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치 영업이익’을 한 분기에···'서프라이즈' 금호석화
페놀유도체‧합성고무 등 전 사업 호조
하반기에도 분기 5000억~6000억원 영업이익 전망
지지부진 주가,탄소중립 요구 등 과제도 많아
금호석유화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일 경신하면서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석유화학업체들이 조 단위 영업손실을 기록한 지난해에 742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더니, 올해 상반기엔 2분기 연속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금호석유화학의 고공 실적의 비결은 위기에도 꾸준히 투자를 진행하는 등 ‘묵직한’ 경영 전략에 있다는 분석이다.
석유화학 전반적 호황 속에서 더욱 돋보이는 이유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상반기 성적표 중에서도 금호석유화학의 실적은 도드라졌다. 이 회사의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선 것이다. 2분기 연결기준으로 753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 종전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인 1분기 영업이익(6125억원)을 한 분기 만에 또다시 갈아치웠다.
석유화학업계에선 금호석유화학의 2분기 실적은 페놀유도체와 합성고무 사업이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금호석유화학의 2분기 페놀유도체의 영업이익은 3352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347억원)보다 9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1.2%에서 45.3%로 수직 상승했다. 산업 원료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페놀유도체는 비스페놀A(BPA), 에폭시, 아세톤 등이 주력 상품인데, 코팅, 접착제, 도료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두루 사용된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BPA와 에폭시 수요 호조로 페놀유도체의 수익성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합성고무 사업의 2분기 영업이익은 2929억원, 영업이익률은 35.5%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483억원)보다 506%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1.2%에서 3배 이상 높아졌다. 합성고무 실적은 NB라텍스의 견조한 수요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석유화학업계 등에 따르면 NB라텍스의 평균 수출 가격은 올해 1월 톤당 1900달러 수준에서 지난 4월 2000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들어 추가 상승은 없는 분위기지만, 당분간 견조한 수요가 유지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 안팎의 시각이다. 지난해 말 기준 NB라텍스 연간 생산량 64만 톤의 금호석유화학은 이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금호석유화학의 NB라텍스는 의료용 장갑뿐만 아니라 산업용이나 조리용 등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위생용품 등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NB라텍스 장갑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여기에 합성고무인 NB라텍스 장갑에서는 천연고무 라텍스 장갑 사용시 우려되는 피부 단백질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아 기존 장갑의 대체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위기에도 투자…금호석유화학의 ‘묵직한’ 경영 전략
실제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015년 이후 NB라텍스 연간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 회사의 NB라텍스 연간 생산량은 2015년말 20만 톤에서 2016년말 40만 톤으로 두 배 증가했으며, 2019년말에는 58만 톤까지 확대됐다. 올해말 7만 톤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생산량은 71만 톤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5월 NB라텍스 24만 톤 증설을 위해 256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빠르게 늘어나는 NB라텍스 수요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해당 투자로 2023년말 증설이 완료되면 연간 95만 톤의 NB라텍스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후 수요 상황에 따라 NB라텍스 47만 톤 증설 투자도 검토한다.
이 외에도 지난 2018년 금호피앤비화학 2대 주주(신닛테츠스미킨화학)의 보유 지분(21.8%)을 사들여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켰고, 올해 5월엔 금호폴리켐의 지분 50%를 공동 투자자인 JSR로부터 인수했다. 이른바 알짜 계열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물론 시장에선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하반기 실적이 상반기에 비해 다소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같은 전망 탓에 상반기 최대 실적에도 금호석유화학 주가가 만족할 정도로 반등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금호석유화학이 올해 하반기에도 분기 기준으로 5000억~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안정적인 실적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금호석유화학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요구 등 금호석유화학이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금호석유화학도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 소재 개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연간 120톤의 탄소나노튜브(CNT) 생산 능력을 보유 중인 금호석유화학은 전기자동차 시장 성장에 맞춰 이차전지용 CNT 제품을 개발해 관련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쌀겨에서 추출한 바이오 실리카(Bio-Silica)를 적용한 친환경 합성고무 제품 연구도 강화한다. 이른바 ‘꿈의 소재’로 불리는 CNT는 이차전지, 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된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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