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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하겠다” 인력난 암초 만난 HMM, 파업 위기까지 덮쳤다

지난해부터 지난 7월까지 99명 선원 떠나
처우개선 요구한 노조 중노위 쟁의조정 신청
시민단체 “정부, 산업은행 나서라”

 
 
HMM 선원들이 바다 위 선박 위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HMM해원연합노동조합]
국내 유일 원양 선사인 HMM에서 항해사로 일하는 A씨는 요즘 일상이 버겁다. 지난 7월 306시간 30분을 일했다. 주말도 없이 매일 꼬박 약 10시간을 일해야 했다. 하지만 보상은 없었다. 156시간 30분 초과근무를 기록했지만, 104시간만 인정받았다. 전정근 HMM 해원연합노조 위원장은 “선원들은 지금 인력난으로 인해 교대조차 되지 않는다”면서 “떠나는 동료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HMM이 인력난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부른 하선 정체가 근무 강도를 높인 가운데, 보상은 제자리걸음 하면서 직원들의 이탈이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약 1년 반 동안 HMM 99명의 선원이 HMM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선원 5명 중 1명꼴이다. 같은 기간 4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수준이었던 선복량이 84만2192TEU로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팬오션, 고려해운보다 최대 2000만원 낮은 임금

충원이 답이지만, 쉽지 않다. HMM은 2010년 이후 해운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빠지면서 경영 정상화를 하느라 직원들이 다른 업종에 비해 박한 대우를 받아 왔다. 수년간 희망퇴직 단행 등 구조조정을 했고 임금은 동결되거나 올라도 연 1~2% 인상에 머물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MM 임직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6250만원이었다. 팬오션, 고려해운 등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보다도 1000만~2000만원 정도 낮다.  
 
떠나는 사람은 갈수록 늘고 있다. 실제 지난 7월 세계 2위 선사 스위스 MSC가 진행한 한국인 선원 채용은 이틀 만에 마감됐다.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선사에서 일하는 한국 선원은 2179명이었지만, 지난 7월 말 기준 2800명으로 증가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MSC의 연봉은 1등 항해사 기준 HMM의 2.5배 수준”이라며 “남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인력난은 파업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선원이 없어서 배가 설 지경에 이른 만큼 노조를 중심으로 처우 개선을 요구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육·해상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를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임금 5.5% 인상에 격려금으로 월 급여의 100%를 제시했다. 국민 혈세로 불리는 정책금융이 투입된 만큼 임금 인상은 부담스럽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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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은 지난해 9809억원, 지난 1분기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실적 고공행진을 잇고 있지만, 여기에는 정책금융의 힘이 뒷받침됐다. 산업은행과 해양수산부 등 정부가 쏟은 정책금융 규모만 6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책금융 회수가 안 된 상황에서 노조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며 “실적은 좋아졌지만, 부채는 계속 늘고 있어 마냥 좋은 상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조, 임금 조정 실패 시 파업 여부 투표 예고

노조는 “참을 만큼 참았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HMM 육상 노조는 7월 3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해상 노조 역시 11일 쟁의조정 신청을 진행하기로 정했다. 이날 열린 2021년 임금 및 단체협상 4차 교섭에서 사측과 노조 모두 기존 안을 유지하며 합의가 결렬됐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에서 노사가 올해 임금 조정에 실패하면 노조는 조합원 찬반 투표로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일각에선 정부가 인력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시민단체 부산항을사랑하는모임은 11일 성명서를 내고 “1976년 창사 이후 한 차례도 파업하지 않았던 HMM 노조가 실제로 쟁의행위에 돌입하면 HMM 실적 타격은 물론, 물류 차질로 인한 중견·중소 수출기업들의 피해도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산업은행도, 정부도 HMM 수출 물류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원만한 타결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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