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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과 366일 차이? “1년 계약직 연차 11일” 뒤집힌 판결

고용부 “1년 미만 근로자 연차 최대 26일” 적용 뒤집혀
대법원 “근로 유지 전제로 2년차에 15일 지급이 타당”
노동계 “사용자의 비정규직 악용 보여준 또 하나의 증거”
고용부 “검토 중”…근로기준법 뜯어고쳐야 하나 고심

 
 
대법원. [사진 네이버지도]
12개월 일한 계약직 근로자에게 부여하는 연차휴가는 최대 11일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년 계약직 근로자에게도 최대 26일의 연차휴가를 줘야 한다는 고용노동부의 해석을 대법원이 뒤집은 것이다. 이에 고용부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은 없다.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노인요양복지시설 운영자가 요양보호사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요양원 운영자 A씨는 지난해 요양보호사 B씨와 정부에 71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청구한 바 있다.  
 
B씨는 A씨가 운영하는 노인요양복지시설에서 2017년 8월부터 이듬해 7월 31일까지 약 1년간 일하면서 연차유급휴가 15일을 사용했는데, “11일 치 연차 수당을 못 받았다”며 2018년 8월 관할 노동청에 진정을 냈다.  
 
B씨가 진정을 제기한 근거는 2018년 5월 고용노동부가 개정 근로기준법 적용에 맞춰 배포한 ‘1년 미만 근로자 등에 대한 연차휴가 보장 확대 관련 설명자료’였다.  
 
근로기준법 60조 1항은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가 15일간 연차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2항에는 1년 미만을 일한 근로자가 한 달을 모두 출근하면, 그 다음 달에 1일의 유급휴가가 주어져 1년 동안 모두 11일의 연차를 받게 된다는 조항이 있다.
 
기존 근로기준법에는 위 조항들 외에도 1년 미만의 근로자가 이미 쓴 연차는 15일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는데 법 개정으로 삭제됐다.
 
이러한 법 개정을 고용 당국은 1년 미만의 근로자 역시 개근으로 인한 11일뿐만 아니라, 80% 이상 출근에 따른 15일까지 모두 26일의 연차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A씨는 B씨에게 연차휴가수당 71만7150원을 지급했지만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고용부의 법리 해석이 맞는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하므로 근로기간이 1년인 피고는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며 71만원을 돌려주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을 이렇게 개정한 이유는 최초 1년간의 근로에 대한 유급휴가를 사용한 경우 이를 다음 해 유급휴가에서 빼는 규정을 삭제해 1년 차에 최대 11일, 2년 차에 15일의 유급휴가를 각각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기준법 제60조 1항은 최초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가 다음 해에도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2년 차에 15일의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며 피고에게 2항만(1년 근무 11일 연차)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만 1년을 일하고 퇴직한 근로자에게 보장되는 연차가 26일이라고 주장해왔던 고용노동부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와의 통화에서 “고용부 차원에서 공식 입장은 없다”라면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에 노동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지난 21일 논평을 통해 “재계약을 전제로 한 계약직 노동자는 없다는 현실을 대법원이 무시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1년 계약직이라는 자체가 노동자의 필요가 아니라 퇴직금 적립, 정규직 고용의무, 각종 복지 제공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을 누구나 안다”며 “대법원의 잘못된 판단으로 근로기준법의 연차휴가 조항은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됐다”고 항의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정지원 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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