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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권리 찾기 나선 메디톡스…8년 기다린 미국 진출 ‘안개 속’

미국 파트너 애브비로부터 신경독소 후보 제품 권리 반환
국내 여러 제품 품목허가 취소상황 이어 미국승인 여부 불투명
IP 보호 위해 세계적 로펌 선임…또 다른 균주 소송전 예고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메디톡스 빌딩[연합뉴스]
 
 
세계적인 로펌을 선임하고 지적재산권(IP)보호 강화에 나선 메디톡스가 해외사업 리스크에 휩싸였다. 최근 앨러간(현 애브비 계열사)으로부터 신경독소후보 제품(MT10109L)의 권리반환과 함께 계약이 종료돼서다. 제품 기술수출을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노렸지만 끝내 물거품이 됐다.
 
메디톡스는 “기수령한 계약금(USD 65m) 및 마일스톤(개발 마일스톤 총 USD 35m)은 반환하지 않는다”며 “해당 제품에 대한 개발과 허가, 상업화 등 모든 권리는 메디톡스가 갖게 된다”고 9월 8일 공시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3년 앨러간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메디톡스의 신경독소후보 제품들을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 국가에서 개발하고 상업화하는 독점권을 부여한 바 있다. 계약 규모는 마일스톤을 포함해 3억6200만달러(한화 약 3900억원)로 당시 국내 바이오 분야 기술 수출 사례 중 최대 금액이었다.
 

잇단 국내 보톡스 제품 취소 위기…미국 진출 오리무중  

 
애브비는 MT10109L의 미국 임상 3상을 지난 1월 마친 상황이다. 메디톡스는 MT10109L의 미국 진출로 국내에서의 전 품목 허가취소 위기를 극복할 계획이었다. 현재 메디톡스는 국내에서 보툴리눔톡신 6개 제품 모두가 허가취소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해 6월 이후 메디톡신 50·100·150·200단위와 코어톡스, 이노톡스에 연이어 판매정지·허가취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애브비의 MT10109L의 권리반환과 관련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보툴리툼 톡신 허가취소가 애브비의 MT10109L의 권리반환과 관련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웅제약이 이 물질의 자료 조작을 주장하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조사를 요청하자, 애브비가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추측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5월 FDA에 메디톡스가 생산하는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자료조작에 대한 조사요청서를 제출했다. 메디톡스가 식약처로부터 이노톡스의 데이터 안정성 자료 조작과 관련해 품목 허가 취소를 당한 만큼, FDA에 제출한 허가자료에도 똑같이 조작이 있었는지 확인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메디톡스가 미국에 수출하기로 한 MT10109L이 이노톡스와 같은 제품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는 MT10109L은 신제형 보툴리눔톡신 제제로 이노톡스와는 명백히 다른 의약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초에 앨러간이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제품 개발에 소홀히 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메디톡스는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국내 보톡스 업체 중에 가장 빨리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임상 속도는 더딘 상황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후발주자인 대웅제약은 먼저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2013년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 개발 이후 에볼루스와 미국, 유럽 등 지역에 독점 공급 계약을 맺었다. 에볼루스는 앨러간 출신 연구자들이 설립한 회사다. 이후 2016년 4월 임상 3상 결과를 발표, 2019년 나보타 제품에 대해 FDA 승인을 획득,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미국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메디톡스는 앨러간과 손잡고 지난 2019년 2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기술문서를 절취했다며 대웅제약과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3자 합의 이끌며 경영재개 나섰지만 IP 소송전 계속될 듯  

 
이후 ITC는 지난 2020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의 미국 수입을 21개월 동안 금지하고, 에볼루스의 미국 내 나보타 판매도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대웅제약은 항소 의지를 비쳤다. 하지만 이후 미국 내 판매 권한을 가진 에볼루스가 ITC 결정을 근거로 대웅제약을 빼고 메디톡스, 앨러간과 3자 합의에 나섰다.
 
메디톡스는 균주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처럼 보였다. 경영 재개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입장이었다. 올해 초 에볼루스는 메디톡스에 합의금과 미국 내 나보타 매출 일부를 로열티로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해서다. 이어 메디톡스는 에볼루스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난 9월 7일 에볼루스의 기존 최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메디톡스는 에볼루스의 최대주주까지 올라섰다. 
 
메디톡스가 에볼루스의 최대주주가 됐지만 에볼루스를 통해  미국 보톡스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웅제약 역시 ‘메디톡스 제품의 에볼루스 판매 가능성’이 언급된 증권업계 보고서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대웅제약 측은 “에볼루스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포함한 어떠한 경쟁품도 취급이 불가능하다”며 “메디톡스의 에볼루스 지분율 또한 계약에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애브비의 이번 MT10109L의 권리반환을 두고 임상이 실패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메디톡스 측은 개발 자체가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승인신청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메디톡스는 권리 반환된 MT10109L의 미국 승인신청 여부를 조만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임상 3상 투약까지 완료된 상태로 임상데이터를 다 받을 것”이라며 “미국이나 글로벌 진출을 위해 새 파트너를 구할지 직접 할지 여러 가지 사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3자 합의로 길고 긴 보톡스 균주분쟁이 마무리 돼 가는 듯 보였지만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IP 보호를 위해 또 다른 소송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메디톡스는 세계적인 로펌 ‘퀸 엠마뉴엘’을 선임했다. 퀸 엠마뉴엘은 “메디톡스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해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한 활동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퀸 엠마뉴엘은 세계적 대기업이 상대측 변호사로 마주치기 꺼려하는 로펌으로도 유명하다. 메디톡스의 첫 소송 타깃으로 국내 보톡스 시잠 점유율 1위 기업인 휴젤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정기업이 아닌 모든 기업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한만큼 국내 보톡스 업체를 향한 칼날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출시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대웅제약, 휴젤, 휴온스, 종근당,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 파마리서치 등이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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