발주

평가 방법론 따라 환경영향 상이… 소비자·업계 혼란만 가중 우려
지난 1월 7일 서울 중구 남산3호터널에서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들이 저공해차량 혼잡통행료 면제 관련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친환경성을 놓고 국내 친환경차 정책을 관할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시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환경부가 2023년 하이브리드차를 ‘저공해자동차’에서 제외할 것을 검토 중인데, 산업부는 오히려 하이브리드차 육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

현재 양 부처는 하이브리드차의 친환경성을 판가름할 전주기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 연구용역을 각각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동일한 연구용역인 셈인데, 주장하는 논리가 다르다 보니 LCA는 상반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HEV는 친환경차이지만 저공해차는 아니다?
환경부는 지난 2019년 11월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2020~2024년)’에서 하이브리드를 2023년부터 저공해자동차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현재 저공해차는 1종 전기·수소·태양광차, 2종 HEV·PHEV, 3종 액화석유가스(LPG)·휘발유차(배출가스 세부 기준 충족)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최근 HEV가 2023년부터 ‘친환경차’에서 제외된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해당 보도에 대해 산업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산업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친환경자동차의 범위는 산업부 소관법인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환경친화적 자동차법)’ 제2조에 따라 정의하고 있으며, 친환경차의 범위에서 하이브리드를 제외하는 것을 논의한바 없다”며 “저공해차의 기준이 변경되더라도 친환경차의 범위가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해는 ‘저공해차’와 ‘친환경차’라는 단어에서 발생했다. 저공해차는 환경부 소관 법인 대기환경보전법상 차량을 구분하는 용어이고, 친환경차는 산업부 소관법인 환경친화적 자동차법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1·2종 저공해차의 범위가 친환경차와 동일했기 때문에 그간은 흔히 ‘친환경차’로 통칭돼 왔다. 엄밀히 말하자면, 환경부는 HEV를 ‘친환경차’가 아닌 ‘저공해차’에서 제외시키는 안을 현재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HEV에 그간 주어지던 ‘친환경차’로서의 혜택, 즉 개소세, 취득세, 도시철도채권 등 세제혜택은 기존대로 연장될 가능성이 많지만 ‘2종 저공해차’로서 누려왔던 공영주차장 할인, 남산터널 혼잡통행료 면제 등은 사라질 가능성이 생겼다.

일련의 해프닝은 환경부와 산업부의 HEV를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전기·수소연료전지차 시대가 다가오며 HEV 보급을 위해 주어지던 혜택을 없애겠다는 의지를 가진 반면, 산업부는 HEV를 오히려 더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HEV에 대한 두 부처의 시각차이는 각 부처의 업무 성격에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산업계를 관장하며 고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큰 산업부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급격한 변화에 따른 충격 등을 우려해 ‘중간지대’로서 HEV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환경부는 환경단체 등의 요구로 더 빠른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 많은 환경단체들은 HEV의 온실가스 저감효과가 크지 않다며 HEV를 친환경차 범주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펼치고 있다.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 측은 “지금처럼 석유를 이용하는 자동차를 친환경으로 정의해서는 이산화탄소 감축을 이룰 수가 없다”며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모든 내연기관차를 저공해차 기준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면서 통행료 감면 등 저공해차 혜택을 제공받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산업부의 HEV 육성 명분은 LCA다. 전기차는 주행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없지만 전기차의 동력원인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동력원의 생산과정과 자동차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모두 평가하는 게 LCA의 핵심이다.

앞서 친환경차 제외 이슈가 발발했을 때 산업부는 설명자료에서 현대차의 아이오닉 HEV와 아이오닉 EV의 LCA 배출량을 비교한 결과 HEV 모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다고 밝히며 “고효율 하이브리드는 전주기 관점에서 전기차보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31일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자동차 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서 하이브리드차의 친환경성에 대한 환경부와 시각 차이가 왜 발생했는지 묻는 질문에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우리는 산업을 보는 입장에서 LCA 관점에서 어프로치를 하는 것이고, 환경부는 자동차 자체에 대해서 평가를 하는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며 수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역시 LCA 측면을 검토해 HEV의 친환경성을 평가, 저공해차 제외 여부를 판가름한다는 방침이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지난 3월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주기(LCA)적으로 봤을 때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차종이 어떤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라며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감안해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법론 따라 천차만별인 LCA
문제는 LCA 방법론이다. 현재 표준화된 평가 방법론이 없는 상태에서 LCA는 연구자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측정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연구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전기차가 더 친환경적일 수도, HEV가 더 친환경적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LCA 분석을 위해 사용하는 전력 믹스 데이터, 자동차가 폐기되기까지 평균적으로 운행되는 기간과 거리 등에 따라 결과값은 천차만별로 나타난다. 여기에 더 나아가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모두 책정하기 위해선 부품사의 부품 생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데이터가 모두 취합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일이다. 또 LCA 측면의 온실가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재활용과 관련한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기준도 세워지지 않은 상태다. 결국 LCA 분석 방법론이 어떻게 표준화 되느냐에 따라 전기차와 HEV의 친환경성 평가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산업부와 환경부가 표준화 보다는 각자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 취재 결과 산업부화 환경부는 각각 다른 기관에 LCA 분석방법론과 관련한 연구용역 발주를 준비 중이다. 산업부는 민경덕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팀에, 환경부는 국립환경과학원에 각각 연구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다. 서로 상이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친환경차 관련 정책을 주장해 업계와 소비자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LCA 방법론을 표준화하기 위해선 연구용역을 단일화 할 필요가 있지 않냐는 질문에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공동발주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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