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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노동도 기계로 대체되는 시대?...AI에이전트와의 불편한 동행 [한세희 테크&라이프]

지시 없이도 스스로 행동하는 시스템, AI 에이전트
일하는 방식부터 인력까지 대체하는 미래 다가와

똑똑한 AI 대리인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사진 챗GPT]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얼마 전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서울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AI) 행사에 키노트 연설자로 무대에 섰고, 모처럼 온 김에(?) 국내 주요 기업과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나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보통 이런 국내 행사에 오는 글로벌 기업 셀럽 CEO의 키노트는 거룩하되 새롭지 않은 말씀으로 가득 찬 경우가 많다. 기자 입장에선 내용 자체는 큰 가치가 없지만, 말하는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니 어쨌든 써야 하는 그런 기사를 쓰는 자리다. 

이번 행사가 재밌었던 점은 나델라 CEO의 키노트에서 실제로 새로운 소식이 발표되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구독 기반 오피스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365’에 추론 AI 기반의 에이전트 2종이 새로 추가된다는 뉴스를 나델라 CEO가 직접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고 있는 오픈AI의 추론 모델 GPT-o3와 심층 검색 기능을 통합한 ‘리서처’ 에이전트는 이름 그대로 신사업 전략이나 고객 분석 보고서 같은 업무용 보고서를 대신 작성해 준다. ‘애널리스트’는 회사의 엑셀 파일이나 고객관리시스템(CRM) 등에 흩어져 있는 방대하고 잡다한 데이터 사이에서 패턴을 찾고 인사이트를 도출한다. 매출 트렌드나 수요 예측 등이 가능하다. 해외 매체들도 나델라 CEO의 한국 키노트 시간에 맞춰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생성형 AI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사진 AP=연합뉴스]

나를 대신하는 비서, AI 에이전트

AI 에이전트는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행동하는 AI 시스템을 말한다. 주어진 프롬프트에 따라 결과를 내는데 그치지 않고, 목표를 이루는데 필요한 작업을 파악하고 자동으로 실행한다. 여행 계획을 짜 달라고 요청하면 여행 기간과 예산, 원하는 분위기나 활동 등에 맞춰 동선을 짜고 비행기와 호텔도 예약해 주는 식이다. 말 그대로 대리인, 또는 비서인 셈이다. 

에이전트는 현재 AI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분야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코파일럿’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이 하던 여러가지 일을 돕거나 대신할 AI 서비스를 계속 내놓고 있다. 

리서처와 애널리스트 발표 전날,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이버 보안 업무를 자동화하는 보안 분야 에이전트 6종도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한 회사에서만 하루에 84조 건의 보안 위협 신호를 처리할 정도로 전반적인 해킹 공격의 규모는 크다. 정보보호 담당자는 24시간 내내 쏟아지는 트래픽을 모니터링하고, 위협 요소를 골라내고, 적절한 대응을 판단해야 하며, 악성 코드는 분석해 공유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을 제한된 정보보호 인력으로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다. 

보안 솔루션이 감지한 악성 코드를 AI가 분석해 구조를 파악하고, 주요 특징을 보고서로 정리한 후 이메일을 작성해 관계자와 공유하는 과정을 AI 에이전트가 자동화할 수 있다. 부적절한 시스템 침입 시도 중 진짜 심각한 위협을 골라내는 과정을 AI로 자동화해 보안 인력의 일손을 덜 수도 있다. 

이 기능을 설명하던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의 말 중 한 마디가 내 마음을 건드렸다. AI가 “중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정도의 악성 코드 분석 능력을 갖고 있다”는 말이었다. 새로 발견되는 말웨어를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정보보호 담당자, 특히 어느 정도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력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이 일이 상당 부분 AI에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보보호 분야만의 일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 365의 리서처나 애널리스트 에이전트가 회사가 홍보하는 대로 작동만 한다면 조직에서 전략기획이나 신사업, 마케팅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인력에 대한 수요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원하는 내용을 제시하면 방대한 사내외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 라면 끓일 정도의 시간에 심도 있는 보고서를 만드는 AI를 당할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지식 노동, 기계에 대체되다…조직도, 사람도 바뀐다
이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사이에선 AI 때문에 신규 채용이 줄어들고 있다는 불길한 웅성거림이 퍼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코드 공유 사이트 깃허브에 코딩을 돕는 코파일럿 기능을 추가하고, 생성형 AI가 내장돼 코딩 작업 능률을 높여주는 ‘커서’ 같은 코드 편집기가 개발자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것과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런 일련의 현상이 보여주는 것은 통념과 달리 어쩌면 지식은 가장 대체되기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기계가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대신하거나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주로 쓰이던 시기를 지나 이제 지적으로 힘든 일을 대신하는 세상이 왔다. 조만간 우리로 하여금 지능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 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하는 방식도 바뀔 것이다. 기업의 인재 채용 및 활용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현재 기업은 지식을 갖고 지식을 만들어내는 인력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그것이 가장 귀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조사하여 데이터를 만들고, 전략을 그려 기획을 짜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실행하는 사람들을 찾았다. 그런데 AI가 그런 인력의 수요를 떨어뜨리고 있다. 법률 AI가 신입 변호사를 밀어내는 판국이다. 지식 기반 업무는 필요하지만, 이를 담당할 사람의 숫자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기업은 소수 핵심 인력이 AI를 활용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개편될 지도 모른다. 개인 입장에선 AI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 AI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 돼야 할 것이다. 창의력, 감성적 소통, 유머, 엉뚱한 도전, 얽매이지 않는 관점, 왕성한 학습 능력 등이 각광받을 것이다. 이런 특질을 업무 지식과 결합하면 AI의 활동을 감독하며 가치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이미 시장에 들어와 있는 사람에게나 가능한 해결책일 수 있다. 아직 시장에 들어서지 못한 미래 세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중급 전문가 이상의 역량을 가진 AI를 따라잡을 실력을 쌓을 기회를 가져보지 못한 사람들은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할 것인가? 모든 일을 AI가 대리해 주는 세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직접 일을 해볼 의지와 그런 의지를 실행할 기회를 줄 환경을 만드는 일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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