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담집 단독 입수] ④남북 경제·평화 “바이오로 모두 잡는다”
“백신·제약에서도 삼성전자 만들어보자” 주창
질병통계센터 세워 바이오산업 플랫폼 육성
기초의학에 대규모 중장기 투자 필요성 강조
개성공단의 방역물품 생산기지화 “현실성 낮아” 지적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방 순회 일정을 소화하고 최근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을 출범시키며 대선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를 알리듯 문형렬 작가와 대담을 엮은 『이낙연의 약속』을 출간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와 집권당 대표를 역임하며 느낀 대한민국의 현실과 그의 고민을 담고 있어 대선을 위한 사실상의 출사표로도 해석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책을 단독 입수해 부동산·경제·산업·청년·문화 등 5가지 분야에서 그가 선보일 대선 공약의 밑그림을 분석했다. [편집자]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답게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산업 육성 정책은 현 정부와 궤를 같이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설정한 3대 신산업(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을 이어나갈 뜻을 꾸준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이 전 대표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산업은 바이오·헬스 분야다.
4·7 재보권선거 후 잠행을 이어가다 공식 행보를 재개한 지난 5월 4일, 그가 참석한 곳이 민주당 바이오·헬스본부가 개최한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전략 2030’ 정책보고서 발간 기념식인 것을 보면 바이오·헬스에 그의 관심이 얼마나 지대한지 알 수 있다.
“바이오산업을 한국의 미래전략산업으로 꼽은 이유는 바이오 헬스 분야가 세계적 플랫폼 기업에 아직 편입되지 않고 남아 있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플랫폼 기업이 성공하려면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데 다른 국가에서는 바이오·헬스 분야의 데이터 확보가 지체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강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분야가 바이오 헬스 산업입니다.” (『이낙연의 약속』 中)
『이낙연의 약속』에서도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인공지능·빅데이터·플랫폼 등 다른 산업보다 바이오 산업에 대한 언급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그는 이에 더해 “반도체의 삼성전자처럼 백신과 제약에서도 세계 일류 기업이 나오도록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며 “다음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백신개발위원회’를 운영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백신·제약 분야에서 미국·영국·독일에 이어 4대 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그는 이 같은 내용을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전략 2030’ 정책보고서 발간 기념식‘에서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바이오·헬스 산업은 최근 5년 사이 연평균 5%대 성장을 지속해 세계의 여러 산업들 중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조기 진단 등 정밀 의학, 원격 진료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바이오·헬스 산업을 육성하기에 유리한 이유에 대해 책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국민의 건강 정보를 잘 파악하고 있는 국가로 전세계에서 한국만한 곳이 없어요. 플랫폼 기업이 성공하려면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데 다른 국가에서는 바이오·헬스 분야의 데이터 확보가 지체되고 있습니다. (중략) 지금이 개인의 의료 정보를 단순 질병코드를 넘어 평생 건강관리 차원에서 축적하고 (이렇게 구축한) 총체적 데이터를 통해 국민건강지표 관리는 물론,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준비시간입니다.”
그는 바이오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질병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질병통계센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환자의 병력, 유전자 형태, 검사 자료, 치료 결과 등 총합적인 데이터가 미래 국가자산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데이터를 개인 정보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질병통계센터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그는 세계적인 백신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기초의학에 대한 과감한 투자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현재 의료 분야의 연구개발 예산이 20조원을 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장 많은 예산을 연구비에 투자하고 있다고 하지만, 기초의학 전공자들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공모과제에 지원하는 연구비는 1조5000억원에 불과하다”며 “기초의학자들의 공모과제 연구비가 전체 연구개발예산의 50% 이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의학에 대한 장기 투자로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의학 수준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바이오·헬스 분야를 단순히 경제에 국한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북한의 개성공단을 세계보건기구(WHO), 유엔과 함께 감염병 방역에 필요한 의료물품 생산기지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며 남북관계를 한걸음 더 진전시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할 뜻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WHO와 함께 개성공단을 방호복·마스크 등을 생산하는 거점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WHO·유엔과 함께 공동의료 활동이라는 명분을 앞세우면 유엔의 제재에도 어긋나지 않으리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를 위해 미국·일본·중국·러시아 4개국의 공동 참여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비무장지대 남쪽을 연결하는 감염병 의료 연구기지를 설립해 개성공단과 연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19 국면에서 한·중·일 동북아 3개국의 협력도 강조했다. 진단 노하우와 치료제가 있는 한국, 의료기계 기술이 우수한 일본, 백신 개발에서 앞서 있는 중국이 서로 협력해 백신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할 거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가칭 ‘아시아백신 여권’을 도입해 관광·항공산업 활성화에도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이 전 대표의 구상이다.
개성공단을 의료물품 생산기지로 만들자는 그의 구상에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북한이 물품 반출을 금지하며 볼모로 삼을 수 있다”면서 “주변 국가들이 참여해서 발목 잡힐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라 성사 가능성이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바이오 육성 방안에 대해서도 “이미 다 나온 얘기”라고 평가절하했다.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대기업들은 이미 바이오 분야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울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평론가는 “오히려 원격의료 확대와 같은 규제 개혁 법안을 책임지고 통과시키겠다고 밝히는 것이 그의 바이오 육성에 (국민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전 대표는 원격의료에 대해 지금까지 구체적인 언급은 없는 상태다. 다만 지난해 5월, 한 토론회에 참석해 “코로나19가 비대면 산업의 확산 속도를 훨씬 더 빠르게 하고 범위도 더 넓힐 것”이라며 비대면 산업의 예로 비대면 의료를 언급한 적 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비대면 진료를 체험하고 있는 만큼 제도적으로 수용하고 조정할 방법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제도적 지원과 규제 완화 못지않게 필요한 것이 갈등 조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평론가는 “원격의료와 같이 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의제를 이끌어 가는 것이 대선주자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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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답게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산업 육성 정책은 현 정부와 궤를 같이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설정한 3대 신산업(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을 이어나갈 뜻을 꾸준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이 전 대표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산업은 바이오·헬스 분야다.
4·7 재보권선거 후 잠행을 이어가다 공식 행보를 재개한 지난 5월 4일, 그가 참석한 곳이 민주당 바이오·헬스본부가 개최한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전략 2030’ 정책보고서 발간 기념식인 것을 보면 바이오·헬스에 그의 관심이 얼마나 지대한지 알 수 있다.
“방대한 의료 정보 활용해 바이오산업 개척할 시간”
“바이오산업을 한국의 미래전략산업으로 꼽은 이유는 바이오 헬스 분야가 세계적 플랫폼 기업에 아직 편입되지 않고 남아 있는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플랫폼 기업이 성공하려면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데 다른 국가에서는 바이오·헬스 분야의 데이터 확보가 지체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강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분야가 바이오 헬스 산업입니다.” (『이낙연의 약속』 中)
『이낙연의 약속』에서도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인공지능·빅데이터·플랫폼 등 다른 산업보다 바이오 산업에 대한 언급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그는 이에 더해 “반도체의 삼성전자처럼 백신과 제약에서도 세계 일류 기업이 나오도록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며 “다음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백신개발위원회’를 운영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백신·제약 분야에서 미국·영국·독일에 이어 4대 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그는 이 같은 내용을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전략 2030’ 정책보고서 발간 기념식‘에서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바이오·헬스 산업은 최근 5년 사이 연평균 5%대 성장을 지속해 세계의 여러 산업들 중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조기 진단 등 정밀 의학, 원격 진료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바이오·헬스 산업을 육성하기에 유리한 이유에 대해 책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국민의 건강 정보를 잘 파악하고 있는 국가로 전세계에서 한국만한 곳이 없어요. 플랫폼 기업이 성공하려면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데 다른 국가에서는 바이오·헬스 분야의 데이터 확보가 지체되고 있습니다. (중략) 지금이 개인의 의료 정보를 단순 질병코드를 넘어 평생 건강관리 차원에서 축적하고 (이렇게 구축한) 총체적 데이터를 통해 국민건강지표 관리는 물론,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준비시간입니다.”
“개성공단에 방역물품 생산기지 세워 남북관계 진전”
그는 바이오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질병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질병통계센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환자의 병력, 유전자 형태, 검사 자료, 치료 결과 등 총합적인 데이터가 미래 국가자산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데이터를 개인 정보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질병통계센터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그는 세계적인 백신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기초의학에 대한 과감한 투자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현재 의료 분야의 연구개발 예산이 20조원을 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장 많은 예산을 연구비에 투자하고 있다고 하지만, 기초의학 전공자들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공모과제에 지원하는 연구비는 1조5000억원에 불과하다”며 “기초의학자들의 공모과제 연구비가 전체 연구개발예산의 50% 이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의학에 대한 장기 투자로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의학 수준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바이오·헬스 분야를 단순히 경제에 국한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북한의 개성공단을 세계보건기구(WHO), 유엔과 함께 감염병 방역에 필요한 의료물품 생산기지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며 남북관계를 한걸음 더 진전시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할 뜻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WHO와 함께 개성공단을 방호복·마스크 등을 생산하는 거점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WHO·유엔과 함께 공동의료 활동이라는 명분을 앞세우면 유엔의 제재에도 어긋나지 않으리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를 위해 미국·일본·중국·러시아 4개국의 공동 참여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비무장지대 남쪽을 연결하는 감염병 의료 연구기지를 설립해 개성공단과 연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19 국면에서 한·중·일 동북아 3개국의 협력도 강조했다. 진단 노하우와 치료제가 있는 한국, 의료기계 기술이 우수한 일본, 백신 개발에서 앞서 있는 중국이 서로 협력해 백신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할 거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가칭 ‘아시아백신 여권’을 도입해 관광·항공산업 활성화에도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이 전 대표의 구상이다.
“원격의료 같은 규제 개혁 의제 이끌어야” 지적도
개성공단을 의료물품 생산기지로 만들자는 그의 구상에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북한이 물품 반출을 금지하며 볼모로 삼을 수 있다”면서 “주변 국가들이 참여해서 발목 잡힐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라 성사 가능성이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 전 대표의 바이오 육성 방안에 대해서도 “이미 다 나온 얘기”라고 평가절하했다.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대기업들은 이미 바이오 분야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울 것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평론가는 “오히려 원격의료 확대와 같은 규제 개혁 법안을 책임지고 통과시키겠다고 밝히는 것이 그의 바이오 육성에 (국민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전 대표는 원격의료에 대해 지금까지 구체적인 언급은 없는 상태다. 다만 지난해 5월, 한 토론회에 참석해 “코로나19가 비대면 산업의 확산 속도를 훨씬 더 빠르게 하고 범위도 더 넓힐 것”이라며 비대면 산업의 예로 비대면 의료를 언급한 적 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비대면 진료를 체험하고 있는 만큼 제도적으로 수용하고 조정할 방법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제도적 지원과 규제 완화 못지않게 필요한 것이 갈등 조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평론가는 “원격의료와 같이 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의제를 이끌어 가는 것이 대선주자의 능력”이라고 말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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