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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껌 사업으로 시작해 100조 매출 '신화'…거인의 발자취 [신격호 100주년①]

신격호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일대기 재조명
단돈 83엔으로 시작해 ‘100조 매출’ 기업인으로
괴테 소설에서 착안한 사명 ‘롯데’…“최고 수확”
한국과 일본 넘나든 ‘유통 신화’, 사업보국 정신
롯데월드타워 한국의 랜드마크로…오래된 숙원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롯데월드타워 전경. [중앙포토, 연합뉴스]
 
11월 3일은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신 명예회장은 맨손으로 시작해 한국과 일본에 걸쳐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등 지금의 롯데를 일궈낸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꼽힌다. 롯데그룹은 롯데월드타워에 그의 흉상을 설치하고 기념관을 개관하며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했다.  
 
상전 신격호 기념관에 재현된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초기 집무실 [사진 롯데지주]
  

우유, 화장품, 껌, 초콜릿…100조 매출의 시작은 식품 사업

신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재계 안팎에서 기업가로서 그의 삶이 조명되고 있다.  
 
신 명예회장은 1941년 학업과 생계를 위해 도쿄로 떠났다. 손에 쥔 돈은 단돈 83엔. 문학청년이었던 그는 소설가를 꿈 꾼 것으로 전해진다. 도쿄에 도착한 그는 우유 배달원으로 일하며 틈틈이 공부했다. 시간 약속과 고객과의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는 그의 모습을 본 대리점 사장은 그에게 작은 우유 대리점 경영을 맡겼다. 그는 우유 대리점을 경영하며 경영 실습을 할 수 있었고, 이는 향후 롯데 기업을 경영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롯데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젋은 시절 [사진 롯데지주]
 
“이왕이면 시세이도 뺨치는 멋진 라벨을 만들어 보시오.”
 
신 명예회장의 첫 사업은 1945년 화장품 사업이다. 그가 만든 비누와 크림, 포마드 제품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화장품 브랜드를 구상하느라 골몰하던 신 명예회장은 당시 일본 최고 브랜드인 시세이도를 뛰어넘는 브랜드를 갖겠다고 마음먹었다. 클레오파트라, 비너스, 양귀비 등 아름다운 여성들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러다 깜빡 잠이 들었고 꿈속에서 만난 한 여성이 잊혀지지 않았다. 
 
하얀 피부에 금발을 한 여성…. 너무나 생생했던 꿈속의 주인공은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 여주인공 샤롯데였다. “롯데!”. 샤롯데에서 샤를 빼고 롯데라 불러 봤더니 그의 입에 착 달라붙었다. ‘롯데’ 상표를 붙인 화장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가 “내 일생 일대의 최고의 수확이자 선택”이라고 밝힌 ‘롯데’라는 브랜드의 탄생이자 시작이었다. 
 
1947년 화장품 사업에 몰두하고 있던 신 명예회장은 우연히 맛본 미국산 껌에 매료되어 ‘껌 사업’을 시작했다. 위생관념이 취약했던 당시 껌은 공장에서 공업용 제품을 다루듯 아무렇게나 제조되곤 했다. 
 
신 명예회장은 껌 제조 과정에서의 ‘위생’을 차별점으로 두고자 했다. 그렇게 탄생한 롯데껌은 재고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1947년에 시작된 ‘껌 신화’로 ‘주식회사 롯데’가 세워졌다. 이후 신 명예회장은 초콜릿, 과자, 아이스크림, 외식 등 다양한 식품 개발에 나서며 껌에 한정되지 않은 식품 기업으로 롯데를 발전시켜 나갔다.  
 

고국으로 돌아온 신격호 회장과 함께 국내에 진출한 ‘롯데’

신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사업을 운영하면서도 고국에 돌아오기를 간절히 원했다. 1962년 한일국교가 정상화되며 그는 오랜 세월 끝에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귀국 후 그는 제철업에 투자할 것을 제안받았지만, 관련 사업이 무산되면서 롯데제과로 국내에 진출하게 됐다.  
 
1989년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개관식 [사진 롯데지주]
 
1970년대 초 신 명예회장은 40층 높이의 롯데호텔 건설로 주목받으며 호텔 사업과 건설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현재 롯데케미칼의 기반이 되는 호남석유화학을 인수하고, 롯데쇼핑을 설립했다. 뿐만 아니라 롯데리아와 롯데물산 설립, 롯데월드 어드벤처 건설 등 사업 분야를 넓혀가며 지금의 롯데를 만들었다. 신 명예회장은 유통·관광·정유·건설 등 국내 주요 업계에 진출하면서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는 업적을 남겼다.  
 

'대한민국판 피라미드 건축' 꿈 담은 롯데월드타워 건설 

롯데월드타워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 [사진 롯데지주]
 
롯데월드타워는 신격호 회장의 마지막 업적이다. 현대판 국보급 문화재를 만들고 싶었던 신 명예회장에게 롯데월드타워는 그에게 남은 마지막 과제이자 평생의 소망이었다.  
 
지금의 롯데월드타워는 총 23번의 마스터플랜 수정 끝에 탄생했다. 1987년에 땅을 매입한 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정, 논의를 거치며 2011년에 비로소 주춧돌을 놓을 수 있었다. 물론 건설 과정에서 부지 용도 논란, 부동산 논란 등 많은 논란과 반대가 있었으나 신 명예회장은 난관들을 극복해 나가며 롯데월드타워 완공에 성공했다.
 
롯데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 [중앙포토]
 
최근 발간한 회고록에도 당시 그의 심경이 나와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언제쯤 투자금 회수가 가능합니까?”라는 질문에 신 명예회장은 “회수 불가”를 외쳤다. 신 명예회장은 롯데월드타워를 프로젝트 사업으로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의 품격을 높이고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면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신 명예회장은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를 만들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국민이 롯데월드타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바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현정 기자 lee.hyunj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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