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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대담집 단독 입수] ③이익공유제 “ESG 지표 삼아 세액공제 확대”

사회 양극화 해법으로서 이익공유제 제시
국가 경제 통합 이룰 핵심 키워드로 삼고
기업에 더 큰 인센티브 줘 확산하자 주장
“이익공유제와 ESG 엮는 것 부적절” 우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방 순회 일정을 소화하고 최근 싱크탱크 ‘연대와 공생’을 출범시키며 대선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를 알리듯 문형렬 작가와 대담을 엮은 『이낙연의 약속』을 출간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와 집권당 대표를 역임하며 느낀 대한민국의 현실과 그의 고민을 담고 있어 대선을 위한 사실상의 출사표로도 해석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책을 단독 입수해 부동산·경제·산업·청년·문화 등 5가지 분야에서 그가 선보일 대선 공약의 밑그림을 분석했다. [편집자] 

 
지난 1월 19일 당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신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류가 어렵사리 이루어 놓은 두 개의 성취, 민주주의와 복지사회, 둘 다 금이 가고 있다. 지속 가능한 공유의 시스템(이익공유제)을 만들어야 한다.” (『이낙연의 약속』 中)
 
‘신복지 광주포럼’ ‘신복지 부산포럼’을 잇따라 출범하며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이익공유제’를 다시 들고 나왔다. 이번에는 국정철학과 비전을 담은 대담집 [이낙연의 약속]에서 ‘지속가능한 공유 시스템’으로서 이익공유제를 강조했다. 대선 주자의 출정식이 포럼과 출판으로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대선 출마 선언문과 같은 대담집에서 언급한 이익공유제는 그의 공약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이익공유제는 이른바 돈 번 쪽이 돈을 덜 번 쪽에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 전 대표는 이를 사회통합의 한 방편으로 생각했다. 그는 책에서 “불평등이 심해지니 약자는 점점 취약해지고 위험과 불행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며 “양극화로 사회 전체가 황폐해지기 전에 이익공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사회공헌을 촉진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더욱 활성화해 이익공유를 확산함으로써 문제들을 해소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가 1월 11일 코로나19로 불거진 사회 양극화를 지적하며 이익공유제를 처음 꺼낸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ESG 제도를 활용해 기업을 평가하는 등 이익공유제를 현실화하기 위한 정책을 구체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이익공유제는) 시장자본주의에 더 철저한 미국과 영국에서 시장자본주의의 영양제로 이익공유를 시작했다’면서 ‘LG·SK도 사회적 투자를 많이 한다. 그것을 더 강한 세액공제 인센티브를 주면서 확산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익공유제, 경제 분야 공약의 큰 틀  

 
이익공유제는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의 미국 대선 공약에도 들었다. 원래는 1920년대 미국 헐리우드에서 배우·제작사·배급사 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다. 한국에선 2011년 처음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 때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대기업 초과이익을 중소 협력사와 나누는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박근혜 정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으로 이득을 얻는 기업의 이익을 농어민의 피해 지원에 활용하자는 ‘무역이득공유제’를 냈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대·중소기업 간 이익을 나누는 ‘협력이익공유제’를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이익공유제는 번번이 실패했다. 미국의 이익공유제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패배로 사라졌고, 국내에선 재계의 반발에 무너졌다. 2011년 국내 최초의 이익공유제(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대기업은 “주주권을 침해하는 반시장적 발상”이라며 불참을 선언했다. 고(故) 이건희 회장도 “초과이익공유제가 사회주의제도인지, 공산주의제도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원가 절감, 품질 향상 등 대·중소기업이 공동으로 낸 혁신 성과에 대해 단가 인상이나 격려금 지급 등으로 이익을 나누는 ‘자율적 성과공유제’를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의 무역이득공유제도 반쪽 짜리에 그쳤다. 자유무역협정으로 얻은 이익을 따로 추산하기 어렵다는 재계의 반발에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선회했다. 이후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협력이익공유제를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의 이익공유 선례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2017년 이후 조성된 기금(1164억원)은,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을 조성하겠다던 목표치에 완전히 못 미쳤다. 그나마도 대부분 자금을 공기업에서 조달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일부 대기업 협력사만 특혜를 본다는 반발에 부딪혀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지난해 7월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이낙연 의원(오른쪽)과 정세균 국무총리 등 정치인들과 경총 관계자들이 참석해 축하가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표는 이익공유제를 경제 부분 공약의 큰 틀로 내세우고 있다. 대선 핵심 키워드로 ‘통합’을 내건 그에게 이익공유제가 경제적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공약이 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계승을 대선 전략으로 내건 이 전 대표는 되레 계층 격차 심화에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때문에 대선후보 지지율은 떨어지고만 있다. 여당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통합을 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문재인 정부 가치도 통합이었지만 결론은 달랐고 남은 것은 이익공유제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대상 세액공제 확대, ESG 반영 계획 꺼내

 
이 전 대표는 일종의 공약 소개와 같은 ‘대한민국 미래 30년의 기초’ 부분에서 이익공유제(미래사회의 이익공유제)를 별도 꼭지로 뽑았다. 코로나19 불평등 해소를 기치로 이익공유제를 꺼내자마자 실효성 논란에 휩싸여 버린 데 따른 대응이다. 당초 그는 당 대표 시절 “코로나19로 많은 이득을 얻는 계층이나 업종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익공유제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재계에선 “각 기업이 낸 실적을 코로나19로 판단할 수 없다” “반시장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리고 지적은 또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에 그는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ESG 제도를 활용해 기업을 평가하는 등 이익공유제를 현실화하기 위한 정책을 구체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한다. 우선 인센티브 확대를 제시해 이익공유제가 기업을 옥죄는 반시장적 발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익공유제는) 시장자본주의에 더 철저한 미국과 영국에서 시장자본주의의 영양제로 이익공유를 시작했다”면서 “LG·SK도 사회적 투자를 많이 한다. 그것을 더 강한 세액공제 인센티브를 주면서 확산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0% 세액공제를 더 높이자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ESG 제도에 기반한 세제 혜택을 이익공유제를 실현하는 연착륙 수단으로 꺼내 들었다. ESG가 친환경·포용·공정경제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인 만큼 ESG 평가가 좋은 기업은 그만큼 이익공유를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기업이 환경을 위해, 사회를 위해 기여하고 있다면 기꺼이 투자하겠다. ESG 제도를 활용하면 기업들의 사회공헌도를 높일 수 있고, 기존의 하청, 재하청에 따른 중간착취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의 구상을 ‘무늬만 이익공유제’라고 평가한다. 이익공유제가 사회통합의 방편이 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이 이익공유제의 개념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익공유제에서 지칭하는 격차의 양단엔 각각 소상공인이나 취약계층, 대기업이나 IT·플랫폼 기업, 혹은 은행 등 금융업종이 서있다. 그런데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은 대기업이나 은행과 공동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별개 집단이다. 남종석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익공유제는 리스크(위험 요소)를 공유하는 집단이 전제돼야 한다”며 “이익공유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 14일 당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이익공유제 실현 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서울 영등포 지하상가를 찾아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이익공유제 아닌 이익공유제 지적 제기

 
새로 들고 나온 ESG도 지적 받고 있다. ESG는 2008년 금융위기 후 기업의 단기성과보다 지속가능성을 먼저 따져보자는 공감대에서 나온 투자 지표로, 사회경제적 격차 축소를 기치로 내건 이낙연 전 대표의 이익공유제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행정대학원)는 “이익공유제에 ESG를 지표로 활용하겠다는 접근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며 “ESG가 최근 주목 받자 이익공유제에 ESG를 섞어버렸다. 이익공유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겉으로 뭔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보여주기용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실효성 문제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도 크다. 기업의 ESG가 양극화 해소와 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익공유제를 보는 국민의 시선은 자꾸 나빠지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국 만 18세 이상 1013명을 대상으로 이익공유제에 대한 찬·반을 물어본 결과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49.6%로 가장 많았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이익 혹은 손실을 입은 기업을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뿐 아니라 이러한 기준조차 모호하다는 지적에 ESG를 들고 나온 것 같다”며 “유례없는 국가의 재배분 정책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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