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쒀서 개 줬다” 국내 태양광 시장, 중국산이 점령
태양광 모듈 셀, 중국산이 65% 국산은 22% 점유
재생에너지 보급 중심 정책 속 저가 중국산 공세
태양광 셀 수입량 2년새 3배 급증, 대부분 중국산
중국산 태양광 설비가 국내 태양광 발전 시장을 좀먹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전세계에서 청정 에너지 기반시설 구축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이런 기조를 타고 국내 기업들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을 잠식해버린 중국산 부품들에 발목이 잡힐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태양광 발전업계 한 전문가는 “미·중 갈등으로 태양광 발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국내 기업이 약진하고 있지만, 한국 상황은 완전히 딴판”이라고 지적할 정도다.
18일 한국에너지공단이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국내 태양광 모듈 보급 현황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모듈(3967㎿) 중 국산 태양광 모듈은 2547㎿(64%)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모듈을 구성하는 셀은 대부분 중국산(65%)이다. 태양광 셀 기준 국산은 877㎿(22%)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국내에 설치된 주요 태양광 단지 대부분에 중국산이 쓰였다. 특히 국내 최초의 주민참여 태양광발전소로 꼽히는 ‘철원 두루미 태양광 발전소’의 1·2단계 사업에 쓰이는 태양광 모듈이 100%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상업 운전에 들어간 전남 해남 ‘솔라시도 태양광단지’에 설치된 태양전지(셀)도 모두 중국산이었다.
정부가 추진한 보급 중심의 국내 태양광 시장 조성이 중국산 설비를 안방으로 불렀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올린다는 친환경에너지 3020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이를 겨냥해 중국산 부품이 저가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독식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선 가격을 생각하면 중국산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국내 태양광 모듈 시장에 탄소인증제를 도입, 국산 태양광 부품의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렸다. 탄소인증제는 태양광 발전설비에 사용되는 태양광 모듈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적게 배출한 만큼 등급을 매겨 혜택을 주는 제도다. 중국산 태양광 모듈은 중국의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입어 갈수록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전세계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의 절반을 독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간하는 보고서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는 지난해 전세계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용량은 26만1000㎿로 이 중 52%를 중국이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업계는 2019년 중국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벌어들인 매출만 25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국내 태양광 시장 내 국산 모듈 점유율이 70%가량에 달한다”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5월 태양광 설비 현황 자료에서 ‘2019년 기준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 국산 모듈 점유율은 전년 대비 6.2%포인트 상승한 78.7%로 국내 시장을 주도 중’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접근은 태양광 셀을 해외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모듈로 만든 제품을 모두 국산으로 집계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대외무역관리규정 제86조 2항 2호에 의하면 태양광 셀을 수입해서 태양광 모듈을 만들 경우, 국내투입원가 비율이 85% 이상 돼야 국내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모듈 원가의 약 50%를 셀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수입한 태양광 셀을 국내에서 모듈로 조립한다 해도 국내산으로 인정을 받을 수 없는 셈이다.
2020년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셀의 원산지를 살펴보면, 국산을 제외한 대부분이 중국에서 수입됐다. 이에 따라 태양광 셀의 수입량도 급증했다. 2017년 1억2000만 달러이었던 셀 수입금액은 2019년 3억8657만 달러로 2년 새 3배 이상 증가했고, 수입량도 3156t에서 5666t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무경 의원은 “태양광 셀과 모듈의 국산 비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대부분 중국산으로 채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 확대에 투입된 막대한 국민 혈세로 중국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최저효율제 등을 통해 국내 태양광 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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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한국에너지공단이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국내 태양광 모듈 보급 현황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모듈(3967㎿) 중 국산 태양광 모듈은 2547㎿(64%)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모듈을 구성하는 셀은 대부분 중국산(65%)이다. 태양광 셀 기준 국산은 877㎿(22%)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국내에 설치된 주요 태양광 단지 대부분에 중국산이 쓰였다. 특히 국내 최초의 주민참여 태양광발전소로 꼽히는 ‘철원 두루미 태양광 발전소’의 1·2단계 사업에 쓰이는 태양광 모듈이 100%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상업 운전에 들어간 전남 해남 ‘솔라시도 태양광단지’에 설치된 태양전지(셀)도 모두 중국산이었다.
재주는 한국 정부가, 돈 맛은 중국이
정부가 추진한 보급 중심의 국내 태양광 시장 조성이 중국산 설비를 안방으로 불렀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올린다는 친환경에너지 3020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이를 겨냥해 중국산 부품이 저가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독식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선 가격을 생각하면 중국산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국내 태양광 모듈 시장에 탄소인증제를 도입, 국산 태양광 부품의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렸다. 탄소인증제는 태양광 발전설비에 사용되는 태양광 모듈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적게 배출한 만큼 등급을 매겨 혜택을 주는 제도다. 중국산 태양광 모듈은 중국의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입어 갈수록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전세계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의 절반을 독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간하는 보고서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는 지난해 전세계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용량은 26만1000㎿로 이 중 52%를 중국이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업계는 2019년 중국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벌어들인 매출만 25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입산으로 조립, 실태 모르는 깜깜이 정부
정부는 그러나 “국내 태양광 시장 내 국산 모듈 점유율이 70%가량에 달한다”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5월 태양광 설비 현황 자료에서 ‘2019년 기준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 국산 모듈 점유율은 전년 대비 6.2%포인트 상승한 78.7%로 국내 시장을 주도 중’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접근은 태양광 셀을 해외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모듈로 만든 제품을 모두 국산으로 집계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대외무역관리규정 제86조 2항 2호에 의하면 태양광 셀을 수입해서 태양광 모듈을 만들 경우, 국내투입원가 비율이 85% 이상 돼야 국내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모듈 원가의 약 50%를 셀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수입한 태양광 셀을 국내에서 모듈로 조립한다 해도 국내산으로 인정을 받을 수 없는 셈이다.
2020년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셀의 원산지를 살펴보면, 국산을 제외한 대부분이 중국에서 수입됐다. 이에 따라 태양광 셀의 수입량도 급증했다. 2017년 1억2000만 달러이었던 셀 수입금액은 2019년 3억8657만 달러로 2년 새 3배 이상 증가했고, 수입량도 3156t에서 5666t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무경 의원은 “태양광 셀과 모듈의 국산 비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대부분 중국산으로 채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 확대에 투입된 막대한 국민 혈세로 중국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홍종호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최저효율제 등을 통해 국내 태양광 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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