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SK하이닉스, 17년 만에 되찾은 키파운드리…“귀해진 8인치 잡는다”

키파운드리 5758억원에 인수, 파운드리 생산 능력 2배 확대 나선다

 
 
SK하이닉스의 경기도 이천 반도체 공장 내부. [사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17년 전 매각했던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키파운드리를 다시 사들인다.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2배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29일 SK하이닉스는 매그너스 반도체 유한회사로부터 키파운드리 지분 100%를 5758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 측은 “키파운드리 인수는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 확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8인치 파운드리 역량을 보강해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와 국내 팹리스(Fabless) 생태계 지원에도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청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키파운드리는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한 8인치 웨이퍼를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전력 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비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제품이다.
 
키파운드리 모체는 LG반도체다. LG반도체가 IMF 외환위기로 현대전자와 합병하면서 하이닉스반도체가 탄생했고 2004년 하이닉스가 재무위기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비메모리 부문을 분리한 뒤 매그나칩 반도체를 세워 해외 CVC에 매각했다. 이 회사의 충북 청주 파운드리 시설만 떼 내 만든 회사가 키파운드리다.
 
SK하이닉스는 키파운드리 인수로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2배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8인치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IC)를 보유하고 있다. 시스템IC의 웨이퍼 처리량은 이번에 인수 계약을 체결한 키파운드리와 비슷한 규모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옵션을 두고 검토하다가 키파운드리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박정호 부회장은 지난 5월 ‘K-반도체 전략 보고 대회’에서 “8인치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TSMC·삼성이 양분한 파운드리에 '8인치'로 도전 

 
SK실트론이 생산하고 있는 12인치(300mm) 웨이퍼(사진 왼쪽)와 8인치(200mm) 웨이퍼 [SK그룹]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8인치’에 집중하는 이유는 차량용반도체 수급난으로 8인치의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8인치 파운드리는 반도체 주원료인 웨이퍼의 크기가 200mm라는 의미다. 그동안 8인치 웨이퍼는 낮은 생산성 때문에 외면 받아왔다. 
 
초미세공정에 사용되는 12인치 웨이퍼의 시장 성장성이 높아지면서 2000년대 초~2010년까지 유행했던 8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는 내리막길을 걷는 듯 했다. 생산성이 낮고 반도체 기업의 기술력인 초미세공정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직경이 크면 1장의 웨이퍼에 더 많은 집적회로 칩을 생산할 수 있지만 8인치는 원판이 작아 선폭을 미세하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원판 크기가 클수록 생산성도 증가한다. 12인치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칩수 생산량은 8인치 대비 225% 증가한다. 결국 2008년부터 기업들은 8인치 웨이퍼 생산 라인 정리 수순에 돌입했다. 반도체 장비 업체 역시 8인치용 장비 생산을 중단하고 12인치 장비 생산에 집중했다.
 
하지만 경쟁력을 잃어가던 8인치 웨이퍼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 응용수요처가 다양해지면서 수요처의 요구에 따른 다품종 소량생산은 파운드리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수요처마다 원하는 반도체 용량과 속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또 반도체 수급난의 중심에 있는 차량용 반도체 대부분이 8인치 웨이퍼 기반 칩이다. 
 
파운드리 시장은 이미 TSMC와 삼성전자라는 절대강자들이 양분하고 있다. 이 두 기업에 비해 파운드리 역량이 부족했던 SK하이닉스는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8인치 집중’ 전략을 꺼낸 것이다. 
 
앞으로 SK하이닉스는 주요 국가의 규제 승인을 얻어 키파운드리 인수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롯데지주, 밸류업 계획 공시…“주주환원율 35% 이상 지향”

2젝시믹스 매각설에…이수연 대표 “내 주식 겨우 1만원 아냐” 반박

3“뉴진스 성과 축소”…민희진, 하이브 최고홍보책임자 등 고발

4수요일 출근길 ‘대설’…시간당 1∼3㎝ 쏟아진다

5“교통 대란 일어나나”…철도·지하철 등 노조 내달 5~6일 줄파업

6‘조국 딸’ 조민, 뷰티 CEO 됐다…‘스킨케어’ 브랜드 출시

7 러 “한국식 전쟁동결 시나리오 강력 거부”

8경주월드, 2025 APEC 앞두고 식품안심존 운영

9구미시, 광역환승 요금제 시행..."광역철도 환승 50% 할인"

실시간 뉴스

1롯데지주, 밸류업 계획 공시…“주주환원율 35% 이상 지향”

2젝시믹스 매각설에…이수연 대표 “내 주식 겨우 1만원 아냐” 반박

3“뉴진스 성과 축소”…민희진, 하이브 최고홍보책임자 등 고발

4수요일 출근길 ‘대설’…시간당 1∼3㎝ 쏟아진다

5“교통 대란 일어나나”…철도·지하철 등 노조 내달 5~6일 줄파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