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롤러코스터’ 탄다”…조증과 울증 사이 ‘양극성 장애’ [이코노 헬스]
조증 삽화 정도에 따라 I형·II형 구분
가족·친구·연인 등 주변 도움 필요해

양극성 장애는 기분 장애의 일종이다. 과거에 조울증(Manic-Depressive Illness)으로 불렸다. 조증(Mania) 삽화와 울증(Depression) 삽화가 번갈아 나타난다는 점에서 붙은 이름이다. 삽화는 정상적이지 않은 기분이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조증은 흥미·즐거움·자신감 등이 정상보다 지나친 상태다. 조증이 나타나면 말이 많아지다 못해 횡설수설하거나, 행동이 부산스러워진다. 또 무모해지거나 옷차림이 화려해지고 과소비를 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증상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면 경조증(Hypomania)이라고 칭한다. 가벼운 조증이라는 뜻이다.
반면 흥미·즐거움·자신감 등이 정상보다 부족한 상태는 울증이라고 한다. 울증 삽화는 일반적인 우울증 증상과 비슷하다. 울증이 나타나면 일상 전반에서 의욕을 잃어버리고 과거에 늘 해왔던 일이 힘겹게 느껴질 수 있다. 사고 속도가 느려지거나, 기억력·이해력·판단력 등이 감퇴하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양극성 장애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조증·울증 삽화 간 상대 빈도, 증상의 세기 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조증 삽화가 얼마나 심한지에 따라 양극성 장애를 분류한다. 조증이 울증과 번갈아 나타나면 I형, 경조증이 울증과 번갈아 나타나면 II형이다.
하지만 I형과 II형을 나누는 것만으로 양극성 장애를 구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실제 삽화 특징, 장기적인 경과의 특성 등에 따라 세분 양상을 나누기도 한다. 먼저 주기에 따라 양극성 장애가 달리 나타날 수 있다. 특정 계절에 유독 조증·울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계절성 양상이다. 40대 A씨는 이런 이유로 봄을 두려워했다. A씨는 “땅이 녹을 때쯤 문제가 생긴다”라며 걱정을 털어놨다. 봄이 되면 이상하게 기분이 들떴기 때문이다. A씨는 봄이면 말을 멈출 수가 없어 쉴 틈 없이 계속 이야기를 떠벌리고, 고양감에 자신이 마치 초능력자가 된 듯 착각하기도 하는 증세가 나타났다.
A씨는 이 시기 과소비하거나 일을 과하게 하는 모습도 보였다. 충동을 이기지 못한 탓이다. 일을 벌이고 씀씀이를 키우면서 경제적 손실이 커지고, 수면시간을 줄여가면서 일을 하니 몸에 피로가 쌓여 힘들었다. A씨는 봄만 되면 사람들과의 관계도 안 좋아진다고 말했다. A씨는 “매년 봄이면 지인들과 마찰이 생겨 인간관계가 좁아진다”며 “봄이 지나면 빈 지갑과 사라진 친구들에게 ‘내가 무슨 일을 한 걸까’라는 자괴감이 든다”라고 토로했다.
양극성 장애는 조증과 울증 사이의 순환 주기가 매우 빠른 양상으로도 나타난다. 이는 급속순환형(Rapid Cycling Type) 양극성 장애라고 한다. 20대 B씨가 그랬다. B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오락가락한다”라고 했다. 기분이 좋을 때는 시끄러운 장소에서 공부해도 몰입이 잘 되는데, 기분이 나쁠 때는 매사에 짜증이 나고 작은 일로도 눈물이 난다는 설명이었다. 감정 기복 탓에 매일 연인과 다투고, 다툼 탓에 다시 기분이 나빠지는 악순환도 발생했다.
양극성 장애, 다른 질환과 혼동 주의
양극성 장애는 경과와 증상이 어떤지와 별개로 진단할 때 다른 질병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양극성 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 10명 중 6명은 조증 삽화로, 3~4명은 울증 삽화로 양극성 장애 증상이 시작된다. 환자의 첫 삽화가 무엇이냐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를 수 있어 적절하게 치료받기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울증 삽화로 시작한 환자는 이후 조증 삽화가 나타나면 그때부터 양극성 장애 치료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양극성 장애 II형으로 경조증 삽화가 먼저 나타났다면 제때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
통상 조증 삽화가 울증 삽화보다 주변 사람이 포착하기 쉽다는 점도 치료를 어렵게 한다. 양극성 장애 환자가 가족이라면, 가족들은 울증보다 조증 증상을 힘들어한다. 실제 조증 삽화가 발생한 이후 가족에 의해 병원을 찾는 양극성 장애 환자가 많다. 하지만 환자 본인은 통상 우울 증상을 더 고통스러워한다. 문제는 울증 삽화가 나타난 환자는 무기력증으로 인해 병원을 스스로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양극성 장애가 있는 이들의 평생 유병률은 1~2% 수준이다. 발병 시기는 대체로 20대 초반이다. 병의 기전이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뇌 속 신경전달물질이 과도하거나 부족한 경우 양극성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리튬을 비롯해 약물 치료에 쓰이는 기분조절약물은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른 병들이 으레 그렇듯 스트레스도 양극성 장애를 촉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B씨의 경우 취업 준비 과정에서 생긴 스트레스가 양극성 장애 증상을 키웠다.
양극성 장애의 재발을 막으려면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증상이 잦아들었다고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안 된다. 약물 치료를 받는 동시에 환자 자신도 규칙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증상이 재발했을 때 환자보다 주변 사람이 문제를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다.
A씨의 증세를 완화시키는데 배우자의 역할이 컸다. A씨가 평소와 같지 않음을 포착한 사람도 A씨가 병원을 찾게 한 사람도 그의 배우자였다. B씨도 연인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이어갔다. 환자가 치료를 꾸준히 받는 데 주변 사람이 도움이 된 것이다. B씨는 “병원에 가기 귀찮을 때마다 연인이 자신을 병원으로 이끈다”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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