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셧다운제’…이번엔 정말 폐지될까
13일 오전 정책 세미나 개최…각계 전문가들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주장
강제적 셧다운제…기본권 침해 및 실효성 없다는 비판 받아
최근 ‘마인크래프트’ 미성년자 이용 불가 사태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강제적 셧다운제’와 관련해 각계 전문가들과 정치권이 해당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개최한 ‘게임 셧다운제 폐지 및 부모 자율권 보장’ 정책 세미나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 셧다운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게임의 위상과 인식이 변화됐고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10년 전 도입된 셧다운제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행 셧다운제는 PC 온라인게임에 국한돼 있어 모바일 게임 등에 대한 과몰입을 방지할 수 없고, 오히려 일률적인 게임 셧다운제가 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자율권만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며 “실질적인 청소년 보호와 산업적 측면에서 셧다운제가 타당한지,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게임 셧다운제는 크게 여성가족부 소관인 강제적 셧다운제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인 선택적 셧다운제 두 종류로 나뉜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이용을 전면 제한하는 법이다. 선택적 셧다운제는 만 18세 미만 청소년의 법정대리인이 신청하는 시간대엔 인터넷 게임 제공을 막는 법을 의미한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지난 2011년부터 시행 중인 강제적 셧다운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2016년 ‘게임산업 규제정책의 전환 필요성 및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2009년 3만개에 이르던 게임업체가 2014년에는 1만4000개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고서는 게임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대표적인 규제로 강제적 셧다운제를 꼽았다. 당시 한경연 측은 “강제적 셧다운제는 기본권 침해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과 태국 등에서 이미 실효성이 없는 제도로 평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도 각계 전문가들은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했다. 조문석 한성대 교수는 “게임 이용과 수면 시간, 게임 이용과 게임 과몰입의 명확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는 않았다”며 “2019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수면 부족 원인의 1순위는 숙제, 인터넷 강의, 자율학습 등 공부(62.9%)였다”고 설명했다.
이병찬 법무법인 온새미로 변호사는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이 게임 과몰입에 빠지는 이유가 게임의 중독성 때문이라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이 게임에 몰입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입시위주 교육시스템에서 받는 과도한 스트레스”라고 지적했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체부도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론에 힘을 실었다. 문체부는 여가부와 함께 게임 셧다운제 폐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여가부 소관인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문체부 소관의 선택적 셧다운제로 법을 일원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승범 문체부 게임콘텐츠사업과장은 “기존 강제적 셧다운제는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을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측면이 있다”며 “주요 게임 선진국에는 도입되지 않은 갈라파고스적 규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문체부는 규제 완화, 자율성 보장, 청소년 보호 세 가지 방향성을 갖고 있으며 강제적 셧다운제는 폐지하는 게 좋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세미나를 개최한 허은아 의원은 “국내 현실은 물론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맞지 않는 셧다운제 제도로 인해, 국내의 미성년 e스포츠 선수가 대회 도중 몰수패를 한 것은 유명한 사례이며 최근에는 청와대에서도 어린이날 홍보에 활용한 게임인 ‘마인크래프트`가 셧다운제 적용을 위해 12세 이용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성인 인증’을 도입하게 되는 촌극이 벌어졌다”며 “이에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선택적 셧다운제로 제도를 일원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및 게임인식 개선법’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때의 잘못된 인식과 판단이 만들어낸 셧다운제 규제가 10년의 기간 동안 우리 게임산업을 옥좨왔다”며 “오늘 세미나가 게임 셧다운제 폐지를 신호탄으로 해 국내 게임과 e스포츠산업·문화를 옥죄고 있는 법 제도의 개선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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