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 무인양품 VS ‘토종’ 자주…홈퍼니싱 시장의 묘한 기류
무인양품, 생활용품 825개 가격 63% 하향 조정…왜?
일본 불매 여파 ‘2년 째 적자행진’, 자주 성장이 발목
국내 홈퍼니싱 시장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한때 1위 업체로, 높은 콧대를 유지하던 무인양품이 대대적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다. 무인양품은 일본의 대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2004년 롯데상사를 통해 국내에 첫 진출한 뒤 빠르게 사업 보폭을 확장해왔다.
무인양품이 인기를 끌면서 유사한 콘셉트를 표방한 업체들도 생겨났다. 대표적인 곳이 신세계인터내셔널의 라이프스타일브랜드 자주다. 2012년 이마트 내 숍인숍 형태 ‘자연주의’를 전면 리뉴얼하며 재탄생한 곳. 자주는 초창기 ‘무인양품 짝퉁’이라는 오명을 받았지만 ‘노재팬 대체품’으로 떠오르면서 반전기를 맞고 있다.
저가판매 안한다더니…위기설 ‘솔솔’
무인양품 일본 본사는 그동안 가격을 내리는 방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저가 판매가 자칫 무인양품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격 조정도 재고품이 쌓여 있는 이월상품을 위주로만 이뤄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저가 판매로 브랜드 가치가 한번 손상되면 가격대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면서 “무인양품의 경우 SPA브랜드 중에서도 가격대가 있는 편이기 때문에 가성비를 추구하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 가격 인하로 인한 브랜드 훼손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무인양품 측은 생활에 꼭 필요한 의식주 제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면서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고객 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는 입장을 내놨다. 더 좋은 가격을 실현하기 위해선 생산과정의 간소화와 소재의 선택, 그리고 포장의 간략화 등 3가지 원칙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NO재팬’에 치이고…‘자주’는 눈엣가시
무엇보다 일본 브랜드라는 특성상 ‘NO재팬’ 운동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인양품은 2017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홈퍼니싱 시장 1위로 올라선 뒤 2018년 1378억원의 매출을 찍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2019년 노재팬 여파로 1243억원으로 고꾸라진 뒤 지난해 매출이 627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특히 무인양품은 2018년 34개이던 직영점을 2019년 40개까지 늘리면서 공격적 행보를 이어오던 상황. 이에 따라 영업이익은 2018년 76억원에서 이듬해 -7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엔 -117억원으로 손실이 불어났다. 소비자들이 일본산 제품을 외면하면서 2년째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올해 실적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인양품 반사익은 토종 대체제로 떠오른 자주에게 돌아갔다. 신세계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라이프스타일브랜드 부문 매출은 2018년 2006억원에서 2019년 2173억원, 2020년 2254억원으로 꾸준히 신장했다. 2018년 166개이던 매장 수도 2020년 216개로 대폭 늘었다.
무인양품의 추락과 자주의 성장이 이번 무인양품의 가격 인하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자주 성장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라 무인양품 입장에선 최후의 수단을 써서라도 방어에 나선 것 아니겠냐”며 “무인양품이 이 시점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코로나 이후 국내 시장에서의 재기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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