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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백신 판권 연쇄 이동 ‘희비 교차’…HK이노엔 ↑, GC녹십자 ↓

글로벌 제약사 백신 판권 만료 된 제약사 매출 감소 불가피
국산 백신 개발 필요성 높아져…자체 품목·신규 사업 확대 노력할 때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국민들의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위해 공급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제약사의 백신 국내 판권 조정이 이어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 제약사들은 자사 제품 확대와 주력 사업 강화 등을 통해 이번 공백을 메울만한 실적 개선에 한창이다.
 
가장 최근 이슈는 글로벌 제약사의 독감 백신 판권 조정이다. 광동제약은 판권 조정을 마무리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지난 24일 4가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플루아릭스 테트라(Fluarix Tetra)’의 새로운 파트너사로 광동제약을 선정하고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GSK 독감백신 파트너 광동제약으로 교체  

2014년 국내 최초 4가 독감 백신으로 승인받은 플루아릭스 테트라의 국내 판매 및 유통은 2015년부터 4년간 유한양행이 맡았다. GC녹십자가 이를 넘겨받아 2019년과 2020년 공동판매를 진행했다. 지난해 플루아릭스 테트라의 국내 매출은 136억원이었다. 이번 광동제약의 공동판매 계약의 불똥이 튄 곳은 직전 판매사인 GC녹십자가 아닌 SK바이오사이언스다.
 
당초 GSK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플루아릭스 테트라 공동 판매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면서 스카이셀플루라는 자체 독감 백신 생산라인을 일시 중단했다”며 “지난해까지 자체 독감 백신을 생산·판매하고 있어서 다른 회사의 독감 백신을 판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올해 이를 일시 중단하면서 글로벌 제약사와 다른 백신에 관한 판매 논의가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계약을 체결했던 게 파기되거나 판권이 넘어간 것이 아닌 계약 가능성을 두고 논의한 과정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GSK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1월 주요 백신 5종에 대한 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원래 유한양행이 가지고 있던 국내 판권이다. 지난해 11월 HK이노엔에 머크(MSD) 백신 4종에 대한 판권을 빼앗겨 타격이 우려됐지만, GSK 백신 5종 판권 덕에 어느 정도 공백을 메운 셈이다. 의약품 통계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MSD 백신 4종의 지난 1년간(2019년 4분기~2020년 3분기) 매출은 314억원, GSK 백신 5종은 262억원 규모다. 이에 관련 백신 매출이 전년 대비 5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부담은 크지 않다. 올해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으로 인한 실적이 워낙 상승세다.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보다 329% 늘어난 2573억이며 영업이익은 96억 적자에서 119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GSK 백신 5종 판권을 잃은 유한양행은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판권 이동은 어느 정도 예측이 되는 상황이다. 이를 커버하기 위한 측면보다는 기존 사업군과 앞으로 성장시켜야 할 것을 지속해서 추진하면서 큰 무리 없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롭게 공동마케팅을 하는 것도 있고, 자체 개발 개량 신약이라든지 일반의약품(OTC) 사업 확대, 프로바이오틱스 같은 신규 사업군 등을 통해 코로나 때문에 큰 폭은 아니지만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백신 판권이동 최대 수혜자 HK이노엔  

글로벌 제약사 백신 판권 이동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곳은 HK이노엔이다. 지난해 11월 MSD와 백신 7종에 대한 공동판매·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에 GC녹십자(3종)와 SK바이오사이언스(4종)로 나뉘어있던 판권을 차지한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글로벌 제약사 백신 판권이 전무했던 HK이노엔은 올해 백신 관련 매출이 크게 오를 전망이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MSD 백신 7종의 최근 1년간(2019년 4분기~2020년 3분기) 매출은 1415억원이다.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추가 매출이 기대된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제품 포트폴리오·인력구성·내부역량 및 파트너십을 통한 양사 성장 전망이 계약 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MSD백신 도입에 따른 영업 커버리지가 확대되면서 백신 7종뿐만 아니라 이노엔의 타제품 매출성장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MSD백신 코프로모션뿐만 아니라 백신 자체개발도 진행하는 등 백신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백신 판권 이동으로 가장 아쉽게 된 곳은 GC녹십자다. 지난해 MSD 백신 3종에 이어 최근 플루아릭스 테트라 판권까지 연달아 뺏기게 됐기 때문이다. MSD 백신 3종의 연간 매출 규모만 약 1100억원에 이른다. GC녹십자는 외부 도입 백신의 계약 종료로 인한 공백을 백신 해외사업과 국내 처방의약품 매출 확장을 통해 상쇄하고 있다. 
 
실제 올해 2분기 주력 백신 사업 해외 매출은 6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3% 상승했다. 국내 처방의약품의 경우 자체 개발 품목인 다비듀오와 뉴라펙 등이 강세를 보여 매출이 24.5% 증가했다. 희귀질환 치료제 헌터라제 분기 매출은 110억원으로 18.4% 늘었다. 이러한 실적에 힘입어 GC녹십자는 올해 2분기 매출은 3876억원으로 7.7% 성장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운임비와 광고비 등 일시적인 비용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28.8% 감소한 111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3분기부터 독감백신이 북반구 성수기”라며 “기존 파이프라인들이 마진도 나쁘지 않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기존 사업의 강점을 살리고 백신 등 사업의 시장 확대 측면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하지만 판권계약이 만료되면 해당 백신 관련 매출 감소는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국내 제약사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백신을 늘려 국산 백신 점유율을 높여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또한 당장 판권 획득을 통한 외형성장도 중요하겠지만 자사 제품의 경쟁력 확대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 등의 도입상품이 매출은 크지만 얻을 수 있는 영업이익은 그리 크지 않다”며 “영업이익은 기존 사업의 마진율이 높기 때문에 자체 품목들이 성장하고 있어 충분히 상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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