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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새 212만원이나 올린 제품도”…5년간 ‘샤넬 몸값’ 보니

2017년부터 13회 인상…올해 들어서도 세번째 올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격 인상폭 높은 한국은 황금알 시장

 
 
29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샤넬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샤넬 클래식백’ 1000만원 시대가 현실화된 것일까.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역대 최고급 가격인상 소식에 주요 백화점 앞은 수백 명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 같은 오픈런(매장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 대란은 올해만 벌써 세 번째. 가격이 오르기 전에 조금이라도 샤넬 제품을 싸게 사려는 수요가 몰린 탓이다. 최근에는 백화점이 오픈하기 열두 시간 전부터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오픈런 현상이 일상화 되는 상황. 이 때문에 매년 반복되는 ‘샤넬의 값질’과 명품 브랜드의 배짱 영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 2월에 오르고 또? 반복되는 샤넬 값질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오늘(1일)부터 미국에서 주력 상품 가격을 대폭 인상한다. 가장 인기 있는 클래식 플랩백 인상률은 최대 12%. 샤넬코리아의 경우 아직 가격인상 여부를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해외 인상률에 맞춰 국내 가격이 조정돼 왔기 때문에 이번 가격인상은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샤넬은 지난 1월과 2월에도 한두 품목의 가격을 소폭 인상했다. 샤넬 입문백으로 알려진 코코핸들 미디엄 제품 가격을 디자인‧소재 변경 등을 이유로 9.7% 인상했고, 다음 달엔 트렌디 CC백을 631만원에서 668만으로 5.9% 올렸다. 이번 인상이 국내에서도 현실화된다면 올해만 벌써 세 번째 인상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통상 명품 브랜드는 연초에 가격을 조정하는데, 요즘엔 시도 때도 없이 가격을 올리는 분위기”라며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가격만 계속 올리는 그야말로 샤넬의 값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샤넬의 깜깜이 가격인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샤넬은 지난해 5월과 11월에도 가격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5월에는 핸드백 제품 등 일부 품목 가격을 최저 1%에서 최대 18% 인상했고 11월엔 클래식 라인, 보이샤넬 및 가브리엘 라인 등 제품을 3~13% 올렸다.  
 
2019년에도 두 차례 가격이 인상됐다. 1월엔 메이크업 제품 가격을 평균 2.8% 올렸고 10월엔 핸드백 제품 중 클래식 라인은 2.55%, 보이샤넬·가브리엘 라인의 경우 최저 3%에서 최대 13%까지 가격을 올렸다.  
 
2018년에는 무려 4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1월엔 향수, 스킨케어, 메이크업 제품 등 326개 품목 가격을 평균 2.4% 인상했고 같은 해 5월에는 가방과 신발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1% 이상 올렸다. 7월엔 뉴미니 등 가방제품 일부를 인상했고 11월엔 클래식과 보이, 빈티지 라인 가방 등 가격을 올렸다.  
 
2017년 역시 5월과 9월, 11월까지 3차례 가격을 올렸다. 5월에 지갑 등 일부 제품의 면세점 판매 가격을 평균 4% 안팎 올렸고 9월 초에도 클래식 2.55라지와 마드모아젤 빈티지 등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주요 제품의 가격을 최대 17% 인상한 바 있다. 11월에는 가방 등 30~40개 주요 품목 가격을 최대 30% 올렸다.  
 
 
명확한 이유도 없이 가격을 올려온 탓에 샤넬의 대표 제품이라 꼽히는 샤넬 클래식 미디엄 제품 가격은 2017년 623만원에서 2021년 6월 864만원으로 뛰었다. 보이샤넬 미디엄 제품은 같은 기간 549만원에서 671만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652만원이던 2.55 플랩백 제품은 6개월 만인 올해 1월 864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무려 31%에 달하는 인상률이다.  
 

“가격표 무거워져도 산다”…한국 소비자는 봉?  

문제는 샤넬의 배짱영업이 유독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샤넬의 가격인상 폭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금융정보분석업체 밸류챔피언이 지난해 15개 국가의 샤넬 주요 상품 가격변화를 비교해보니 평균 가격 인상률이 17%로 나타났다. 15개 나라 중 호주가 35%로 가장 크게 상승했고, 한국은 28%를 기록해 두 번째로 높은 나라였다. 중국, 영국, 스페인, 프랑스, 대만 등도 가격이 올랐지만 20%에 머물렀다. 캐나다의 경우에는 가격 인상 폭이 2%에 그쳤고, 미국 내 샤넬 가격은 오히려 7% 내렸다.  
 
 
‘프라이스 하모니제이션(조화로운 가격정책)’에 따른 일괄 조치’라는 게 샤넬 측 설명이지만 프랑스 현지보다 유독 한국에서의 인상률이 훨씬 큰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국에서만 가격을 올린 것도 수차례. 샤넬이 한국에서만큼 가격을 많이 올리는 곳도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각에선 이제 그 자체를 논하는 게 무의미해졌다고 말한다. 샤넬과 같은 명품 브랜드의 절대가격이 합리적 소비를 논할 수 있는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는 의견이다. 소비자들의 구매 기준이 샤넬백의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싸다, 비싸다를 따지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브랜드 역시 마찬가지다. 가격 책정 시 어느 정도 원가를 고려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얼마까지 올리면 팔릴 수 있는지를 더 고려한다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샤넬코리아의 매출은 929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491억원으로 1년 새 34.4%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유럽과 북미 지역 명품 매출이 감소하자 두 차례 가격 인상을 통해 매출 감소분을 메꿨다고 분석한다. 오히려 매출원가는 4683억원으로 2019년에 비해 낮아졌지만 되레 가격을 올리면서 마진을 많이 남긴 셈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을 또 올린다며 욕을 해도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니 샤넬 입장에선 황금알을 낳는 거위 시장이 아니겠냐”며 “수요가 계속되는 한 샤넬의 배짱영업도 계속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이현정 인턴기자 lee.hyunjung3@joongang.co.kr,홍다원 인턴기자 hong.da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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