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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학과·버섯학과를 아시나요?”...창업 대신 ‘창농’하는 20대

30대 이하 귀농 인구 증가 추세
농어업인 전문 교육기관 ‘국립한국농수산대학’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지원제도 필요

 
 
지난해 귀농한 30대 이하 청년 수는 역대 최대인 1370명을 기록했다. [사진 국립한국농수산대학]
 
# 군대 전역을 앞두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20대 청년 김은태씨는 가족과 함께 귀농을 결정했다. 당시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 공부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상태라 과감하게 대학을 자퇴했다. 김씨는 농사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전혀 없었던 상태였지만 평소 귀농에 뜻이 있었던터라 ‘청년농업인’이 되는 그 첫 단추로 한국농수산대학교 채소학과 입학했다. 그곳에서 기초교육과 다년간의 실습을 거쳐 지금은 연매출 2억5000만원에 달하는 토마토농장의 대표가 됐다.
 
도시에서의 삶에 지친 청년들이 농업과 농촌에 관심을 가지면서 2020년 귀농한 30대 이하 청년 수는 2019년보다 약 13% 늘어난 1370명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불황이 이어지자 타 세대에 비해 농업의 발전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계청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한 가구도 역대 최대치인 35만7694가구를 기록했다. 귀농이 1만2489가구, 귀촌이 34만5205가구다. 귀농가구는 농촌지역으로 이사해 농사를 짓는 사람, 귀촌가구는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위원은 “젊은 세대가 도시를 떠나도록 만드는 압력 때문에 청년 귀농인이 소폭 증가하는 추세”라며 “청년 귀농인을 지원해주는 정부 지원책도 마련되어 있어 농사를 직업으로 삼는 청년이 느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농사짓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청년들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장실습 위주의 청년농업인 양성기관, 국립한국농수산대학 

국립한국농수산대학 전경. [사진 국립한국농수산대학]
 
30대 이하 귀농인구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교육하고, 전문농업인으로 양성하는 전문학교가 있다. 농어업인을 양성하는 대표 교육기관 국립한국농수산대학(이하 한농대)이다. 1997년 문을 연 한농대는 농업인, 어업인을 육성하는 3년제 전문대학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소속으로 입학금·수업료·기숙사비·식비 등을 모두 국가에서 지원 받는다. 대신 졸업한 후 6년 동안 의무적으로 농수산업 분야에 종사해야 한다. 학교 측에 따르면 졸업생 가구 연평균 소득은 9000만원이고, 취업률은 지난해 기준 84.4%에 이른다. 
 
농어업인 양성 전문 교육기관인 만큼 학과도 다양하다. 작물·산림학부, 원예학부, 축산학부, 농수산융합학부 총 4개의 학부가 있고 각 학부에서 세부전공으로 나눠진다. 학부별 대표 학과를 보면 버섯학과, 채소학과, 한우학과, 농수산비즈니스학과, 산업곤충학과 등이 있다. 한농대 학생들은 졸업 후 창업농을 하거나 영농조합, 관련 회사에 취농하게 된다.  
 
토마토농장 대표 김은태씨도 한농대 채소학과를 졸업한 후 충남 부여에 자리를 잡고 토마토 재배를 시작했다. 농사 경험이 전혀 없었던 김 대표는 “당시 가업을 이어서 하는 승계농에 비해 학교 적응과 졸업 후의 진로에 고민이 많았지만 학교에서 농사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배웠고, 무엇보다도 실습 위주의 수업 커리큘럼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국립한국농수산대학 채소학과를 졸업해 토마토농장 대표가 된 김은태씨. [사진 국립한국농수산대학]
 
한농대는 2학년을 대상으로 300여개의 선진 농·어장에서 현장교수에게 지식과 기술을 전수 받는 현장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네덜란드, 일본 등 해외 실습장에서도 현장실습이 진행되고 있다. 김 대표는 “하와이 토마토농장에서 현장실습을 했던 것이 졸업 후 농장을 조성할 당시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또 “유기농 토마토와 피클오이를 재배하는 농장에서 진행된 실습을 통해 접한 첨단 스마트팜 온실이 지금의 목표를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한농대는 ‘전공심화과정’을 통해 많은 예비청년농업인들에게 학사과정보다 전문적인 농어업 관련 지식도 제공하고 있다. 전공심화과정은 한농대가 운영하고 있는 일종의 농업 MBA 과정으로 실무와 연계된 경영 지식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과정이다. ‘경영’ 중심의 교욕이 진행되기 때문에 실제 농장 운영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와 토론이 이뤄진다. 대표적인 사과 산지 경상북도 문경에서 2만평에 달하는 사과 농장을 운영하며 연 매출 5억원을 달성하고 있는 안세근 대표도 이 전공심화과정 덕을 많이 봤다고 전했다.  
 
경상북도 문경에서 2만평에 달하는 사과 농장을 운영하며 연 매출 5억원을 올리고 있는 안세근 대표. [사진 국립한국농수산대학]
 
한농대는 김은태 대표처럼 영농기반이 없는 학생들도 영농의지만 있다면 도전할 수 있는 입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도시 인재를 적극 유치하고자 2022학년도부터 영농기반을 반영하지 않는 특별전형 비율을 현행 37%에서 48%까지 높였다. 2023학년도 54%, 2024학년도엔 60%까지 높일 계획이다. 또 지원자의 영농의지를 볼 수 있는 면접 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등 영농의지 중심의 입시제도로 개선하고 있다. 2022학년도 한농대 신입생 모집 원서접수 기간은 9월 10일부터 10월 4일까지 진행된다.     

 

‘3無 청년농업인’이 되지 않도록 정부 지원 필요

그러나 청년농업인 지원책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위원은 “귀농한 청년들은 요즘 ‘3無 농업인’이라 불린다”며 “농업기술, 자금, 농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농업 자금과 관련해서는 현재 정부가 귀농을 선택한 청년신규취농자 1800여명에게 3년간 한 달에 100만원씩 생활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김 위원의 설명이다.
 
김 위원은 “청년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농지가 필요한데 통상 지주에게 땅을 직접 빌려야 하는 농촌 관례를 따르기엔 청년농업인들의 인적 네트워크 부족한데다 기존 농업인보다 신뢰도가 낮다 보니 지주들이 땅을 쉽게 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논농사로 연매출 4000만원 이상을 벌기 위해서는 2만평 정도의 농지가 필요한데, 농지가가 평당 10만원 이상으로 약 20억원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1000~2000평 정도의 밭농사도 최대 1억원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은 “정부의 지원책이 확대됨에 따라 청년농업인이 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면서도 “농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정부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채영 인턴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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