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사다리 걷어차기 시작했다…주택정책 ‘월세 몰이’
주택담보대출 ‘금지’, 월세 대출은 ‘저리·무이자’
정부, 고강도 대출 규제로 주담대 틀어막아
주담대·전세대출 중단 기류, 2금융권으로 확산
직장인 신용대출 한도까지 ‘연봉 이내’로 제재
정부와 여당이 내년 예산안에 ‘청년 무이자 월세 대출’ 정책을 포함하기로 하면서 부동산 대책을 내 집 마련보다 ‘임대차’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을 중단시키고 전세자금대출마저 제한하고 있는 상황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도입 여파로 주택시장에선 매물이 급감하고 월세 거래가 증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동안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건수는 총 17만616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 거래는 6만1403건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의 34.9%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2019년 8월~2020년 7월) 월세 거래 비중(28.1%)에 비해 6.8%포인트가 증가한 수준이다.
청년 월세 무이자 대출 혜택, 연 20만원 수준
‘청년 무이자 월세 대출’은 청년 종합대책에 포함된 방안 중 하나다. 연 소득 5000만원 이하인 청년이 보증금 5000만원 이하, 월세 70만원 이하인 보증부 월셋집을 계약하면 월세 50만원 한도에서 무이자(20만원 이하분)나 연이율 1%(20만원 초과분)을 대출해준다는 것이다. 청년 나이 기준은 만 19~34세다. 이에 대해 주택 부족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전셋집마저 품귀 현상을 빚는 상황에서 청년을 위한 대책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실효성이 적고 임시 방편에 불과해 부동산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20·30대의 패닉바잉(panic buying·공포에 의한 사재기)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런 지적이 나오는 건 청년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매달 50만원씩 적금을 넣는다고 가정할 때 3% 기준 복리로 쌓이는 이자는 2년 동안 4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정부가 이 금액을 지원한다는 것은 월세살이하는 청년에게 매년 약 20만원을 지원한다는 뜻과 같다. 그런데 월 50만원 수준의 월세를 계약하면 2년 동안 1200만원을 내야 한다. 보증금으로 목돈을 묶어뒀다가 퇴거 시 한꺼번에 돌려받는 전세와는 차이가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물론 정부 지원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월세보다는 전세가 낫다”고 했다. 그는 “이자 4% 수준으로 전세 대출을 1억원을 받는다고 계산해도 2년 동안 800만원만 내면 되는데 40만원 이자 지원을 받자고 1000만원 넘는 월세를 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만 34세 이하 청년에게만 지원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국세청이 발간한 ‘2020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근로자 1인당 2019년 평균 급여액은 3744만원으로 집계됐다. 청년을 비롯해 40~50대 가장의 연봉도 5000만원을 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무이자 지원 정책을 청년에게만 주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매매·전세·신용대출 ‘잠금’…무주택자만 발 동동
정부가 강력한 대출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런 조치가 나온 터라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가 무주택자를 월세로 내모는 것 아니냐고 토로한다.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대출이 완전히 막히기 전에 웃돈을 주고라도 전세를 구해달라는 수요는 많은데, 매물이 없다”며 “정부가 제대로 된 주택 공급 시그널(신호)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추가 대출 규제를 예고하면서 금융권을 비롯한 무주택자와 전세 세입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현재보다 더 강력한 대출 규제를 예고한 바 있다. 고 후보자는 최근 주택 관련 대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 “그 원인 등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가계부채 급증 문제에 대해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해 추가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차주의 상환능력에 여신심사 중점을 둬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려주는 관행을 정립시켜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한도도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연봉 50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면 1억원까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금융감독원이 ‘연봉 이내’로 한도를 줄이라고 권고했다. 이에 카카오뱅크 등 일부 은행들이 마이너스 통장을 비롯한 신용대출 한도의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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