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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세 '로보어드바이저', 보험사 '자체 개발' 왜 꺼리나

삼성·교보생명 등 로보어드바이저 AI펀드추천 서비스 제공
자체 개발 아닌 핀테크사 협업 강화
개발시간·비용 부담…RA시장 "아직 초기단계라 관망"

로보어드바이저(RA)를 변액보험이나 퇴직연금 서비스에 활용하는 보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사진 셔터스톡]
안정적인 수익률을 담보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자산관리 로보어드바이저(RA)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보험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일부 생보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변액보험이나 퇴직연금 등의 상품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엔진 개발이 아닌 이미 기술력을 갖춘 핀테크와의 협업을 선택하는 추세다. 회사 내부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 관련 개발 인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고 개발에 나선다 해도 긴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향후 금융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관련 시장을 일단 관망한다는 분위기다. 
 

핀테크 협업 늘리는 보험사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교보생명, 메트라이프생명, 흥국생명 등 일부 생보사들은 변액보험 및 퇴직연금 상품 운용에 있어 핀테크사와의 협업을 통해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도입한 상태다.
 
지난해 11월부터 삼성생명은 로보어드바이저 자산관리 업체인 파운트와 협업해 변액보험 AI펀드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월 변액보험 고객들에게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식이다.  
[사진 파운트]
[사진 메트라이프생명]
 
교보생명은 AI투자일임 서비스 '핀트'를 운영하는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한국금융공학컨설팅과 협업해 지난해 8월부터 자산관리 로보어드바이저 구축을 준비해왔고 이달부터 변액보험, 퇴직연금 등에 AI펀드추천 서비스를 시작했다.  
 
메트라이프생명도 파운트와 손잡고 지난해 7월부터 업계 최초 '카카오톡 기반'의 변액보험 AI펀드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흥국생명도 파운트와 함께 2019년부터 변액보험 고객에게 포트폴리오와 펀드 리밸런싱을 제공 중이며 지난달에는 AI기반 변액보험 상품도 출시했다.
 
보험사들이 핀테크사와 협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투자 포트폴리오 제공 후 수익률이 비교적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자산관리 및 투자일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파운트나 핀트, 에임, 쿼터백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들은 투자자문, 투자일임 등 세부적으로 서비스 형태가 조금씩은 다르지만 고객들에게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는 점은 같다.  
 
이들 업체들의 경우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활용한 자문서비스 연 수익률이 7~20% 수준으로 안정적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폭락장으로 변액보험 수익률이 크게 낮아졌던 보험사 입장에서는 괜찮은 선택지인 셈이다.
 

RA 엔진 자체 개발? "글쎄..."

 
보험사들이 핀테크사와 협업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로보어드바이저 기술 자체를 구현하기 쉽지 않아서다. 기본적으로 금융업권에 적용되는 로보어드바이저의 경우 세계 각국의 경제 데이터나 시장 지표를 분석해 결과를 도출하는 알고리즘 기술이 핵심이다.  
 
또 자산군 비중 배분 모듈 등 투자 프로세스에 효과적인 알고리즘이 적용돼야 하는데 이런 기술력 개발 자체가 쉽지 않다. 국내 주요 자산관리앱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의 주요 직원들이 IT인재들로 구성돼 있는 점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삼성생명 같은 대형사도 로보어드바이저 엔진 자체 개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삼성생명은 지난해 열린 ‘삼성금융 오픈 콜라보레이션’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핀테크와 손을 잡는 것을 택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 엔진을 활용하려면 여러가지 기법들이 필요한 데 이를 자체 연구하려면 고급 인력과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자체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엔진을 개발할 계획은 수립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로보어드바이저 기술 개발에 나서려 했던 한 보험사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 엔진 개발을 위해 업계 자문을 받은 결과,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수년이 걸렸다"며 "직접 개발보다 이미 기술력을 보유한 핀테크사와 협업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나은 선택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에 대한 신뢰도가 아직 증명되지 않아 보험사를 비롯해, 금융사들이 자체 개발에 나서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여전히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AI자산관리는 아직 초기단계로 더 많은 관련 데이터가 축적돼야 금융사들도 자체 개발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금융권으로 시야를 넓히면 일부 증권사가 로보어드바이저 엔진 자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알고리즘 테스트에만 수개월이 걸리고 성공여부도 확실하지 않아 더 유의미한 사례가 축적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고객들이 이 서비스에 대해 어느정도의 신뢰감을 갖고 있는지, 유효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지에 대해 아직 확신이 없다"며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자산관리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라고 본다. 일단 시장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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