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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상징'에서 '탐욕의 상징'으로…카카오‧네이버 독점 논쟁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플랫폼 때리기'에 위기 맞은 카카오와 네이버
공존이라는 열쇠로 독점 아닌 상생 꾀할 때

 
 
15일 정의당 심상정 경선 후보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재벌개혁’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공약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고 혁신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중앙포토]
 
카카오와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한 반기업 정서가 확대일로에 있다. 정부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칼을 갈고 있었던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류가 갑작스레 급물살을 탄 것은 정치권의 급속한 움직임이 연이어진 것이 발단이다.  
 
9월 7일 여당 내 플랫폼 대기업 관련 법안을 추진 중인 ‘을지로위원회’를 주도하는 송갑석. 이동수 민주당 의원이 아예 ‘카카오’라는 특정 기업 이름을 집어넣은 토론회를 공개적으로 개최했다.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보호 대책 토론회’란 긴 명칭의 토론회가 열리면서 본격화했다. 이때 토론자들은 “혁신과 성장 상징이었던 카카오가 소상공인에게 높은 수수료를, 국민에게는 비싼 이용료를 청구하며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이 토론회 축사에서 민주당 대표는 “카카오가 공정과 상생을 무시하고 이윤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며 이들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다음날 같은 당의 원내대표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입점 업체에 대한 지위 남용과 골목 시장 진출, 서비스 가격 인상 시도까지 카카오의 행보 하나하나가 큰 우려를 낳고 있다”며 “민주당은 이러한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비슷한 시기에 금융위원회도 칼을 빼 들었다. 지금까지 플랫폼 금융사(카카오페이, 네이버 파이낸셜)들이 앞으로 카카오페이나 네이버 파이낸셜이 소비자 맞춤형 상품을 비교, 추천하려면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이 그동안 금융상품을 ‘광고’하는 것이라며 규제를 피해가던 금융플랫폼에 규제를 들이댄 것이다. 하루 만에 해당 상품들은 앱에서 사라졌다.  
 
여기에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거들었다. “수수료, 광고료, 부가서비스, 판매가격, 거래 조건 등을 강요하는 횡포에 소상공인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면서 소상공인의 단체 결성권과 협상권을 보장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여당은 지난달 말 세계최초로 통과시킨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안이 통과된 후, 걱정했던 것보다 우호적인 여론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더욱 자신있게 법안을 밀어 부치는 모습이고, 야당도 특별히 반대하는 기류가 없어 보인다. 코로나 19의 최대 피해자인 중소 상공인들이 힘들어 하고 있는 와중에 ‘플랫폼 때리기’에 대한 반대는 곧, 울고 싶은 중소 상공인들의 뺨을 앞장서서 때리는 모양새로 보여지기 십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같은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동시다발적인 경고성 발언과 행동이 계속 되자, 주식시장에서는 불과 이틀 만에 두 회사 시가총액 20조원이 증발됐다. 여기저기서 기업의 폐해를 지적하는 소리도 갑자기 높아지고 있고 특히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던, 카카오에 대한 비판이 더 거세게 일고 있다. 글로벌 환경도 플랫폼에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본고장인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에 이어, 최근에는 중국이 국가 안보까지 연결해 더 강도 높게 규제하고 있다.  
 

플랫폼 규제의 숨은 이유

카카오가 사업을 확장하면서 현재 계열사 118개를 운영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내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권이 과거처럼 혁신기업을 두둔하는 모양새는 ‘득’보다는 확실히 ‘실’이 많은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플랫폼 브랜드들은 당분간 허허벌판에 벌거벗겨진 채 각자도생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으로 보인다. 혁신의 상징이었던 한국 대표적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가 순식간에 ‘탐욕의 상징으로 변한 느낌이다. 이른바 ‘테크래시’(tech-lash:빅태크의 성장과 영향력에 대한 광범위하고 강한 반감 현상)가 실감 난다. 플랫폼 브랜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사실 플랫폼의 폐해가 지적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도 플랫폼에 대해 규제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는데, 대체로 4가지 이유로 집약된다. 우선 플랫폼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견제다. 미국 플랫폼 기업이 오늘날 인터넷 트래픽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페이스북은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25%를 차지하고 있고 구글은 4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2020년 12월 구글 서비스 장애로 구글 서비스 10여종이 먹통이 된 적이 있다. 1시간 장애로 구글 미트와 구글 클래스룸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들은 휴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뉴욕타임즈도 기사 송고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전화로 기사를 송고하며 생산성이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전 세계 인터넷 접속량은 무려 40%가 감소했다고 한다. 이 정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에 빅테크 서비스는 이제 단순히 민간차원의 서비스라기보다 공적 영역에 가까운 서비스가 되어 가고 있고 각국 정부는 그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각종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빅테크 기업 권력화다. 기업이 어마어마한 인터넷상의 이용자 흔적을 빅데이터로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빅데이터 양과 질은 정부를 능가한다. 전 세계 검색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구글은 마음만 먹으면 이용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 수 있다. 지금은 그것을 광고를 노출하기 위한 알고리즘에 이용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권력화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페이스북 역시 사용자가 올리는 글과 동영상, 사진. 팔로워들의 댓글을 활용해 사용자에 관한 정보를 얻고 이를 광고에 활용한다. 중국의 텐센트와 알리바바, 디디추싱 등이 가지고 있는 빅데이터 역시 중국 정부를 두렵게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최근 이들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통제권 밖에 있는 인터넷 기업들을 통제권 안에 들어오도록 만드는 사회주의식 조치라는 것이 설득력 있는 지적을 하기도 하다.  
 
세 번째는 우리나라 네이버와 카카오를 흔들고 있는 ‘독점’의 이슈다. 플랫폼 본원적 특성인 ‘승자독식’의 사례는 미국의 아마존이 가장 대표적으로 꼽힌다. ‘아마존 당한다’(to beAmazoned)라는 신조어가 있다. 비즈니스 영역파괴와 독점의 사회적 현상을 비튼 말로, 아마존이 진출하는 영역마다 기존 오프라인의 강자들을 망하게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 요즘에는 골목상권을 망하게 하는 원흉으로 카카오가 지목되며 ‘카카오 당했다’라는 말로 우리나라에서는 바뀌어 사용되고 있다.  
 
거기에 전자상거래의 ‘갑’인 이들 플랫폼이 독점 우월적 지위를 이용, 입점사들인 중소 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지목받으면서 독점 이슈는 우리나라 플랫폼 규제의 대표적 이유가 되고 있다.  
 
네 번째는 조세 회피다. 플랫폼 기업은 인터넷 서버를 기반으로 무형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물리적으로 로컬에 법적인 사업장이 없어도 서비스할 수 있다. 우리나라 플랫폼은 해당이 안 되지만, 이를 이용해 미국 플랫폼이 조세 회피처에 서류상 회사를 세우고 매출이 일어난 지역에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 구조로 운영해온 사례가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이 미국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끊임없이 규제를 해온 부분으로 얼마 전 G20재무장관 회의에서 미국과 합의를 이뤄 이른바 ‘디지털세’라는 것이 만들어진 이유다.
 

생태계가 공감하는 가치 제공 

2019년 카카오 택시 운영 방침에 반대하는 택시업계. [사진 연합뉴스]
 
카카오와 네이버는 물론이고 이번 논쟁으로 인해 주요 플랫폼 기업은 사업 위축은 물론, 무엇보다 브랜드 가치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 혁명시대 한국 혁신 기업의 상징이었던 두 기업이 하루아침에 탐욕의 상징으로 전락했으니 말이다. 특히 정치권의 직격탄을 맞아 논란의 중심에 선 카카오는 일부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 하고 있고 상생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의 대표적 플랫폼 브랜드의 최대의 위기를 불러온 이유은 무엇인지 카카오를 중심으로 브랜드 차원에서 살펴보자.
 
우선 카카오가 공존의 시대정신을 읽지 못한 부분을 지적하고 싶다. 최근 일고 있는 ESG경영은 단순히 새마을 운동과 같은 구호가 아니라 문화인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성공적 상장으로 카카오그룹은 국내 주식시장 5위에 들 정도로 자산가치가 급속하게 성장했다. 이런 카카오 같은 기업이라면, 더구나 주로 내수시장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브랜드라면 사회의 흐름과 문화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카카오는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다양한 플랫폼 생태계를 같이 키워내고 생태계 내에 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는 플랫폼 사업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플랫폼 출현은 기업을 생산 중심에서 교환 중심으로 변화시켰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어떠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생태계 참여자에게 어떠한 가치를 제공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결정된다. 장기화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장 피해를 본 사람들은 중소 상공인들이다. 카카오택시 기사, 꽃배달 서비스를 하는 사업자가 카카오 신사업 계획에 대해 어떤 가치를 느끼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10년의 짧은 시간 속에 118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은 분명 성공한 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연이은 카카오 계열사의 IPO통한 성공이 초기 카카오톡을 성공시켰을 때의 스타트업 정신에 기반한 것인지, 전 국민을 카카오톡 캡티브 고객(다른 곳으로 도망가지 않는 이미 확보된 고객)이라고 착각해, CEO 100명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부에만 몰입한 성공인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만일 카카오 생태계 주요 이해관계자가 이런 위기상황에도 카카오가 만든 가치에 공감하고, 동조하고, 지지한다면 이번 사태는 좋은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카카오 브랜드 가치가 회복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허태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 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교수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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