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대담집 단독 입수] ⑤문화예술 “보증기금 만들어 중소영화 지원”
법제화 실패한 영화 상영·배급 분리 다시 꺼내
영화계엔 없는 제작 지원 보증기금 신설 제안
기업에 창작자와 동등관계 표준계약 준수 강조
업계 “법령 개정 안 해서 불공정 반복돼” 토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방 순회 일정을 소화하고 최근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을 출범시키며 대선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를 알리듯 문형렬 작가와 대담을 엮은 『이낙연의 약속』을 출간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와 집권당 대표를 역임하며 느낀 대한민국의 현실과 그의 고민을 담고 있어 대선을 위한 사실상의 출사표로도 해석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책을 단독 입수해 부동산·경제·산업·청년·문화 등 5가지 분야에서 그가 선보일 대선 공약의 밑그림을 분석했다. [편집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대담집에서 독립 PD(연극·영화·방송 제작의 관리책임자) 등 창작자의 권익 보호와 한국 영화산업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대담집 출간 전에도 각종 대외 활동을 통해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여당의 대표를 지내며 보인 그의 애정에도 불구하고 업계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이 전 대표가 대담집에서 문화예술 분야와 관련해 가장 강조한 것은 창작콘텐트 제작자의 권익 보호다. "창작콘텐트는 중요한 지식재산권"이라고 주장한 그는 제작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보호장치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플랫폼 대기업과 계약을 맺은 창작콘텐트 제작자들의 근무 조건은 개미지옥에 가깝다고 한다”며 “창작노동자들, 이를테면 중소 아티스트, 독립 PD들은 노동조건이 더욱 열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창작노동자 보호 장치가 전속 관계를 전제로 한다. 큰 기업들이 창작자들과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공통적인 표준 계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 현장에서는 콘텐트 제작 등에서 불공정 관행을 타파하려면 계약을 넘어 창작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독립PD협회 관계자는 “표준계약서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제도가 같이 뒷받침돼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계약서 양식 중에 표준위탁계약서가 있다. 도급도 근로도 아닌, 소위 프리랜서 계약인데 (계약상 갑의 위치에 있는 업체들이) 이것을 악용하고 있다”며 “표준계약서가 현장에서 힘을 발휘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없어서 불공정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업계 내 불공정 관행에 대한 한 해결방안으로 법령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방송법의 금지행위 대상에 제작사를 추가하면 된다. 방송사업자가 제작사에 불공정 행위를 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금지행위 내용은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돼왔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법이 정해지면 방송통신위원회가 표준계약서와 관련한 조사권을 갖게 된다”며 “표준계약서가 제대로 작성된 것인지, 콘텐트 제작 현장에서 계약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국내 영화산업을 두고 “대기업의 진출을 금지한 중소기업 업종을 설정한 것처럼 영화 상영업과 배급업을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2016년 도종환 의원은 대기업이 영화의 배급과 상영을 겸업하지 못하게 한 내용을 담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는 배급과 상영을 분리하는 개정안의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현실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영화상영관은 관객 선호도에 따라 스크린을 배정하는 것이 원칙이며, 자체 또는 계열회사의 배급영화에 차별적으로 스크린을 배정하는 일은 오히려 극장의 이익을 극대화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배급업과 상영업의 겸업이 반드시 불공정행위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봤다.
이 전 대표는 영화계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상호 평등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지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 예로 업계에서는 영화 제작사가 무료 초대권을 남발한 멀티플렉스 체인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사례가 있다. 독립영화관에서 상업영화 재개봉작이 관객이 많이 몰려드는 좋은 상영 시간대를 배정받고, 독립영화는 관람이 어려운 시간대를 배정받은 일도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 10월 1일 ‘영화 상영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발표했다. 문체부가 법령 대신 계약서를 마련한 것은 민간업체 간 거래 내용인 상영 기간이나 조건 등을 정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 강제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전 대표가 중요하게 여기는 계약서는 결국 계약 주체들의 개별적 노력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영화 산업의 발전을 위해 보증기금이 필요하다며 “산업 분야는 다 보증기금기관이 있는데 영화계에는 보증기금이 없다. 늦었지만 영화보증기금 기관을 만들어서 중소 영화사들이 활발하게 제작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발전기금을 조성해 운영하며 한국 영화계의 국제 네트워크 강화나 업계 종사자의 근로환경 개선 지원 등에 활용하고 있다. 재원은 영화관 입장권의 3%를 징수해 마련한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언급한 형태의 보증기금은 없다. 보증제도는 담보능력이 낮은 기업에게 공공기관이 해당 기업의 기술이나 신용도 등을 심사하고 기금이 보증서를 발급하면 금융기관이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다만 코로나19가 지난해부터 확산하고 영화 관객 수가 급감하자 영화발전기금도 징수액이 줄었다. 그런데도 최근 한국상영관협회가 이 기금을 상영관을 위해 전용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업계 전반에서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화발전기금은 줄었지만 지원이 필요한 대상은 많아진 상황에서 이 전 대표의 영화보증기금이 조성 작업에 착수해도 완료하고 성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예술영화·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전용 상영관은 정부 예산으로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생각하는 정부의 문화예술 분야 지원 방향은 지난 3월 3일 민주당 문화예술특위 발대식에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문화정책을 가지고 있으면 문화는 스스로 성장하게 돼 있다”는 그의 인사말로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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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대담집에서 독립 PD(연극·영화·방송 제작의 관리책임자) 등 창작자의 권익 보호와 한국 영화산업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대담집 출간 전에도 각종 대외 활동을 통해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여당의 대표를 지내며 보인 그의 애정에도 불구하고 업계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이 전 대표는 영화 산업의 발전을 위해 보증기금이 필요하다며 “산업 분야는 다 보증기금기관이 있는데 영화계에는 보증기금이 없다. 늦었지만 영화보증기금 기관을 만들어서 중소 영화사들이 활발하게 제작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작자 보호 불공정 타파, 관련 법 개정이 전제돼야
이 전 대표가 대담집에서 문화예술 분야와 관련해 가장 강조한 것은 창작콘텐트 제작자의 권익 보호다. "창작콘텐트는 중요한 지식재산권"이라고 주장한 그는 제작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보호장치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플랫폼 대기업과 계약을 맺은 창작콘텐트 제작자들의 근무 조건은 개미지옥에 가깝다고 한다”며 “창작노동자들, 이를테면 중소 아티스트, 독립 PD들은 노동조건이 더욱 열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창작노동자 보호 장치가 전속 관계를 전제로 한다. 큰 기업들이 창작자들과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공통적인 표준 계약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 현장에서는 콘텐트 제작 등에서 불공정 관행을 타파하려면 계약을 넘어 창작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독립PD협회 관계자는 “표준계약서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제도가 같이 뒷받침돼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계약서 양식 중에 표준위탁계약서가 있다. 도급도 근로도 아닌, 소위 프리랜서 계약인데 (계약상 갑의 위치에 있는 업체들이) 이것을 악용하고 있다”며 “표준계약서가 현장에서 힘을 발휘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없어서 불공정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업계 내 불공정 관행에 대한 한 해결방안으로 법령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방송법의 금지행위 대상에 제작사를 추가하면 된다. 방송사업자가 제작사에 불공정 행위를 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금지행위 내용은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돼왔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법이 정해지면 방송통신위원회가 표준계약서와 관련한 조사권을 갖게 된다”며 “표준계약서가 제대로 작성된 것인지, 콘텐트 제작 현장에서 계약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상영과 배급 분리” 국회 통과 실패한 전례
이 전 대표는 국내 영화산업을 두고 “대기업의 진출을 금지한 중소기업 업종을 설정한 것처럼 영화 상영업과 배급업을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2016년 도종환 의원은 대기업이 영화의 배급과 상영을 겸업하지 못하게 한 내용을 담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는 배급과 상영을 분리하는 개정안의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현실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영화상영관은 관객 선호도에 따라 스크린을 배정하는 것이 원칙이며, 자체 또는 계열회사의 배급영화에 차별적으로 스크린을 배정하는 일은 오히려 극장의 이익을 극대화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배급업과 상영업의 겸업이 반드시 불공정행위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봤다.
이 전 대표는 영화계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상호 평등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이를 지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 예로 업계에서는 영화 제작사가 무료 초대권을 남발한 멀티플렉스 체인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사례가 있다. 독립영화관에서 상업영화 재개봉작이 관객이 많이 몰려드는 좋은 상영 시간대를 배정받고, 독립영화는 관람이 어려운 시간대를 배정받은 일도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 10월 1일 ‘영화 상영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발표했다. 문체부가 법령 대신 계약서를 마련한 것은 민간업체 간 거래 내용인 상영 기간이나 조건 등을 정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 강제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전 대표가 중요하게 여기는 계약서는 결국 계약 주체들의 개별적 노력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영화보증기금 계획” 완성까지 상당 기간 걸릴 듯
이 전 대표는 영화 산업의 발전을 위해 보증기금이 필요하다며 “산업 분야는 다 보증기금기관이 있는데 영화계에는 보증기금이 없다. 늦었지만 영화보증기금 기관을 만들어서 중소 영화사들이 활발하게 제작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발전기금을 조성해 운영하며 한국 영화계의 국제 네트워크 강화나 업계 종사자의 근로환경 개선 지원 등에 활용하고 있다. 재원은 영화관 입장권의 3%를 징수해 마련한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언급한 형태의 보증기금은 없다. 보증제도는 담보능력이 낮은 기업에게 공공기관이 해당 기업의 기술이나 신용도 등을 심사하고 기금이 보증서를 발급하면 금융기관이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다만 코로나19가 지난해부터 확산하고 영화 관객 수가 급감하자 영화발전기금도 징수액이 줄었다. 그런데도 최근 한국상영관협회가 이 기금을 상영관을 위해 전용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업계 전반에서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화발전기금은 줄었지만 지원이 필요한 대상은 많아진 상황에서 이 전 대표의 영화보증기금이 조성 작업에 착수해도 완료하고 성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예술영화·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전용 상영관은 정부 예산으로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생각하는 정부의 문화예술 분야 지원 방향은 지난 3월 3일 민주당 문화예술특위 발대식에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문화정책을 가지고 있으면 문화는 스스로 성장하게 돼 있다”는 그의 인사말로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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