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10년, 국제유가 폭락에 울었고 원자재값 상승에 웃었다
[10대 그룹 10년 M&A 분석⑦] 포스코그룹
자원 개발과 함께 흐른 영욕의 시간
정준양 확장, 권오준 구조조정, 최정우 신(新)성장
기업의 M&A는 한국 산업의 변화를 나타내는 이정표다. 대전환의 시기였던 지난 10년 한국 경제를 이끄는 10대 그룹은 M&A를 통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체질개선에 나서며 숨가쁘게 질주했다. 10대 그룹의 M&A를 보면 기업의 전략과 방향성이 보인다. [이코노미스트]가 블룸버그 리그테이블 데이터를 분석해 한국 산업을 이끄는 10대그룹의 10년간 M&A를 해부했다.[편집자]
포스코그룹의 지난 10년은 한국의 자원개발 역사와 함께 흘렀다. 2011년부터 2021년 현재(4월 15일)까지 총 인수합병 규모가 2조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과 대조적으로 해외 자원개발에는 1건의 거래를 위해 조 단위 투자를 감행했다.
[이코노미스트]가 블룸버그와 공동으로 국내 10대 그룹의 10년치(2011~2021년 4월 15일) 인수합병 현황을 분석한 결과, 포스코그룹은 지분 투자와 조인트벤처 등을 포함해 총 129건의 거래를 완료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거래 유형은 지분 투자(90건)로, 전체 건수의 70%에 달했다. 다음으로는 인수합병(26건), 조인트벤처(13건) 순으로 집계됐다.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보다는, 지분 투자를 통해 자원 개발 자산 등을 확보했다.
포스코그룹의 10년은 확장(정준양 전 회장), 구조조정(권오준 전 회장), 신(新)성장(최정우 현 회장) 등으로 요약된다. 조 단위의 해외 자원 개발 투자와 대규모 인수합병의 대부분은 정준양 전 회장(2009년 2월~2014년 3월) 시절 단행됐다. 최근 10년간 거래 금액이 가장 컸던 인수합병도 타이녹스 인수(2011년 7월)였다. 당시 포스코그룹은 약 4200억원을 투입해 동남아 최대 스테인리스업체 타이녹스를 사들였다.
최근 10년을 벗어난 시점이지만 포스코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약 3조4000억원)로 기록된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 인수도 정 회장 재임시인 2010년에 이뤄졌다. 1조원 이상의 해외 자원 개발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호주 로이힐 광산(2012년 1월),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의 캐나다 광산(2013년 1월) 등에 2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2011년 3월에는 세계 최대 니오븀 생산업체인 브라질 CMBB 지분 인수를 위해 7267억원을 썼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 기조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정 전 회장 시절 이뤄졌던 대규모 해외 자원 개발은 시기마다 다른 평가를 받았다. 인수 이후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이른바 ‘고가·부실 인수’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근거로 ‘알짜 인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포스코는 이달 로이힐 광산 지분으로 약 150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지난해 3분기 첫 배당금(500억원) 이후 현재까지 총 2700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권오준 전 회장 시절(2014년 3월~2018년 7월) 포스코그룹은 비(非)핵심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당시 포스코그룹은 대규모 자산 인수에 대한 재무적 부담과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 등 이중고에 시달렸다. 5조원(2011년) 이상이었던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3조원(2013년)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였다.
포스코그룹의 최근 10년간 인수합병 중 거래 금액이 가장 컸던 규모의 매각도 2015년 3월 포스코특수강이었다. 당시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특수강을 약 4470억원에 세아베스틸에 넘겼다. 같은 해 6월에는 포스코건설 지분 38%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에 넘겨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마산 대우백화점(현 롯데백화점 마산점) 건물과 영업권(약 1600억원), 원전 서비스 기업 포뉴텍(현 수산ENS·500억원) 등도 이 때 팔렸다. 권 전 회장 시절에 이뤄진 매각은 7건으로, 10년 전체의 64%에 달했다.
최정우 회장(2018년 7월~현재)의 포스코그룹은 지분 투자를 통한 신성장 동력 발굴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평가다. 최정우 회장 취임 후 현재까지 포스코그룹의 인수합병은 1건에 불과하지만, 지분 투자는 34건으로 10년 지분 투자의 38%를 차지했다. 대규모 인수합병보다는 지분 투자를 통해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그룹 내 신성장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을 합병해 시너지 창출을 꾀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 임기 중 거래 금액이 가장 큰 인수는 지난 2018년 11월 인수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리튬 염호다. 리튬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필수 소재로, 대표적인 신성장 분야 중 하나다. 포스코그룹이 인수한 이 염호의 리튬 매장량이 인수 당시보다 6배 많은 것으로 확인된 것도 호재다. 포스코그룹 측은 현재 시세를 적용해 해당 염호에 매장된 리튬을 생산·판매할 경우, 누적 매출액이 무려 3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 회장의 포스코그룹 조직도 신성장 중심으로 개편됐다. 2차 전지 소재인 양·음극재 제조사인 포스코ESM과 포스코켐텍을 통합해 포스코케미칼을 출범시켰고, 포스코 내에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산업가스·수소사업부 등을 신설했다.
최 회장이 오는 2050년까지 연간 수소 생산량 500만 톤 체제를 구축한다고 밝힌 만큼, 신성장 사업과 관련한 조 단위 투자도 예상되고 있다. 실탄은 충분하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그룹의 현금 보유액(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은 20조6685억원에 달한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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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그룹의 지난 10년은 한국의 자원개발 역사와 함께 흘렀다. 2011년부터 2021년 현재(4월 15일)까지 총 인수합병 규모가 2조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과 대조적으로 해외 자원개발에는 1건의 거래를 위해 조 단위 투자를 감행했다.
[이코노미스트]가 블룸버그와 공동으로 국내 10대 그룹의 10년치(2011~2021년 4월 15일) 인수합병 현황을 분석한 결과, 포스코그룹은 지분 투자와 조인트벤처 등을 포함해 총 129건의 거래를 완료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거래 유형은 지분 투자(90건)로, 전체 건수의 70%에 달했다. 다음으로는 인수합병(26건), 조인트벤처(13건) 순으로 집계됐다.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보다는, 지분 투자를 통해 자원 개발 자산 등을 확보했다.
정준양 시대 '시기마다 엇갈린 해외 자원 개발'
포스코그룹의 10년은 확장(정준양 전 회장), 구조조정(권오준 전 회장), 신(新)성장(최정우 현 회장) 등으로 요약된다. 조 단위의 해외 자원 개발 투자와 대규모 인수합병의 대부분은 정준양 전 회장(2009년 2월~2014년 3월) 시절 단행됐다. 최근 10년간 거래 금액이 가장 컸던 인수합병도 타이녹스 인수(2011년 7월)였다. 당시 포스코그룹은 약 4200억원을 투입해 동남아 최대 스테인리스업체 타이녹스를 사들였다.
최근 10년을 벗어난 시점이지만 포스코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약 3조4000억원)로 기록된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 인수도 정 회장 재임시인 2010년에 이뤄졌다. 1조원 이상의 해외 자원 개발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호주 로이힐 광산(2012년 1월), 세계 최대 철강업체 아르셀로미탈의 캐나다 광산(2013년 1월) 등에 2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2011년 3월에는 세계 최대 니오븀 생산업체인 브라질 CMBB 지분 인수를 위해 7267억원을 썼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 기조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정 전 회장 시절 이뤄졌던 대규모 해외 자원 개발은 시기마다 다른 평가를 받았다. 인수 이후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이른바 ‘고가·부실 인수’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근거로 ‘알짜 인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포스코는 이달 로이힐 광산 지분으로 약 150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지난해 3분기 첫 배당금(500억원) 이후 현재까지 총 2700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권오준 시대 '구조조정으로 내실 다지기'
권오준 전 회장 시절(2014년 3월~2018년 7월) 포스코그룹은 비(非)핵심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당시 포스코그룹은 대규모 자산 인수에 대한 재무적 부담과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 등 이중고에 시달렸다. 5조원(2011년) 이상이었던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3조원(2013년) 수준으로 급감한 상태였다.
포스코그룹의 최근 10년간 인수합병 중 거래 금액이 가장 컸던 규모의 매각도 2015년 3월 포스코특수강이었다. 당시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특수강을 약 4470억원에 세아베스틸에 넘겼다. 같은 해 6월에는 포스코건설 지분 38%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에 넘겨 1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마산 대우백화점(현 롯데백화점 마산점) 건물과 영업권(약 1600억원), 원전 서비스 기업 포뉴텍(현 수산ENS·500억원) 등도 이 때 팔렸다. 권 전 회장 시절에 이뤄진 매각은 7건으로, 10년 전체의 64%에 달했다.
최정우 시대 '지분투자로 신성장 동력 발굴'
최정우 회장(2018년 7월~현재)의 포스코그룹은 지분 투자를 통한 신성장 동력 발굴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평가다. 최정우 회장 취임 후 현재까지 포스코그룹의 인수합병은 1건에 불과하지만, 지분 투자는 34건으로 10년 지분 투자의 38%를 차지했다. 대규모 인수합병보다는 지분 투자를 통해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그룹 내 신성장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을 합병해 시너지 창출을 꾀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 임기 중 거래 금액이 가장 큰 인수는 지난 2018년 11월 인수한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리튬 염호다. 리튬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필수 소재로, 대표적인 신성장 분야 중 하나다. 포스코그룹이 인수한 이 염호의 리튬 매장량이 인수 당시보다 6배 많은 것으로 확인된 것도 호재다. 포스코그룹 측은 현재 시세를 적용해 해당 염호에 매장된 리튬을 생산·판매할 경우, 누적 매출액이 무려 3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 회장의 포스코그룹 조직도 신성장 중심으로 개편됐다. 2차 전지 소재인 양·음극재 제조사인 포스코ESM과 포스코켐텍을 통합해 포스코케미칼을 출범시켰고, 포스코 내에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산업가스·수소사업부 등을 신설했다.
최 회장이 오는 2050년까지 연간 수소 생산량 500만 톤 체제를 구축한다고 밝힌 만큼, 신성장 사업과 관련한 조 단위 투자도 예상되고 있다. 실탄은 충분하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코그룹의 현금 보유액(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은 20조6685억원에 달한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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