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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인사이트] ‘SSG닷컴’도 버린 카드…요기요 인수전에 붙은 ‘물음표’

남은 매각 기한 한달…사모펀드 각축전으로
‘배민 인수’에 급한 DH…매각가 영향 줄듯

 
 
서울 시내의 한 요기요 매장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다.[사진 연합뉴스]
 
‘시한부 매물’. 요기요 본입찰이 마감됐다. 현재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곳은 MBK파트너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등 사모펀드(PEF) 세 곳 뿐. 마지막까지 본입찰 참여 여부를 놓고 고민했던 전략적 투자자(SI) 신세계가 발을 빼면서 당초 예상보다 흥행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많다.  
 
요기요가 커지는 배달앱 시장 2위 사업자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매물임에는 분명하다. 문제는 요기요를 매각하려는 독일 배달 플랫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사정이다. DH는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배민)을 얻기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요기요를 매각해야 한다. ‘배달앱 독점 구조’를 막겠다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방침에 따라서다.  
 
반면 원매자들 입장에선 급할 게 없다. DH가 요기요를 반드시 팔아야 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하다. 게다가 이번 인수는 시장 1위 사업자에게 돈을 주고 2위 사업자를 사와야 하는 기이한 구조.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요기요 매각이 순조롭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수전은 사모펀드간 경쟁 구도로

지난 3월. 요기요 매각전이 본격화됐을 때만 해도 DH는 자신감이 넘쳤다. 신세계, 현대, 롯데 등 유통 대기업들이 후보군 이름에 오르락내리락 거리고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 편의점업계도 관심을 보이면서 흥행이 보장되는 듯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지난 5월4일 진행한 예비입찰에 당초 기대와 달리 전략적투자자(SI) 대신 재무적투자자(FI)들이 전면에 나섰다. 신세계가 SSG닷컴을 통해 유일한 SI로 나섰지만 본입찰에 발을 빼면서 사모펀드들만 남은 형국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예비입찰에 참여해 유통과 배달 플랫폼을 접목했을 때 어떤 시너지가 날 것인지를 살펴봤으나 최종적으로는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DH와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요기요의 특수성을 고려해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원매자들과 개별협상을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가격이다. DH가 애초 제시한 요기요의 몸값은 최대 2조원. 하지만 원매자들은 1조원대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요기요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1위 사업자인 배민을 넘을 만큼 소비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는데다 쿠팡이츠가 단건 배달로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1조원 미만을 점치기도 한다.  
 
요기요의 독특한 매각 상황도 부담요인이다. 요기요 인수는 공정위의 독과점 해소 명령이 배경이다. DH가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을 품에 안기 위해 2위인 요기요를 파는 상황이라 원매자는 DH 측에 자금을 전달할 수 밖에 없는 기형적 구조다.
 
경쟁업체 1위 사업자에게 1조~2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수혈해 준 뒤 다시 같은 시장에서 경쟁해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게다가 요기요 관련 핵심 정보나 사업노하우를 이미 DH 측에서 파악하고 있는 상태. 고객데이터는 물론 배달 주문 건수와 주문 알고리즘 등 주요 정보가 노출됐다는 게 상당한 핸디캡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애타는’ DH vs ‘느긋한’ 원매자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전의 가장 큰 변수는 DH가 처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DH는 요기요의 조속한 매각이 절실하다. 매각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서다. 공정위가 제시한 매각 시한은 8월2일까지. DH가 서둘러 우선협상대상자를 추린다고 해도 실제 인수계약서를 작성하는 단계까지 감안하면 이미 수주가 소요된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차례 매각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공정위로부터 기간 내에 매각이 성사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받으면 매각 기한을 최대 6개월 늘릴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일단위로 과징금이 붙는다. DH 입장에선 이래저래 부담일 수밖에 없다.  
 
반면 DH의 이런 악조건은 요기요 인수 후보자들에겐 호재다. 시간이 지날수록 압박이 커지는 곳은 DH. 인수 후보자들 입장에선 기다릴수록 가격적으로 이득을 볼 가능성이 크다. 요기요 매각이 불발되면 최악의 경우 배민 인수가 무효화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DH 측에서 예상외의 헐값매각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DH 입장에선 배민을 4조원대에 비싸게 샀기 때문에 요기요도 비싸게 털어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면서 “인수 후보자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데다 요기요의 경쟁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아 1조 이상 받긴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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